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슈와브챌린지 4타차 정상
10개월 만에 통산 3승
[ 조희찬 기자 ] 2004년, 당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최연소로 퀄리파잉스쿨을 통과한 재미동포 케빈 나는 이후 첫 승까지 8년이 필요했다. 지난해 거둔 두 번째 우승까진 7년이 걸렸다. 그리고 10개월 만에 3승이 나왔다. 27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의 콜로니얼CC(파70·7209야드)에서 열린 PGA투어 찰스슈와브챌린지(총상금 730만달러) 최종라운드에서 케빈 나는 4언더파 66타를 쳤고 최종합계 13언더파 267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2위를 4타 차로 제압한 완벽한 승리였다.
‘딸 바보’ 케빈 나, 아이 태어나고 2승
15년간 3승을 거둔 케빈 나는 그중 2승을 딸 소피아가 태어난 2016년 8월 이후 거뒀다. 한때 스윙 입스(yips)가 와 ‘슬로 플레이’로 인해 갤러리들에게 조롱받던 그였다. 좀처럼 웃지 못하던 그는 가정을 꾸린 이후 모든 게 편안해졌다. 평소 그는 대회장에 가면 소피아를 번쩍 들어 목말을 태우고 돌아다닌다. 이날 우승을 차지한 그를 향해 달려나가던 소피아에게 “아빠가 우승했잖아!”라고 말하고, 만삭인 아내의 배를 만지며 “어우~ 우리 아기”라고 즐거워하던 그의 표정에서 ‘가족 앞에서 모든 것을 이룬’ 행복감이 묻어났다.
케빈 나는 “작년에 우승했을 때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고 오늘은 마음이 편안해 세 번째 우승이 더 빨리 온 것 같다”며 “항상 최선을 다하고 우승을 많이 하는 것이 목표며 개인적으로는 좋은 아빠가 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둘째는 아들이었으면 좋겠다”며 해맑게 웃었다.
벌써 상금 3000만달러…‘꾸준함의 힘’
케빈 나는 이 대회 우승으로 우승상금 131만4000달러(약 15억6800만원)를 챙기면서 PGA투어 통산 상금 3000만달러를 돌파했다. PGA투어에서 상금으로만 3000만달러 이상을 모은 건 케빈 나가 34번째다. 한국(계) 선수로 좁히면 ‘탱크’ 최경주만 이 고지를 밟았다.
그는 장타가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인 PGA투어에서 오로지 쇼트게임으로 살아남은 ‘악바리’다. 화려함은 없지만 묵묵히 제 길을 걸어왔다. 그는 웨지로 탄도 볼 스핀양 등을 자유자재로 조절한다. 그는 “어려서부터 골프를 운동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놀이처럼 즐겼다. 일부러 어려운 코스, 어려운 상황에서 다양한 샷을 해보는 것에 재미를 느꼈고 기술이 그럴 때마다 늘었다”고 말했다.
데뷔 후 한 번도 투어 카드를 잃어버리지 않았다.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것도 딱 한 번뿐이다. 케빈 나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세계랭킹에서 지난주 52위보다 21계단 오른 31위로 도약했다.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했고 내년 마스터스 등 주요 대회 출전권도 손에 넣었다.
11년지기 캐디에게 1억원 넘는 차 선물
케빈 나는 우승 후 부상으로 받은 클래식 승용차를 그 자리에서 ‘11년지기’ 캐디 케니 함스에게 선물로 줘 보는 이들을 흐뭇하게 했다. 함스는 평소 코스 안에서 케빈 나와 티격태격 말다툼을 벌이기도 하는 ‘절친’이다. 11년째 헤어지지 않고 우정을 지켜오고 있다. 그는 전날 열린 3라운드에서 케빈 나를 위해 갤러리와 싸우기도 했다. 당시 11번홀에서 케빈 나가 벙커 샷을 할 때 갤러리 쪽에서 소음이 들렸고 케빈 나는 샷 실수를 했다. 함스는 소리를 낸 여성 팬에게 호통치며 주의를 주기도 했다.
케빈 나는 “케니와 나는 형제나 마찬가지”라며 “이런 멋진 선물을 주게 돼 기쁘다. 그는 그만한 선물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케빈 나가 캐디에게 선물한 이 차량은 1973년형 닷지 챌린저 모델로 약 11만달러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활’을 노리던 조던 스피스(미국)는 2오버파 72타를 쳐 최종합계 5언더파 공동 8위로 내려앉았다. 이경훈은 6오버파 공동 64위, 안병훈은 7오버파 68위에 머물렀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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