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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마켓, 위메프·옥션 제치고 이용시간 1위 오른 '불편한 쇼핑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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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도전했다
(10) 레드오션에도 살길은 있다

반경 6km 이내 상품만 뜨는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



[ 윤희은 기자 ] 이상한 중고품 거래 플랫폼이 있다. 상품을 검색하면 내가 거주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반경 6㎞ 안에서 등록한 상품만 뜬다. 먼 곳의 이용자와 거래해도 상관없으니 상품을 더 보여 달라고 해도 방법이 없다. 이 불편한 플랫폼이 지난해 말 평균 이용시간 국내 1위에 올랐다. 위메프와 옥션 등 쟁쟁한 쇼핑몰을 따돌렸다. ‘당신의 근처’라는 의미의 지역 기반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 얘기다.


지역 기반 플랫폼으로 포화시장 진입

당근마켓은 카카오 출신 기획자와 개발자의 합작품이다. 서비스 기획은 김용현 공동대표(사진), 개발은 김재현 공동대표가 맡았다. 카카오에서 지역 기반 서비스를 기획한 두 사람은 2013년 3월 위치 기반 장소추천 서비스 ‘카카오플레이스’를 선보였다. 아이디어 대부분을 구현했지만 썩 만족스럽진 않았다.

그 무렵 인트라넷 중고거래 게시판이 두 사람 눈에 들어왔다. 당시 카카오에선 직원 간 중고거래가 인기였다. “‘쿨매(쿨한 매매)’로 10만원에 팝니다”라는 글귀와 함께 스마트폰, 게임기 사진을 올리면 10분이 되지 않아 물건이 팔려나갔다. 중고거래 게시판을 수시로 드나들며 습관적으로 ‘새로고침’을 누르는 직원이 부지기수였다.

두 사람은 직원들이 중고나라, 번개장터와 같은 중고거래 사이트 대신 사내 게시판에 집착하는 이유를 고민했다. 같은 회사 직원끼리의 거래라 제값을 받기 힘든데도 내부 거래를 원하는 심리가 이해 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결론은 평판과 접근성이었다. ‘직원 게시판을 이용하면 물건을 잘못 살 확률이 낮다’는 믿음이 힘을 발휘했다는 설명이다. 거래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없다는 점도 게시판이 인기를 끈 요인 중 하나였다.

‘사내 중고거래 게시판을 확장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나온 비즈니스 모델이 지역 기반 중고거래 플랫폼이다. 두 대표는 2015년 회사를 그만두고 그해 7월 당근마켓을 설립했다. 첫 타깃은 경기 성남시 판교에서 일하는 정보기술(IT)회사 직원들이었다. 아이디어를 긍정적으로 봐주긴 했지만 거래는 시들했다. 상황이 달라진 것은 2016년이다. 서비스 지역을 서울 강남과 경기 분당 등으로 넓히면서 이용자가 본격적으로 늘어났다.


한 달 거래액 400억…지역 커뮤니티로 확장

당근마켓의 비즈니스 모델은 단순하다. 지역 주민이 내놓은 물건만 검색할 수 있도록 한 게 전부다. ‘제한된 지역에서 거래가 얼마나 일어나겠느냐’는 반응이 나올 수 있다.

당근마켓의 두 창업자는 반대로 생각했다. 김용현 대표는 “최신형 스마트폰을 팔고 싶어도 가까운 거리에서 빠르게 구매자를 만난다는 보장이 없어 포기하는 사람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거래 편의성과 접근성에 집중하자는 전략이 나온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이용자는 당근마켓의 거래 지역을 더 넓혀달라는 민원도 내놓고 있지만 김용현 대표는 손사래를 친다. 그는 “오히려 더 좁혀야 한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고 했다. 당근마켓의 차별화된 콘셉트를 지키기 위해서다. 기존 중고거래 플랫폼은 물건을 거래하는 게 목적이다. 이에 비해 당근마켓은 ‘안 쓰는 물건을 동네사람에게 나눠준다’는 개념에 가깝다. 당근마켓에서 거래되는 물품 가격은 일반 중고거래 플랫폼보다 30%가량 저렴하다.

당근마켓은 지난해 4월 한국 소프트뱅크벤처스로부터 45억원을 투자받았다. 김 대표는 “국내에서 성공한 지역 기반 플랫폼이 없어 당근마켓의 가능성을 높게 봐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회사가 지금까지 유치한 투자금은 80억원이다. 최근 기준 월 거래액도 400억원 수준까지 올라왔다.

얼마 전엔 ‘동네생활’이라는 서비스를 새롭게 선보였다. 지역 주민끼리 궁금한 것을 질문·답변하고, 구인구직 정보 및 각종 동네 이야기를 공유하는 서비스다. 김 대표는 “도시화로 인해 사라진 동네 커뮤니티 문화를 당근마켓을 통해 부활시키려 한다”고 말했다.

당근마켓 모델로 해외에 진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한국과 비슷한 동남아시아 시장 등을 눈여겨보고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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