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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희은 기자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서버에 가상화폐 채굴 프로그램이 몰래 설치됐다. 범인은 내부 시설을 관리하던 용역업체 직원이었다. 해당 직원은 연구원 업무가 뜸해지는 오후 7시부터 오전 7시를 활용했다. ‘몰래 채굴’은 약 1년에 걸쳐 이뤄졌다.
직원의 선택지는 작업증명방식(POW·power of work)이었다. 가장 전통적인 가상화폐 채굴법이다. 알파벳 숫자로 조합된 암호값을 찾아내 보상으로 가상화폐를 받는다. 1세대 가상화폐로 불리는 비트코인이 이 방식으로 가상화폐를 지급한다.
POW를 위해서는 고성능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탑재한 컴퓨터가 여러 대 필요하다. 개인용 PC로 복잡한 연산 업무를 빠르게 처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용역업체 직원이 성능 좋은 지질연 컴퓨터를 이용해 가상화폐 채굴에 나선 이유다.
POW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가상화폐를 채굴할 수 있는 암호값은 채굴량이 늘어날수록 복잡해진다. 고성능 채굴기를 앞세운 전문 업자들도 늘어나면서 POW에 도전하는 개인 이용자는 점점 줄고 있다.
이 때문에 요즘은 지분증명방식(POS·proof of stake)으로 가상화폐를 얻는 경우가 많다. 거래소에서 생태계 조성 활동에 참여한 대가로 가상화폐를 확보하고, 이 지분을 증명한 뒤 보상을 얻는 것이다. 은행에 돈을 예치하면 그에 비례해 이자를 받는 것과 같다. ‘퀀텀’이나 ‘네오’ 등이 이 방식의 채굴을 채택하고 있다. 다만 지분 증명을 위해 24시간 컴퓨터를 켜 둬야 한다.
개개인이 직접 자신의 지분을 관리해야 하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나온 게 위임지분증명방식(DPOS·delegated proof of stake)이다. 투표에 의해 대표자를 뽑고 채굴권을 맡기는 방식이다. 대표자는 자신을 뽑아준 사람들을 대신해 채굴을 진행하고, 채굴된 가상화폐 일부를 대가로 지급한다. 대표자를 뽑는 투표에만 참여하면 컴퓨터를 켜 두지 않아도 가상화폐를 얻을 수 있다. 대표적인 DPOS 채굴 가상화폐로는 ‘이오스’와 ‘라이즈’가 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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