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밀레니엄포럼
건설노조 갑질·폴리스라인 침범 등
노조의 불법·탈법 행위 예의주시
7월 '제조업 르네상스' 대책 내놓겠다
[ 김형호/박재원 기자 ]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은 28일 “노조에도 ‘공정성’의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노조의 불법 행위에 엄정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그동안 기술 탈취 등 일부 기업의 불법 행위를 엄벌했지만 앞으로 노조에도 똑같은 잣대를 적용하겠다는 뜻이다.
윤 수석은 이날 한국경제신문사와 현대경제연구원이 서울 반얀트리호텔에서 연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 “최근 일부 노조의 폴리스라인 침범, 국회 담장 무너뜨리기, 건설노조 간 이권 다툼 등의 불법·탈법 행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양대 노총 건설노조들이 서울 강남 아파트 재건축현장에서 벌이는 이권 다툼과 현대중공업 노조의 전면파업 및 회사 임시주주총회장 점거 등 불법 행위가 사회적 수용 범위를 넘어섰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이 과정에서 경찰을 상대로 폭력을 행사하고, 검찰의 출석 요구를 거부하는 등 공권력을 무시하고 있다. 윤 수석은 “과거 노조에 불리하게 기울어졌던 운동장이 많이 개선된 만큼 노조도 불법을 지양하고 상생적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수석은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 “근로자 내부에선 소득 개선 효과가 있지만 임금시장에서 밀려난 분들과 자영업자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내년 최저임금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합리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3대 신성장산업을 선정한 배경에 대해서는 “단기 목표보다 10년 뒤 먹거리 산업의 씨앗을 뿌리겠다는 것”이라며 조만간 별도의 ‘제조업 르네상스 대책’ 발표 계획도 밝혔다. 그는 “중국과 기술 격차가 줄고 있고 과거의 저임금에 기반을 둔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부족하다”며 “7월에 제조업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는 종합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불평등 완화가 목표돼선 안돼" vs "혁신·포용, 둘다 포기 못하는 가치"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은 28일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 “우리 경제가 저성장·저출산 등으로 변곡점에 직면해 있다”며 혁신적 포용 경제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패널들은 ‘혁신’과 ‘포용’의 양립 가능성부터 정부의 경제 인식을 두고 윤 수석과 열띤 공방을 벌였다.
윤 수석은 “과거에는 국내총생산(GDP)이 증가하면 고용과 삶의 질이 개선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최근에는 GDP가 증가해도 소득이 정체되는 계층이 늘고 있다”며 “이들을 아우르면서 지속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게 포용적 혁신국가”라고 설파했다.
혁신과 관련해선 “경제의 역동성을 높이려면 사람, 자본, 기술 등 자원이 자유롭게 흐르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며 “규제 샌드박스 등 규제혁신을 과감하게 추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비메모리반도체, 바이오, 미래차를 3대 신산업으로 선정한 배경에 대해선 “단기 성과가 목표가 아니라 10년 뒤 성과를 올릴 수 있는 산업동력의 씨앗을 뿌리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서는 “영세중소기업 자영업자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임금 근로자 간 불균형은 시정되고 있다”며 “다만 노동시장에서 밀려난 사람과 자영업자에 대한 영향을 어떻게 최소화할지가 고민”이라고 했다.
▷유경준 한국기술교육대 교수=혁신과 포용이 양립할 수 있는가. 혁신은 기존의 것을 파괴한다. 포용은 출발부터 충돌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강조했지만 일자리 창출과 소득분배 개선 모두 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임금주도성장의 이름만 바꿨지 효과가 없다.
▷윤 수석=혁신 과정에 따른 재분배 문제를 사회안전망과 포용정책으로 구체화하겠다는 것이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용어에 논란이 있는데 개인적으론 ‘소주성’이라 쓰고 ‘지속가능 성장’이라 읽는다. 성장이 일자리와 소득, 삶의 질 개선으로 연결되도록 해야 한다.
▷이병태 KAIST 경영공학부 교수=경제 현상을 설명할 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주로 활용하는데 마치 ‘OECD 평균병’에 빠진 나라 같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국은 역대급 최저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우린 제조업 일자리가 줄고 있는데 서비스 혁신은 아무것도 못 하고 있다. 정부가 대출 정책, 카드 수수료 인하까지 결정하는데 일자리가 생기겠나. 반(反)기업 정서를 부추기면서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해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기업에 경영권 보호수단을 주고 노동자 삶의 기준을 글로벌 스탠더드로 맞춘다면 누가 반대하겠는가.
▷윤 수석=OECD 사례는 우리가 해법을 찾을 때 참고가 된다. 카드 수수료 문제는 시장 자율에 맡기면 되지 않았겠느냐는 지적이 있는데 사안이 조금 다르다. 카드회사와 영세가맹점 간 협상력 차이로 카드회사가 광고비용을 많이 늘리고 그 부담은 협상력이 낮은 가맹점에 전가하는 구조였다. 시장 실패에서 발생하는 불완전성을 해소하는 차원이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혁신과 포용을 위해선 진입장벽을 낮춰야 한다. 진입장벽이 불평등을 악화시키고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킨다. 정부가 핀테크(금융기술)산업 활성화를 위해 규제 샌드박스 설치 등의 노력을 하지만 의료 분야의 덩어리 규제는 풀지 못하고 있다. 강자가 많은 부분은 건드리지 못하고 있다.
▷윤 수석=진입장벽을 낮춰야 한다는 필요성에 대해 전적으로 공감한다. 현 정부에서는 규제 철폐라고 하지 않고 규제 혁신이라고 표현한다. 단순히 경제적 문제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와 조화를 고려하기 때문이다. 규제영향을 받게 되는 분야에 대해 여러 이해당사자와 함께 논의 중이고 전향적으로 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노동유연성 부족으로 조선업 등이 구조조정이 안 된 것도 제조업 가동률이 떨어지는 한 원인이다. 이로 인해 과잉생산이 해소가 안 되고, 재고로 쌓이면서 현금흐름이 나빠진다.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이 부실 조선업을 맡으면서 이런 문제를 키운 면이 있는데 정책금융의 개입을 줄여야 한다.
▷윤 수석=경쟁력 잃은 산업이 유지되게 하는 것보다 종사자들의 재교육 등을 보완해 구조조정이 이뤄지게 하는 게 중요하다. 다행히 조선업은 최근 들어 업황이 개선되고 있다. 중소 조선사와 관련한 부분들은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최근 이재웅 쏘카 대표와 최종구 금융위원장 간 설전으로 논란이 된 공유경제 관련 해결책이 필요하다. 진입장벽 관점에서 보면 택시기사들은 기득권이지만 강자는 아니다. 이런 이해관계를 정부가 주도적으로 (관여)할 필요가 있다.
▷윤 수석=최근 차량공유서비스 논란은 단순히 기득권 조정 문제라기보다 공정성 측면이 중요하다. 택시운전기사들이 의사와 같은 기득권 집단은 아니지 않은가. 미래차 등으로 모빌리티에서 혁명적인 변화가 올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 과정에서 한쪽은 규제를 유지하고, 또 다른 한쪽은 규제를 받지 않도록 하는 게 공정한 것인지, 이 부분의 괴리를 어떻게 없애가느냐 하는 게 문제다. 사회적 합의를 모아가는 과정이 중요하고 정부도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
▷강 교수=포용적 성장은 소득의 불평등 완화가 목표처럼 보인다. 성장에 방점을 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하향평준화로 가게 된다.
▷윤 수석=불평등 완화가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에 대해선 생각이 다르다. 국민 개개인이 성장의 과실을 공유할 부분이 있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불평등 해소 자체도 중요 목표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정부 재정에 여유가 있으니 확장재정을 하겠다고 하는데 지금 국가부채 비율이 40%에 육박하고 있다.
▷윤 수석=아직 국가부채 비율이 가계나 기업에 비해 낮아 여유가 있지만 인구구조 변화나 사회복지 지출 등을 생각하면 재정 소요가 빠르게 늘 수 있다. 이 때문에 단기적으로 확장재정정책을 펴면서 중장기적으로 (재정건전성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조 교수=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은 고임금 근로자의 ‘승자의 잔치’가 되고 있다. 또 혁신적 포용성장을 강조하는데 혁신과 포용은 충돌하는 목표다. 마치 ‘동그란 네모’를 그리는 것과 같다. 혁신은 불평등을 먹고살지만 양질의 양극화다. 대·중소기업 간 격차 해소를 말하면서 기술 탈취를 언급했는데 기업의 본질을 잘못 보고 있다.
▷윤 수석=성장과 포용이 상충하는 경우가 있지만 경제학에서 길이 하나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성장 위주로 가야 한다는 조 교수님의 생각도 있지만 우리는 두 개가 다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둘 다 포기할 수 없는 가치이고, 그것이 글로벌 추세다.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장=수출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 물량은 유지되는데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계속되면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의존도가 큰 우리 입장에선 미·중 사이에서 선택의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이럴 때일수록 경제수석이 경제 현안에 좀 더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윤 수석=경제수석이 자꾸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얘기를 하시는데 경제수석은 나서지 않고 일하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김형호/박재원 기자 chs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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