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뇌관'으로 부상
한국당 "서훈 즉각 물러나라"
양정철 "사적인 만남이었다"
[ 임도원/박재원/김소현 기자 ] 양정철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 간 회동이 정국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여당의 국회의원 총선거 전략을 짜는 싱크탱크 수장과 국가 최고 정보기관장이 비공개 자리에서 만난 것에 대해 국정원의 총선 개입 의혹이 일고 있다. 양 원장은 “사적인 만남이었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야당에서는 진상 규명과 함께 서 원장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야당 “국정원 선거 중립 물 건너가”
자유한국당은 27일 논평을 통해 “최근 양 원장과 서 원장이 서울 강남의 한 식당에서 가진 ‘네 시간의 밀회’가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며 “가까이할 수도, 가까이해서도 안 될 두 사람이 네 시간에 걸친 밀회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국가 정보기관의 내년 총선 개입이 본격화된 것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당은 서 원장에 대해 “즉각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한국당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매우 심각한 위기에 처한 때 국정원장이란 사람이 본분을 망각한 채 여당 총선 도우미를 자처하고 나섰다”며 “이미 국정원의 선거 중립은 물 건너갔고, 선거 공정성에 대한 국민 신뢰는 바닥에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양 원장에 대해서도 “정보기관을 총선에 끌어들이려는 음습한 시도를 즉각 중단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바른미래당은 “집권 여당의 직속 연구원 원장이 국정원장을 만날 이유가 무엇인지 국민들 눈에는 의아하게만 보인다”고 꼬집었다. 민주평화당은 “총선 승리가 촛불혁명의 완성이라고 오만하게 떠들더니 국정을 농단한 지난 정부와 다른 게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인터넷 매체 ‘더 팩트’는 양 원장과 서 원장이 지난 21일 서울 강남의 한 한정식 식당에서 네 시간 이상 회동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양 원장은 여의도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오후 6시20분께 식당에 도착했고, 오후 10시45분께 서 원장과 함께 식당에서 나오는 모습이 목격됐다. 이날 민주연구원은 국회에서 ‘사회적 경제, 문재인 정부 2년 평가와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으나, 양 원장은 신임 수장으로서의 첫 공식행사인 토론회에 불참한 채 회동에 참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양 원장은 2년 전 정치권을 떠났다가 지난 14일 민주연구원장으로 복귀했다. 지난 16일에는 국가 의전서열 2위인 문희상 국회의장을 정당 싱크탱크 수장으로는 이례적으로 배석자 없이 단독으로 만나 주목받기도 했다.
정보위 개최에는 이견
야권은 이번 사태에 대한 처리 방안에 대해서는 엇갈린 의견을 내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국정원을 관할하는 국회 상임위원회인 정보위원회 소집을 주장하고 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보위를 즉각 열어 사실관계부터 확인해야 한다”며 “(정보위원장인)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과 의논해서 개최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당은 국회가 정상화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보위 개최를 거부하고 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정보위는 국회 정상화와 연계해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라며 “당 차원에서 서 원장을 불러 설명을 듣는 방법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 원장 “민감한 대화 없었다”
양 원장은 “사적인 지인 모임이어서 특별히 민감한 이야기가 오갈 자리도 아니었고, 그런 대화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당일 만찬은 독대가 아니라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지인과 함께한 만찬”이라며 “서 원장께 모처럼 문자로 귀국 인사를 했고, 서 원장이 저도 잘 아는 일행과 원래 잡혀 있던 모임에 같이 가자고 해 잡힌 약속”이라고 밝혔다.
청와대와 여당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자리에서 어떤 말들이 오갔는지가 중요할 텐데, 보도를 보니 사적인 만남이라고 한다”며 “그 안에서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 정치 개입 혹은 국정원에 대한 청와대 입장 등을 말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야당 비판에 대해 “많은 가정을 하면서 아무 팩트도 없이 부적절하다고만 한다”고 지적했다.
임도원/박재원/김소현 기자 van7691@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