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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코 "신원인증·문서관리…삼성·현대車가 반한 블록체인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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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열풍 때 '기술' 몰두
국내 첫 블록체인 솔루션 개발 블로코

이렇게 도전했다 (11) '본질'에 집중하라



[ 윤희은 기자 ] 비트코인이 첫 위기를 맞은 2014년.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을 좋아했던 두 명의 청년이 만났다. 2013년 개당 100만원이 넘었던 비트코인이 20만원대까지 내려앉은 시기였다. 블록체인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들끓었지만 이들은 이 시기를 ‘기회’라고 생각했다. 향후 도래할 ‘블록체인 혁명’을 어떻게 준비할지 토론하던 그들이 내린 결론은 창업이었다.

김원범 대표는 기업용 소프트웨어 개발자 출신이고, 김종환 상임고문은 가상화폐 거래소를 설립한 이력이 있었다. 이들은 사업 영역의 한계를 따로 정하지 않았다. 신원증명, 유통망 확인, 거래망 구축 등 블록체인으로 구현할 수 있는 서비스는 무궁무진하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었다.


블록체인 그 자체에 투자하다

2014년 12월 ‘블로코(Blocko)’라는 이름으로 법인을 설립한 후 세운 첫 번째 목표는 자체 블록체인 시스템을 선보이는 것이었다. 1년의 시간을 거쳐 ‘코인스택 1.0’이 나왔다. 국내 최초의 서비스형 블록체인(BaaS)이다. BaaS는 블록체인 기술을 몰라도 스마트계약이나 노드(Node) 등을 손쉽게 구현할 수 있는 개발환경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코인스택은 블록체인 솔루션 중 세계 최초로 국제표준화기구(ISO) 기준의 GS인증을 받기도 했다.

이 서비스의 가치를 먼저 알아본 건 기업이었다. 2016년 4월 전북은행이 뉴스마트뱅킹 앱(응용프로그램) 간편 로그인 서비스를 만들 때 코인스택을 활용했다. 같은 해 11월엔 롯데카드와 블록체인 기반 생체인증 서비스를 구축했다.

코인스택의 핵심은 범용성이다. 결제에 특화된 비트코인과 구분되는 특징이다. 기업에서 요구하는 서비스 모델이 있으면 자유자재로 파생 서비스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김 대표는 “기업용 소프트웨어 개발을 오래 했던 경험이 코인스택 개발에 도움을 줬다”며 “기업에서 쓰기 좋은 블록체인이라는 소문이 나면서 여러 회사들이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블로코는 현대자동차, 삼성SDS 등의 대기업을 비롯해 한국거래소, 은행연합회 등의 기관에도 여러 블록체인 서비스를 제공했다. 최근까지 블로코가 서비스를 납품한 국내 기업만 30곳을 넘어선다.

출시하는 서비스가 많아지면서 투자 의사를 밝혀 온 곳도 늘었다. 최근까지 유치한 외부 투자가 150억원에 달한다. 5명 남짓이었던 직원도 100명 선까지 증가했다.

클라우드 대체하는 신기술도

2017년을 기점으로 블로코와 같은 블록체인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하지만 블로코처럼 지속적으로 성장한 기업은 흔치 않다. 대부분이 가상화폐공개(ICO)를 앞세워 투자금을 모집하는 데 급급했다. ICO에 성공하면 당장 현금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ICO를 진행하고도 1년 넘게 변변한 메인넷(자체 블록체인 시스템)을 선보이지 못하는 스타트업도 부지기수였다.

블로코는 달랐다. 기술적으로 자신이 생길 때까지 코인 발행을 미뤘다. 이들이 ‘아르고(AERGO)’ 메인넷을 출시하고 이에 기반한 코인을 내놓은 것은 지난 4월이다. 개발에만 4년이 걸린 셈이다.

아르고는 신분인증과 문서관리, 사물인터넷(IoT) 등에 특화한 기업용 블록체인 플랫폼이다. 기업이 손쉽게 쓸 수 있는 블록체인 서비스란 점은 전작인 코인스택과 똑같다. 차이는 거래 속도와 안정성에 있다. 지난 4월 출시한 메인넷은 초당 8000건가량의 거래를 처리하고 있다.

새로운 형태의 서버 관리 서비스도 곧 출시한다. 블록체인과 IoT를 접목한 개별 하드웨어 관리 솔루션 ‘아르고 라이트’다. IoT 기기가 중앙 데이터센터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클라우드와 구분된다. 김 대표는 “클라우드 방식은 중앙 데이터센터가 훼손될 경우 복구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며 “아르고 라이트는 곳곳에 정보를 나눠 보관하기 때문에 데이터센터 훼손에 대한 우려가 적다”고 설명했다.

올 11월엔 현대차와의 합작품 ‘현대차 차량관리 플랫폼(가칭)’이 나온다. 차량 출고부터 폐차까지 모든 이력을 블록체인으로 관리하는 게 이 플랫폼의 특징이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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