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분노 쏟아진
최저임금위원회 첫 공청회
"사업·생활 기반 다 흔들려
10년 넘게 일한 직원도 해고 불안"
[ 김익환 기자 ]
“내년도 최저임금을 2~3%라도 올리면 700만 명에 달하는 영세상인에게 사약을 내리는 것과 같습니다.”(신상우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공동대표)
“식당을 접든지 직원을 내보낼지 고민해야 하는 막다른 상황에 몰렸습니다.”(A외식업자)
5일 서울 장교동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공청회에서는 지난 2년간 급격하게 최저임금을 올린 데 대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공청회에는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을 비롯한 노·사·공익위원 21명이 모두 참석했다. 근로자와 사용자 대표 각 3명과 근로감독관 등 7명은 발표자로 나섰다.
사용자 대표들은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오르면서 사업 및 생활 기반이 흔들렸다고 성토했다. 신상우 대표는 “최저임금이 한 자릿수로만 올라도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다”며 “최저임금을 지급할 능력이 없어 편의점주 중 상당수가 퇴출됐는데 매우 부당하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이근재 서울 서초구 소상공인연합회 부회장은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소상공인 4명 가운데 1명꼴로 업종 전환과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며 “일자리를 잃게 된 직원들이 업주와 갈등을 빚는 등 ‘을과 을’ 싸움이 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외식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김영순 씨는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10년 넘게 동고동락한 직원조차 불안해하고 있다”며 “가슴 아프지만 적자가 쌓이면 어떻게 견딜 수 있겠느냐”고 했다.
‘초단시간 근로자’가 늘어나는 등 고용의 질(質)이 나빠졌다는 평가도 나왔다. 조옥희 서울고용노동청 근로개선지도과장은 “숙박업체들은 쪼개기 알바(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주 15시간 미만의 아르바이트)나 주말 근로자, 피크타임 근로자 등을 늘리고 있다”며 “업주들이 직원을 내보내고 본인 혼자 또는 가족과 함께 숙박업체를 경영하는 사례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박준식 위원장은 이날 공청회에서 최저임금 차등 적용에 대해 “최저임금위 일부 위원이 문제를 제기하는 만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법 4조1항은 ‘최저임금은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경영계와 학계 일부는 이를 차등 적용의 법적 근거가 될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최저임금위는 이날 서울 행사에 이어 오는 10일 광주, 14일 대구 등에서 잇달아 공청회를 할 계획이다. 앞서 4일엔 생계비전문위원회와 임금수준전문위원회를 열었다. 19일부터 네 차례 전원회의를 열어 법정시한인 27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의결할 계획이다. 박 위원장은 “노사와 이해당사자 모두가 힘을 합쳐 좋은 결론을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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