충북 영동 포도산지 가보니
재배면적 3분의 1이 샤인머스캣
캠벨보다 두배 비싸 농가 선호
당도 높아 '망고포도'로 불려
베트남·홍콩 등 수출도 활발
[ 박종필 기자 ] 주요 포도 산지인 충북 영동에선 최근 2년 새 전체 포도 재배면적 1129ha(헥타르)의 약 3분의 1(370ha)이 ‘샤인머스캣’ 포도밭으로 바뀌었다. 기존에 재배하던 ‘캠벨’ 포도보다 값을 두 배 정도 받을 수 있는 데다 동남아시아로 수출되는 물량도 최근 크게 늘면서 재배 면적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샤인머스캣은 씨가 없는데다 당도가 높아 비싼값에도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포도 품종이다. 씹을수록 망고 맛이 난다고 해서 ‘망고 포도’로 불린다. 농가 소득을 높여주는 효자 품종으로 떠오르면서 재배면적과 생산량이 크게 늘었는데도 가격은 떨어질 줄 모른다. 국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데다 해외에서도 인기가 높아 수출길이 활짝 열렸기 때문이다.
“생산자가 甲 돼본 건 처음”
지난 15일 영동 심천면의 샤인머스캣 포도 재배 하우스. 농민 A씨는 “이름과 농가 위치가 드러나지 않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언론에 알려지면 포도를 공급해달라는 바이어와 상품기획자(MD) 요청이 잇따를 수 있는데 수요를 맞출 수 없다고 했다. 그는 “평생 포도 재배를 해왔지만 유통망을 직접 선택하는 ‘갑’의 입장이 돼본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곳은 신세계그룹이 운영하는 온라인몰 ‘쓱닷컴’에 포도를 독점 공급하고 있는 산지다. 하우스 재배면적은 0.33ha(약 3322㎡) 규모다. A씨는 “생산량이 그래도 부족해 하루 150~200㎏ 정도만 겨우 납품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신세계는 쓱닷컴과 프리미엄 슈퍼마켓인 PK마켓, SSG푸드마켓 등에서만 샤인머스캣 포도를 판매하고 있다. 임영호 에스에스지닷컴 바이어는 “받는 물량이 워낙 적어 전국 이마트에 공급하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며 “산지를 찾아 계약하려는 유통업체 간 경쟁도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샤인머스캣 초기 투자비용은 비싼 편이다. 캠벨 묘목 한 그루가 3000원 정도인 데 비해 샤인머스캣은 1만5000원이나 된다. A씨는 “재배가 쉽지 않은데도 다들 샤인머스캣으로 갈아타는 분위기”라며 “비싸게 팔 수 있어 소득도 두세 배 이상 높게 나온다”고 설명했다.
생산량 늘어도 가격 안 떨어져
샤인머스캣은 씨없는 청포도로 당도가 18브릭스에 이른다. 가장 일반적인 국산 씨 없는 포도인 자줏빛 캠벨 품종보다 당도가 평균 4~5브릭스 높다. 2017년부터 ‘서울 강남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먹이는 간식’으로 구매하면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쓱닷컴은 올해 생산된 샤인머스캣 포도를 지난 6일부터 판매하기 시작했다. 500g 한 팩에 1만9800원이었다. 입고된 물량은 매일 오전 10시께 온라인몰에 올리면 낮 12시가 되기 전 완판됐다. 공급에 비해 수요가 달리자 13일부터는 2만1800원으로 값을 올렸다. 500g에 1만~1만1200원인 캠벨 포도보다 약 2배 비싸다.
농가엔 소득 증대의 ‘효자’로 소문나면서 전국 샤인머스캣 재배 면적이 지난해 953ha에서 올해 1867ha로 1년 새 두 배로 급증했다. 샤인머스캣 재배가 과열되자 가격 하락 가능성을 우려한 정부가 농가에 재배면적 확대를 자제해줄 것을 요청하도 했다.
하지만 현장에선 국내 수요에 수출 물량까지 늘면서 당분간 샤인머스캣 열풍이 식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재배 농민은 “같은 품질이라도 수출용은 ㎏당 5만원까지 값을 받을 수 있다”며 “베트남 홍콩 태국 등 동남아 국가 바이어의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포도 주요 산지인 경북 상주, 김천 등에서도 포도 수출이 활기를 띠고 있다. 경북에선 지난해 포도 수출 물량 중 샤인머스캣 비중이 79%에 달했다.
영동=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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