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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이번엔 '밀양형 일자리'…취업난에 'OO형 일자리' 홍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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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세번째…경영계 "반값 임금 등 노조 양보없인 한계"

뿌리기업 30곳과 이달 협약
정부 '고용 쥐어짜기' 우려



[ 조재길/장창민/구은서 기자 ] 정부가 인구 10만 명의 경남 밀양시에 상생형 일자리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광주광역시와 경북 구미시에 이은 세 번째 ‘정부 주도형’ 지역 일자리 창출 모델이다. 상생형 일자리는 노·사·민·정 등 각 경제주체가 상생협약을 맺고 적정 근로조건과 노사관계 안정, 생산성 향상 등을 약속한 뒤 새 일자리를 창출하는 모델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는 일자리 모델로 최악의 취업난을 돌파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광주형 일자리처럼 노조의 양보가 전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기업 짜내기 식으로 일자리를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밀양엔 뿌리산업 30곳 유치

산업통상자원부와 경상남도, 밀양시는 주물 금형 도금 등 ‘뿌리기업’ 30곳과 이달 협약을 맺어 밀양하남산업단지에 ‘밀양형 일자리’를 구축하기로 했다고 10일 발표했다. 경남 창원과 김해, 부산 등에 흩어져 있는 30개 중소기업을 밀양에 모으는 것이다. 정부는 이들 기업이 2024년까지 3500억원을 투자해 약 500개의 새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건수 산업부 산업혁신성장실장은 “주물업체 등 환경 문제로 주민이 입주를 반대하는 기업들을 우선 유치하겠다는 것”이라며 “1년에 2~5개씩 이전해 2024년까지 밀양형 모델을 구축하고, 전북 군산 등 다른 여러 곳에서도 추가 협약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이달 말 노·사·민·정 상생협약을 맺는 한편 정부 차원의 지원 전담조직을 신설하기로 했다. 산업단지 임대료를 할인해주고 투자세액공제 우대 등을 통해 법인세도 깎아줄 방침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김경수 경남지사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인구가 10만 명에 불과한 밀양을 전략적으로 선택한 것 아니냐는 뒷말도 나온다. 김 지사가 지난 5일 성윤모 산업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정부 지원을 요청한 직후 제3의 일자리 모델이 발표돼서다. 산업부가 조만간 첫 삽을 뜨는 국내 첫 ‘스마트 산업단지’ 역시 창원시로 확정됐다.

광주·구미형 일자리도 ‘속도’

정부는 앞서 광주 및 구미형 일자리 모델을 추진해 왔다. 올 1월 확정된 광주형은 ‘반값 연봉의 완성차 공장’을 설립하는 프로젝트다. 노·사·민·정 대타협을 통해 근로자 임금을 낮추는 대신 정부와 지자체가 주택 교육 의료 등을 지원한다. 광주시가 조성 중인 빛그린국가산업단지에 완성차 공장(면적 62만8000㎡)을 짓고 이 공장을 경영할 신설 독립법인에 현대자동차가 투자하는 게 핵심이다. 연간 10만 대 규모로 1000㏄ 미만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생산하기로 했다. 2021년 하반기 가동이 목표다. 광주시와 현대차는 신설법인에 자본금과 차입금 등 총 6000억원을 투입한다.

구미형 모델은 LG화학이 주축이다. 지난 7일 경상북도와 구미시로부터 투자유치 제안서를 받은 자리에서 양극재 공장을 짓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양극재는 음극재, 분리막, 전해액 등과 함께 배터리의 4대 소재다. 장세용 구미시장은 “LG화학 근로자들이 업무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정주여건과 교육환경, 문화복지 수준을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

‘기업 팔 비틀기’ 지적도

경영계와 학계에서 정부가 주도적으로 지역일자리 모델을 창출하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상생형 일자리는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제조업체들의 해외 이전을 막을 수 있는 대안”이라면서도 “기업 입장에서 지속 가능한 유인이 없다면 ‘기업 팔 비틀기’로 전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역과 협력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규제 완화 등을 통해 기업 활동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게 우선”이라며 “선거를 앞두고 지자체 간 표심 경쟁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했다. 상생 협약 자체가 노사 갈등의 불씨를 남겼다는 경고도 나온다. 광주시와 현대차가 체결한 투자협약이 대표적 사례다. ‘반값 임금’엔 합의했으나 추후 세부 임금 및 근로 조건을 정하는 과정에서 지역 노동계가 ‘딴소리’를 할 경우 판이 깨질 가능성이 있다.

조재길/장창민/구은서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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