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두산이 오너 일가의 지분매각 소식에 급락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박용곤 그룹 명예회장 작고에 따른 상속세 재원 마련이 이번 매각의 목적일 것으로 추정했다.
두산은 2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5100원(5.10%) 떨어진 9만4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오너 일가가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70만주, 약 700억원어치를 처분했다는 소식이 영향을 미쳤다. 두산은 장중 한 때 7.10% 하락하기도 했다.
박 명예회장의 장남인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지분율 7.3%)과 차남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4.8%), 장녀 박혜원 두산매거진 부회장(2.4%) 등이 상속세를 내기 위해 주식을 일부 현금화한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지난 3월 작고한 박 명예회장 소유 지분은 두산 보통주 28만8165주와 우선주 1만2543주다. 지난 3월 말 현재 해당 지분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지분은 모두 931만5435주로 전체의 51.0%다. 이번 매각 후 지분율은 47.2%로 낮아진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내야할 상속세보다 훨씬 많은 규모를 매각한 것은 오너 일가의 개인적 필요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전일 종가 기준 예상 상속세를 194억원으로 추산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상속세 신고기한이 9월 말로 아직 여유가 있다”며 “회사 분할 이후 주가가 올랐을 때 매각하면 여론이 안좋을 것으로 예상해 서둘러 처분한 것 같다”고 말했다. 두산은 오는 10월 연료전지(두산퓨얼셀)와 소재(두산솔루스) 사업부문을 떼어내는 인적분할을 실시할 예정이다.
주요 계열사 주가가 전반적으로 부진한 가운데 이뤄진 오너 일가의 지분매각은 시장에 부정적 신호를 전달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두산중공업은 2017년 10월 정부의 ‘탈원전 로드맵’ 확정 등의 악재로 지난 1년 반 동안 3분의 1토막났다.
두산건설은 지난해 대규모 손실을 내면서 사상 최저가 수준에 머물고 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오너 일가의 정확한 매각이유는 모른다”고 말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