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거래소 '픽코' IEO 흥행
'용감한형제코인' 5000만개 완판
마이크레딧체인 1000만개도 소진
[ 윤희은 기자 ]
비트코인 가격이 뛰면서 침체돼 있던 가상화폐 시장이 되살아나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빗썸은 최근 두 달 사이 17개의 신규 가상화폐를 상장시켰다. 가상화폐 거래소 픽코는 신규 국산 가상화폐 두 종 6000만 개를 완판하는 기록을 세웠다.
비트코인, 7월 선물거래 시작
지난 2월 300만원 수준까지 떨어졌던 비트코인이 본격적으로 반등하기 시작한 건 이달 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 모회사인 인터콘티넨털익스체인지(ICE)의 가상화폐 선물거래소 ‘백트(Bakkt)’가 영업 일정을 확정지으면서부터다.
백트는 당초 지난해 말 영업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미국 금융당국의 승인이 늦어지면서 반 년 가까이 일정을 연기했다. 올해 초엔 가상화폐 업계에서는 “미국 금융당국이 비트코인 ETF(상장지수펀드) 승인을 1년 넘게 연기한 상황에서 시장에 남은 유일한 호재는 백트뿐”이라는 얘기가 나돌았다.
한동안 감감무소식이던 백트의 영업 일정이 정해진 것은 지난 13일이다. 켈리 로플러 백트 최고경영자(CEO)가 블로그를 통해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와 협력해 7월부터 비트코인 선물계약 테스트(UAT)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첫 비트코인 선물거래가 성사된다는 의미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떠나갔던 기관투자가들이 다시 돌아왔다. 이달 초 600만원대 초반에 머물러 있던 비트코인 가격은 보름 만에 900만원대 중후반까지 치솟았다.
한 가상화폐 전문가는 “위축됐던 기관 투자 시장이 다시 살아나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조만간 1000만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고 말했다.
‘용감한형제코인’ 5000만 개 완판
가상화폐시장이 부활하면서 신규 가상화폐의 완판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가상화폐거래소 픽코에 따르면 지난 23~24일 이틀에 걸쳐 이뤄진 사전판매에서 ‘브레이브사운드토큰(BRST)’ 물량 5000만 개가 모두 팔려나갔다.
BRST는 빅뱅, 씨스타 등을 프로듀싱한 용감한 형제가 주축이 돼 개발한 가상화폐다. ‘K팝 코인’이라는 콘셉트로 개발됐다. 스트리밍 전용 플랫폼 ‘브레이브(Brave)’(가칭)에서 주로 쓰인다. 브레이브는 중개자 없이 가수들이 직접 자신의 콘텐츠를 등록하고, 이를 소비자가 실시간으로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BRST는 개당 21원에 거래됐다. 총 4차에 걸쳐 판매됐고, 판매 때마다 약 2시간 남짓한 시간 안에 모든 수량을 소진했다.
픽코는 앞서 국내 핀테크(금융기술) 업체 마이크레딧체인이 개발한 가상화폐 1000만 개도 완판시켰다. 1차 판매 물량 200만 개는 5분 만에, 2차 판매 물량 200만 개는 50분 만에 모두 팔려나가는 기록을 세웠다. 개당 판매가격은 10~30원이었다.
픽코가 진행한 것은 가상화폐공개(ICO)의 일종인 거래소공개(IEO)다. 가상화폐에 대한 자체 검증을 마친 가상화폐거래소가 일정 물량을 독점 상장한 후 대신 판매하는 것이다. 가상화폐 업계에서는 향후 IEO가 ICO를 완전 대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비트·빗썸, 신규 상장 잇따라
가상화폐 거래소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업비트는 지난 달 초부터 지난 26일까지 원화마켓과 BTC(비트코인)마켓을 통틀어 12개의 신규 가상화폐를 상장했다. 썬더코튼, 코스모스, 아르고, 티티씨프로토콜, 펀디엑스, 앵커 등 낮은 가격대의 신규 가상화폐였다. 빗썸도 최근 두 달 새 믹스마블, 코넌, 앵커, 오브스, 밸러토큰 등 5개를 상장했다.
신규 가상화폐 상장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한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얼어붙었던 시장이 살아나면서 중단했던 가상화폐 개발팀이 다시 움직이고 있다”며 “하반기에는 상장되는 가상화폐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반적인 국내 가상화폐 거래시장은 과거에 비해 많이 위축됐다는 평가다. 26일 기준으로 세계 가상화폐 거래시장에서 원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1.93%에 불과했다. 달러화(50.33%), 엔화(42.55%), 유로화(2.19%)에 이어 네 번째다. 한때 30~40% 비중까지 치솟았던 것을 고려하면 대폭 줄어든 규모다.
가상화폐 업계 관계자는 “2017년 말부터 국내 금융당국이 집중적으로 가상화폐 거래 규제에 나서면서 대다수 투자자가 이탈하거나 해외 거래소로 빠져나간 영향”이라고 말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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