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 환율 오르자 '방어 카드'
드라기 총재, 내부 논의 착수
[ 설지연 기자 ]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를 우려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로이터통신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CB는 지난 6일 통화정책회의에서 “내년 중반까지 현행 제로(0) 금리 수준을 유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중앙은행(Fed) 등 다른 세계 주요국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자 ECB도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로이터는 ECB 당국자 두 명을 인용해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물가 상승률을 높이기 위해 금리 인하와 신규 채권 매입 가능성을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ECB는 2016년 3월 기준금리를 연 0.05%에서 연 0%로 내린 이후 3년여간 동결해왔다.
ECB 관계자에 따르면 유로존 성장률이 악화할 경우 금리 인하가 유력하다. 지난 1분기 유로존은 전 분기 대비 0.4%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 관계자는 또 “환율이 유로당 1.20달러까지 치솟으면 ECB가 심각하게 받아들일 것”이라며 “유로화 강세에 대한 대책이 금리 인하의 주된 목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ECB가 공식적으로 환율 방어가 금리 정책의 목표라고 언급하지 않았지만, 유로화 강세를 더 이상 방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은 “예치금리가 떨어지면 취약한 유로존 은행이 더 어려워져 부실을 키울 위험이 있다”며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낮게 내다봤다. ECB의 기준금리는 현재 연 0%지만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자금을 예치할 때 받는 금리는 연 -0.4%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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