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에 압박 강도 높이는 美
"수출국 통화 저평가됐다면
자국산업 보호 통화보조금 해당"
위안화 평가절하 사전 차단 포석
[ 강동균/주용석 기자 ]
미국이 중국에 사실상의 ‘환율전쟁’을 선포했다. 관세전쟁에 환율 카드까지 얹어 중국의 저항을 무력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중국이 향후 미국에 대한 보복 카드로 위안화 가치 평가절하를 들고나올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다. 미국은 여기에 ‘화웨이 때리기’에 동맹국이 적극 동참해줄 것을 요청해 전선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공세 수위 높이는 미국
미국 상무부는 23일(현지시간) 교역 대상국이 통화가치를 의도적으로 낮추는 것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통화 보조금’에 해당한다고 보고 상계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상계관세는 보조금이 지급된 수입품으로 자국 산업에 피해가 생겼을 때 부과하는 관세다. 상무부가 추진하는 방안은 보조금 판정 기준에 수출국의 통화 가치 절하를 포함하겠다는 것이다. 이 조치가 시행되면 달러 대비 통화 가치가 하락한 국가에 미국은 추가 관세를 물릴 수 있게 된다.
스콧 린시컴 미 케이토연구소 연구원은 “저평가된 통화를 보유한 것으로 드러난 국가로부터 수입한 어떤 상품에라도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문을 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환율 상승분을 정부의 부당한 보조금으로 보겠다는 미국의 판단은 극히 이례적”이라며 “통화·재정 정책을 무역과 연계해 조치하는 것도 선례를 찾아볼 수 없다”고 전했다.
미 정부의 이번 발표는 우선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중국 정부가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도록 조작해 수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미 재무부는 작년 하반기 환율보고서에서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진 않았지만 ‘관찰대상국’으로 유지했다.
지난 9일 워싱턴DC에서 열린 미·중 무역협상이 결렬된 후 23일까지 위안화 기준환율은 11일 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환율이 올랐다는 건 위안화 가치가 그만큼 떨어졌다는 뜻이다. 23일엔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6.8994위안이었다. 다만 미국 발표 이후 나온 24일 고시환율은 6.8993위안으로 소폭 내렸다. 관리변동환율제를 택하고 있는 중국에선 외환시장이 문을 열기 전 인민은행이 기준환율을 고시한다.
외환시장에서의 위안화 환율은 이미 6.9위안을 넘어섰다. 시장에선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조만간 위안화 환율이 중국 정부가 마지노선으로 삼고 있는 달러당 7위안을 넘어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화웨이 압박 강도도 높여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무역협상에 합의하면 최근 거래 제한 조치를 취한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23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미국과 중국이 합의에 이르면 합의의 일부나 일정한 형태로 화웨이가 포함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들이 안보적, 군사적 관점에서 해온 일을 보라. 매우 위험하다”며 화웨이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화웨이와 관련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보다 발언 수위를 높였다. 그는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그들이 중국 정부와 일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폼페이오 장관은 “화웨이는 중국 공산당과 깊이 연관돼 있다”며 “이런 연결고리의 존재는 화웨이 통신장비를 통과하는 미국 정보를 위험에 빠뜨린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를 다니면서 각국 정부 수장에게 화웨이 장비 채택에 따른 국가안보의 위험성을 설명하고 있다”고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앞서 영국을 방문해 화웨이 장비 배제를 촉구했다.
이날 일본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재팬은 휴대폰과 노트북, 태블릿PC 등 화웨이의 모든 제품 판매를 중단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4일 현재 아마존재팬 웹사이트에는 스마트폰을 비롯해 태블릿PC 등 거의 모든 화웨이 제품이 ‘재고 없음’으로 표시돼 있고, 재입고 예정도 없는 것으로 돼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구글, 인텔, 퀄컴, 브로드컴 등 미국 기업과 영국의 반도체 설계회사 ARM, 일본과 대만의 통신회사 등이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하거나 신제품 판매를 무기한 연기했다.
베이징=강동균/워싱턴=주용석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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