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생명과학이 코스닥 상장 10년 만에 최대 위기를 겪고 있다. 인보사케이주(인보사) 허가 취소로 주가가 급락하면서 공모가(2만3500원)도 하회하고 있다.
29일 오전 10시30분 현재 코오롱생명과학은 전날보다 5950원(23.33%) 하락한 1만95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장 초반 1만8750원까지 급락한 데 이어 2만1150원까지 회복했다가 다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날 거래정지가 해제된 후 거래가 재개되자 마자 주가가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날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인보사에 대한 허가 취소 처분을 내리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된 탓이다. 식약처는 인보사케이주의 주요 성분 중 2액이 허가 당시 제출한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로 확인됐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식약처는 자체적으로 시험검사를 벌이고, 코오롱생명과학 현장조사와 미국 현지실사 등 추가 검증을 실시해 2액이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라는 것을 확인했다.
또 식약처는 2017년부터 코오롱생명과학이 2액이 신장세포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지난달 코오롱생명과학은 2017년 코오롱티슈진의 미국 임상용 제품의 위탁생산업체 검사를 통해 2액이 신장세포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공시했다.
2009년 상장한 이후 10년 만에 공모가(2만3500원)도 하회하고 있다. 화려하게 코스닥에 데뷔했지만, 인보사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코스닥 상장 당시 시장의 관심을 받았다. 상장날인 2009년 4월8일 상한가를 기록했다는 게 그 방증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공모가의 2배 정도인 4만7000원에 시초가를 형성한 뒤 14.89% 상승 마감했다. 상장날 종가는 5만4000원이었다.
투자포인트는 티슈진이었다. 당시 정보라 대신증권 연구원은 "세포 유전차 치료제인 '티슈진-C(인보사 개발 프로젝트명)'의 경우 현재 미국에서 임상 1상을 진행 중이고, 국내에선 식품의약품안전청(현재 식약처)로부터 임상 2상을 승인 받는 등 임상시험이 빨라 상업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인보사 가치가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주가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2015년 5월 미국 FDA(식품의약국)로부터 인보사는 임상3상 승인을 받았다. 같은해 코오롱생명과학 주가는 19만4785원(7월3일 종가 기준)까지 올랐다. 공모가의 10배 가까이 주가가 뛴 셈이다.
여기에 정부의 지원까지 이어졌다. 코오롱생명과학은 같은해 10월 정부의 글로벌 첨단 바이오의약품 기술개발사업에도 선정됐다. 당시 보건복지부와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내 바이오산업 역량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워, 코오롱생명과학을 비롯한 4개 회사에 대한 지원을 결정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2015년부터 총 82억원의 정부 지원금을 받았는데, 이번 사태로 지원금도 반환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연구개발을 수행한 경우, 부정행위가 이뤄진 연도부터 부정행위가 적발된 해당 연도까지 출연금 전액을 환수할 수 있다.
여기에 추가로 기존 인보사 수출 계약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해 7월 홍콩과 마카오에 170억원, 몽골에 100억원대 매출이 예상되는 수출 계약을 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에도 인보사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에 코오롱생명과학 주주들은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 주주(socc****)는 "재무가 말해주네 올해 적자 확실하고, 내년엔 상장폐지"라고 꼬집었다. 다른 주주(jang****)도 "공매도 세력들이 목덜미를 강하게 물었는데 주가가 올라갈 것 같냐"며 "만원 초반까지 장기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매매거래 정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당분간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투자심리가 악화할 수 있는 요인이 남아있어서다. 코오롱티슈진에 대해 상장폐지 심사 사유가 발생하면서 매매 거래 정지가 지속되고 있다. 상장폐지 심사 대상에 오를 경우, 코오롱티슈진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코오롱생명과학의 주가도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