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 차원에서 에이치닥 블록체인 도입
현대중공업이 블록체인 기반 전자계약시스템 시범사업을 완료했다.
가장 보수적인 산업군으로 꼽히는 조선·플랜트 업계에서 블록체인 활용 사례가 등장한 것이라 관심이 쏠린다.
한경닷컴 취재 결과 현대중공업은 최근 자사 구매종합정보시스템 '하이프로(HiPRO)'의 블록체인 시범사업을 마친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플랜트와 스마트팩토리, 선박 자재 공급망 관리 등에도 블록체인 적용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하이프로는 현대중공업그룹과 협력사들이 이용하는 통합구매시스템이다. 수만 개에 달하는 협력사와의 심사·협상 진행과정·계약 체결·입고·대금 지불과 자재 조달 등 업무를 처리한다. 기존 하이프로는 PKI 공인인증서 기반으로 작동했지만, 최근 에이치닥(Hdac) 블록체인 기반 인증서를 개발해 탑재하는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에이치닥 테크놀로지는 현대가 3세인 정대선 현대BS&C 사장이 설립한 블록체인 전문기업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협력업체에게는 공인인증서 발급이 안 돼 직접 만나 계약서를 작성하거나 택배로 보내는 등의 불편함이 있다. 이 과정에서 계약서 분실 등 리스크도 발생한다"며 "시간이 오래 걸릴 뿐 아니라 중간 과정을 모니터링하거나 체결된 계약서를 다시 찾아보기도 어렵다. 이런 문제들이 블록체인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이프로가 블록체인 기반으로 작동하면 업무 효율 및 투명성 제고 효과가 기대된다. 보안성과 신뢰성이 요체인 블록체인 속성에 따라 협력사들과의 전자계약 인증 절차가 간소화되고 전자계약문서 생성과 체결, 관리 등의 과정도 자동화되기 때문. 위·변조, 거래 부인 행위 등에 대한 우려도 없앨 수 있다.
시범사업을 성공리에 마친 현대중공업은 블록체인의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에이치닥과의 협력을 통해 블록체인을 효율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영역을 검토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우선 선박·플랜트 건설에 필요한 자재 재고 관리와 공급망 관리에 블록체인을 적용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다. 블록체인의 무결성 보장, 참여자 간 정보 공유 속성을 살려 플랜트나 선박 건설에서 협력사와 설계도를 공유하거나 블록체인 기반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을 구축하는 데도 블록체인을 적용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협력사와 설계도를 공유하며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뒤늦게 변경된 설계가 반영되지 않아 손해배상이 거론되거나 퇴사 직원이 설계도를 빼내는 등의 사고가 적지 않았다"면서 "실시간으로 동일한 설계도를 공유하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다중서명으로 민감 정보 접근을 통제하고 퇴사 여부도 실시간으로 공유해 접근 권한을 삭제하는 식으로 보안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구축에 활용될 가능성도 높다. 현대중공업그룹 지주회사 현대중공업지주는 국내 시장 점유율 1위 로봇 사업부문(현대로보틱스)을 운영하고 있다. 산업용 로봇 기반 시스템 외에도 자동화 시스템, 스마트팩토리 플랫폼 등을 보유했다.
최근에는 KT와 5세대 이동통신(5G) 기반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개발을 협력하기로 했다. KT의 5G, 클라우드 등 통신 인프라를 현대중공업지주 로봇과 자동화 설비, 스마트팩토리 플랫폼에 적용하고 글로벌 시장 선도에 앞장선다는 복안이다.
이 과정에서 스마트팩토리 플랫폼의 계약·공급망 관리나 사물인터넷(IoT) 보안 등에 블록체인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전망이다. 가트너 등 글로벌 리서치 기업들은 제품이력 증명, 공급망 금융, IoT 플랫폼 보안강화 등에 블록체인 적용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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