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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안하무인 노조권력, 국민 외면 자초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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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 '귀족' '조폭'…비판에도 기세등등
더 막 나가면 '노조 규탄' 집회 보게될 것

장창민 산업부 차장



[ 장창민 기자 ] 얼마 전 들은 얘기다.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최근 ‘조합원 해외 연수 대상자 선발 기준’을 정했다고 한다. 자세한 내용을 듣고 실소(失笑)를 금치 못했다. 울산공장 내 파업 집회에 참여하면 2점, 다른 지역에서 열리는 집회에 참여하면 5점…. 반대로 벌점도 있다. 집행부의 파업 및 투쟁지침을 위반하면 -6점이란다.

현대차 노조 집행부는 왜 이런 ‘엄정한’ 기준을 세웠을까. 사연은 이렇다. 이 회사 노조 조합원들은 지난 27일부터 중국으로 4박5일 연수를 떠나기 시작했다. 내년 5월까지 1년 동안 수십 회에 걸쳐 1800여 명이 순차적으로 간다. 수십억원에 달하는 연수 비용은 모두 회사가 댄다. 노조는 2002년부터 단체협약을 근거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만 빼고 매년 해외 연수를 가고 있다.

말이 해외 연수지 사실상 외유에 가깝다. 올해는 5만 조합원의 경쟁이 더 치열했다는 후문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고 한다. 집행부가 급기야 점수를 매기기로 한 배경이다. 회사 안팎의 시선은 곱지 않다. 집행부가 해외 연수를 내세워 파업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지난해 회사 영업이익이 반 토막 났는데, 노조원들이 회삿돈으로 외유성 연수를 가는 게 과연 적절하냐는 비판도 거세다. 이 회사 노조는 해외 연수 말고도 매년 거르지 않는 게 또 있다. 파업이다. 1987년 설립 이후 네 차례를 제외하고 32년간 매년 습관적으로 파업을 벌였다. 올해도 ‘깃발’을 들 태세다.

현대차에만 ‘강성’ ‘귀족’ 노조가 있는 건 아니다. 요즘 ‘핫(hot)한’ 곳은 르노삼성자동차 노조다. 지난해 10월부터 지금까지 7개월 동안 파업 중이다. 최근 들어선 이른 시간 안에 회사에 ‘심각한 타격’을 주겠다고 난리다. ‘일감절벽’에 내몰린 이 회사의 부산공장은 가동 중단(셧다운)을 밥 먹듯 반복하고 있다. 평균 연봉이 1억2000만원인 한화토탈 노조는 임금을 더 올려달라며 한 달 가까이 파업을 벌이다 여론이 악화되자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지난해 6000억원대 적자를 낸 한국GM의 노조는 일시금 1650만원 지급 등을 요구하며 다시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한 술 더 떠 ‘조폭’ 노조도 판친다. 전국 건설현장은 건설 노조의 ‘갑질’로 난장판이 됐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조합원들이 공사 현장마다 몰려다니며 서로 자기 편을 채용하라고 횡포를 부리고 있다. 채용 대가로 노조원에게 돈까지 뜯어낸다고 한다. 한마디로 ‘개판’이다.

이쯤 되다 보니 웬만한 노조는 경찰도 겁내지 않는다. 현대중공업 노조의 ‘물적분할 반대’ 집회 현장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경찰관을 집단 폭행하고 이빨까지 부러뜨린 게 대표적 사례다.(한국에선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긴 하다.) ‘무법천지’라는 비난에도 꿈쩍도 않는다. 현대차 노조까지 덩달아 연대투쟁에 나서면서 되레 기세등등해졌다. 민주노총과 그곳을 떠받치는 강성 노조는 이제 한국에서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 ‘권력’으로 통한다. 스스로 촛불혁명의 최대주주라는 착각도 여전하다.

답답한 건 국민이다. 취직을 못해 고개를 숙인 자식과 박봉에 시달리면서도 묵묵히 일하는 남편, 아내를 떠올리면 더 그렇다. 엇나간 노조를 비판하는 기사에 빼곡히 댓글을 달아도 쉽게 분을 삭이지 못하겠단 말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귀족’도, ‘강성’도, ‘조폭’도 아닌 그냥 국민은 언제까지 이런 노조 권력을 지켜만 볼까. 요즘 노조 권력의 안하무인(眼下無人) 행태를 보면, 그들이 국민의 촛불과 맞닥뜨릴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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