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간 관세 공방이 오가더니 이번엔 미국과 멕시코 간 관세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불법 난민 억제를 위해 오는 10일부터 모든 멕시코산 제품에 5% 관세를 부과하고 효과가 없으면 25%까지 올리겠다고 밝혔다. 또 인도에 부여해온 ‘일반특혜관세(GSP)’ 혜택을 끝내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일본에도 관세와 관련한 모종의 신호를 보낸 것으로 알려지는 등 ‘관세전쟁’ 불똥이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다.
관세 부과로 제조원가가 올라 경쟁력이 떨어지면 기업으로서는 생산 입지와 수출 경로를 재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 글로벌 공급망의 일대 격변이 불가피해진다. 미국이 중국산 제품 2000억달러어치에 부과한 25% 고율 관세 조치가 발효된 데 이어 나머지 3250억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도 25% 관세 부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한국 기업들로서는 그만큼 부담이 늘어나는 것이다.
‘북미 지역 수출 무관세’라는 입지조건을 믿고 멕시코에 생산기지를 건설해온 국내 기업들도 초비상이다. 멕시코에서 TV를 생산해 대부분 미국에 수출하는 삼성전자·LG전자 등 은 말할 것도 없고, 자동차와 부품업체, 철강·화학·정유사들도 전전긍긍하기는 마찬가지다. 특혜관세가 폐지되는 인도 등 다른 지역에 진출해 있는 기업들 사정도 비슷하다. 업체들은 저마다 긴급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전방위로 확산되는 관세전쟁을 보면 한국산도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 대상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미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자동차 관세 결정도 일시 연기됐을 뿐이다. 국내 수출 기업들은 어떻게든 관세 부담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하지만, 선택지는 제한적이다. 미국에 직접 들어가 생산하거나, 그게 여의치 않으면 관세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면서 우회 수출할 수 있는 다른 생산기지를 찾아야 한다.
어느 쪽이든 우리 경제에는 큰 타격이다. 가뜩이나 임금·세금 등 치솟는 비용과 규제 부담으로 한국을 떠나는 기업들이 줄을 잇고 있는 마당이다. 여기에 관세 폭탄까지 더해지면 ‘탈(脫)한국’ 현상이 더욱 심각해질수 밖에 없다. 속수무책으로 기업을 해외로 빼앗기지 않으려면 정부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관세를 물더라도 국내에 남아 생산하고 수출하는 게 더 유리하다는 계산이 나올 정도의, 이미 나간 기업들도 국내 유턴을 적극 검토할 만한 수준의 파격적인 유인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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