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한국경제학회장으로 선출된 이인호 교수
정부 재정은 '마중물' 역할
민간이 경제 주도하는게 바람직
[ 김익환/허문찬 기자 ]
“정부가 씀씀이를 늘리는 재정정책은 경제성장의 마중물 역할에 그쳐야 합니다.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성장을 견인하는 역할은 민간이 주도하도록 해야죠.”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62·사진)가 지난 5일 차기 한국경제학회장으로 선출됐다. 이 교수는 내년 2월부터 이인실 현 회장(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의 바통을 이어받아 국내 최대 경제학회인 한국경제학회를 이끈다.
이 교수는 학회장 선출 직후 서울대 연구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정부 씀씀이가 과도하게 늘어나면 세금을 더 걷어야 하기 때문에 민간 경제에 온기가 돌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재정정책으로는 침체된 경제의 활로를 모색하기 어렵다고 진단한 것이다.
이 교수는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심화하고 있는 데다 유럽연합(EU)은 난민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고 신흥국 경기도 어려움이 많다”며 “국내에서는 정부의 부동산 경기 억제 정책과 경기 하강 등의 영향으로 내수시장이 얼어붙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위축된 경제주체들의 근로의욕과 기업가정신을 다시 복돋우는 것이 시급하다”며 “노동·재정·통화정책을 일관성있게 추진해 경제주체들이 느끼는 정책 불확실성을 걷어내야 한다”고 진단했다.
한국경제학회는 1952년 11월 30일 출범한 국내 최대 경제학회다. 회원이 5000여 명에 이르고, ‘경제학연구’와 ‘한국경제포럼’ 등의 학술지를 발간한다. 이 교수는 회원 투표를 거쳐 5일 학회 이사회에서 제50대 학회장으로 선출됐다. 미시경제학과 게임이론을 전공했으며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발전심의회 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다. 이 교수는 이날부터 수석부회장을 맡은 뒤 내년 2월부터 학회장으로 활동한다. 학회는 차기 학회장이 될 수석부회장을 매년 6월 미리 뽑고 있다.
그는 최근 박정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와 주상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등이 소득주도성장 관련 통계를 놓고 다양한 주장을 펼친 사례를 언급하면서 이 같은 논쟁이 꾸준히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경제학자들은 연구실을 벗어나 정책 현안을 놓고 적극적으로 토론을 벌여야 한다”며 “학계의 목소리가 정책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개인 견해임을 전제로 정부의 경제정책에 후한 점수를 주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최저임금을 빠르게 올리면 고용이 얼마나 줄어들지 정확하게 판단하지 않은 채 정책을 폈다”며 “자영업자들이 고용을 줄이면서 저임금 근로자의 환경이 한층 팍팍해졌고 분배는 더 악화됐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최근 4차 산업혁명과 맞물려 소득 양극화가 더 심해지고 있다는 주제의 ‘슈퍼스타 경제학’에 골몰하고 있다. 그는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은 유튜브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바탕으로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며 과거의 국내 슈퍼스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며 “이처럼 여러 분야에서 인지도와 영향력에 따른 부(富)의 편중이 빠른 속도로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경쟁에서 패배한 사람을 위한 패자부활전과 보상 체계도 필요하다”며 “패자에 대한 보상이 없다면 경쟁이 사라지고 승자의 성과도 떨어지기 때문에 정부가 2등과 패자를 위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인호 교수 약력
△1957년 서울 출생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미국 UCLA 경제학 박사
△정책금융심의회(옛 재정경제부 산하) 위원장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자문위원회 위원장
△한국산업조직학회 회장
△한국금융정보학회 회장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발전심의회 위원장(2018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2001년~)
김익환/사진=허문찬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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