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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 100돌' 40일 후 홍보예산 손벌린 경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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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 100돌' 40일 후 홍보예산 손벌린 경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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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뚫린 재정 (2) 묻지마 지방 재정

지자체 '주먹구구' 재정 운영



[ 오상헌/김익환/성수영 기자 ] 경상남도가 3·1운동 100주년 기념 홍보영상 제작 계획을 밝힌 건 지난 4월 15일이었다. 기념일이 한 달 반이나 지난 시점에 “홍보가 필요하다”며 추가경정예산안에 4000만원을 끼워넣었다. 예산을 확보한 경상남도는 ‘3·1운동 100주년’이 100일 지난 이 시점에 홍보영상 주제를 무엇으로 할지 논의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상남도는 “이 사업이 추경 예산에 포함된 것은 기념사업 지원단이 본예산 편성 시기를 넘겨서 구성됐기 때문”이라며 “지원단에서 홍보영상을 찍어 기록으로 남기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아 추진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3·1운동 100주년 기념 사업은 연중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의 주먹구구식 재정 운영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방교부세(2014년 35조원→2019년 52조원)와 국고보조금(52조원→77조원)은 큰 폭으로 늘고 있지만 제대로 된 관리감독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눈먼 돈’으로 불리는 정부 자금을 따내기 위해 의미 없는 축제를 급조하는가 하면, 갑자기 생긴 보조금을 소진하느라 불필요한 사업에 목돈을 투입하기도 한다.

중앙정부의 ‘퍼주기식’ 재정 지원 정책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4일 “내년부터 생활SOC(도서관 체육관 등 공공시설 건립) 사업 등을 편성하는 지자체에 더 많은 교부세를 주겠다”고 발표한 게 대표적이다. 지자체의 공공시설 737개(2017년 기준) 중 88.7%가 적자인데 추가 건립을 유도하는 정책을 내놨다.


국고보조금 따내려 '억지사업'…지방축제 472개 중 흑자 4개뿐

연간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축제·행사는 472개(2017년 기준)다. 하루평균 1.3개꼴이다. 광역자치단체 기준으로 사업비 5억원 이상인 것만 집계한 수치다. 사업비 범위를 넓히면 전국에서 열리는 사업은 줄잡아 연간 1만 개를 훨씬 넘는다는 게 행정안전부의 집계다.

대형 축제·행사 472개 가운데 98.7%(466개)는 적자를 냈다. 총 적자 규모는 3554억원으로 2014년(2561억원) 후 적자 규모는 매년 불어나는 추세다. 지방자치단체 행사·축제 가운데 흑자를 내는 곳은 △전남 곡성군 ‘곡성세계장미축제’ △전남 함평군 ‘대한민국 국향대전’과 ‘함평나비대축제’ △전남 여수시 ‘여수거북선축제’ 등 4개에 불과했다. 나머지 행사들은 지방재정의 ‘곳간’을 축내고 있다. 지역별로 중복되는 축제가 숱하게 많은 데다 적자 규모도 매년 급증하고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 등 긍정적 측면을 고려하더라도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지자체 “일단 받고 보자”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특정 사업을 목적으로 지원하는 국고보조금은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 ‘눈먼 돈’이나 다름없다. 지자체들이 사업 타당성을 따지기보다 ‘일단 받고 보자’는 식으로 보조금·지방교부금을 요청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보조금을 타내기 위해 편법도 동원된다. 충남 논산시는 2014년 정부에 시내에 체육관이 없는 만큼 논산 공설운동장 인근에 실내체육관을 짓는다며 국고보조금 85억원을 신청했다. 하지만 당시 시에는 국민체육센터와 연무체육공원 내부에 실내체육관을 운영 중이었다. 국민체육센터 실내체육관 등은 만성적자를 내는 등 경제성도 높지 않았다. 감사원은 2015년 체육관이 있는 것을 속이고 새로운 체육관을 세우려다 적발된 충남 논산시에 담당자 징계를 요구했다. 공동성 성균관대 교수는 “정부가 일자리·복지·사회간접자본(SOC) 사업 등을 하면서 지자체에 몇 달 동안 시일을 주고 사업계획서를 내라고 요청할 때가 많다”며 “‘쓰지 않으면 잃는다(use it or lose it)’고 생각하는 지자체들이 부랴부랴 계획서를 짜기 때문에 중복·부실 사업이 생겨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자체들이 보조금에 기대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했다가 재정만 더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자체 재정자립도(재정활동에 필요한 자금의 자체 조달 비율)는 올해 51.3%로 2017년(53.6%) 이후 낮아지는 추세다. 그 결과 지방정부의 보조금 의존도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국고보조금은 올해 77조8000억원으로 전체 정부 예산의 16.6%에 이른다. 2015년 58조4000억원에서 4년 새 20조원 가까이 늘었다. 기초연금 등 복지 비용은 물론 일회성 사업비도 불어났기 때문이다.

붕어빵 축제 양산

지자체들이 보조금을 받더라도 제대로 집행하지 못하는 일이 허다하다. 2017년 기준 845개 지자체 국고보조사업 중 187개 사업의 보조금 집행률이 50%를 밑돌았다.

보조금을 타내려고 ‘억지 사업’을 짜내는 지자체도 많다. 인기몰이를 하는 다른 지역 행사·축제를 고스란히 베끼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국화축제만 보더라도 2017년 기준으로 충남 예산, 전북 익산, 전남 영암, 경남 창원 등 네 곳에서 열렸다. 인삼 축제의 경우도 충북 증평, 경북 영주, 경기 파주, 강원 홍천, 충남 금산 등 5개에 이른다.

보조금 30兆 더 푼다는데

내년에는 지방으로 내려가는 국고보조금 규모가 한층 커질 전망이다. 정부가 지난 4월 발표한 ‘생활밀착형 SOC’ 사업이 내년부터 본격화하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2022년까지 도서관과 체육관, 휴양림 등 건설에 국비 30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정부는 30조원 상당액을 지자체에 국고보조금 형태로 지원할 예정이다. 지금도 공공시설 운영에 적자로 어려움을 겪는 지자체가 많은데 추가로 도서관·체육관 등을 짓는 데 30조원을 쓰는 것은 과잉 투자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재정 당국이 국고보조금 집행과 사후 관리를 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자체의 자정 노력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이 같은 자정노력이 나오고 있다. 전국의 기초 지자체들은 논란이 일고 있는 청년수당과 어르신공로수당 등 현금복지 정책을 재검토하자며 ‘복지대타협특별위원회’를 이달 구성하기로 했다. 위원회는 선심성 현금복지를 줄이고 실효성 있는 복지 대책을 발굴하자는 목적으로 조직됐다.

오상헌/성수영/김익환 기자 ohye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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