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이름 그대로 감성 담아
가장 편안한 전기차
1회 충전 시 최대 450㎞ 달려
메르세데스벤츠가 133년 만에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공식적으로 내연기관을 종식하고, 순수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첫 결과물이 최근 선보인 ‘더 뉴 EQC’다. 2016 파리모터쇼에서 공개한 콘셉트카 이후 2년 넘게 담금질을 되풀이해 세상에 나왔다.
경쟁업체에 비해 늦은 출발이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 이상이다. 직접 몰아보니 ‘다르면 얼마나 다를까’ 하는 의구심은 사라졌다. 벤츠가 전기차를 바라보는 눈높이는 월등히 높았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글로벌 미디어 시승 행사에서 더 뉴 EQC를 타고 도심 한가운데와 교외 등 약 120㎞ 구간을 달려봤다. 벤츠를 상징하는 ‘삼각별’ 그대로 편안한 승차감을 자랑했다.
더 뉴 EQC는 멀리서 봐도 한눈에 들어오는 외관 디자인을 하고 있다. 미끈하고 마치 조약돌처럼 옆면을 우아한 곡선으로 처리했다. ‘진보적인 럭셔리’라는 디자인 철학을 반영했다.
문을 열고 실내를 둘러보면 ‘고급스러움’을 앞세운 게 가장 눈에 띄었다. 운전대(스티어링 휠)과 시트 가죽은 유난히 촉촉했다. 엉덩이, 등받이 부분은 신소재 알칸타라를 사용했다. 대시보드에는 10.25인치 디스플레이 2개가 자리 잡고 있다.
시동을 걸자 안전띠를 매지 않았을 때 내는 경고음만 들려왔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공차 중량만 2425㎏에 달하는 육중한 차체에도 앞으로 미끄러지듯 나아갔다. 전기 모터의 부드러운 주행 질감이 강점이었다.
더 뉴 ECQ는 한적한 도로 위에서 본모습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서스펜션(충격 흡수장치)은 설정이 무척이나 유연했다. 노면이 고르지 못한 도로를 지났지만 승차감이 떨어지지 않았다. 마치 고급 요트를 타는 듯한 느낌을 줬다. 엔진이나 선실 없이 바람의 힘으로 항해하는 ‘세일링 요트’ 같았다.
특히 흉내 내기 힘든 벤츠만의 분명한 ‘감성’이 담겨 있다. 전기차라고 해서 이질적인 측면이 없는 이름 그대로 ‘벤츠’다. 바닥 전체에 깔린 배터리와 낮은 무게 중심에서 오는 안정감, 노면 소음이나 바람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 정숙성은 다른 전기차보다 월등하게 좋았다. 이 차는 전후 무게를 49 대 51로 완벽하게 배분했다.
이뿐 아니라 출발하자마자 최대 토크를 낼 수 있는 전기 모터의 특성 덕분에 어마어마한 가속력을 뽐냈다. 잠시 방심한 사이 속도계 바늘은 시속 100㎞를 가리켰다. 더 뉴 EQC는 최대 토크가 78.0㎏·m에 달하며 408마력을 도로 위에 쏟아낸다. 고성능 브랜드 메르세데스 AMG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성능이다.
다만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만큼 날렵한 움직임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활주로에서 뒷바퀴가 미끄러지는 방향으로 운전대를 트는 ‘카운터 스티어’를 해도 빙그르르 한 바퀴 돌면서 중심을 잡지 못했다. 편안한 주행과 넉넉한 실내 공간에 초점을 맞춘 탓이다.
더 뉴 EQC에는 여러 첨단 주행보조 기능도 장착됐다. 회생제동 시스템은 스스로 개입 정도를 조절한다. 앞차 속도와 경사도 등을 실시간 분석해 긴 주행가능 거리를 확보하는 ‘에코 어시스트’ 기능도 들어가 있다. 지능형 운전 모드 ‘맥스 레인지’를 선택하면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다.
이 밖에 차선 유지와 이탈 경고, 제동을 거는 능동형 브레이크 어시스트 등 첨단 반자율 주행보조 시스템, 카메라가 길을 실시간으로 촬영해 보여주고 화살표를 띄우는 내비게이션, MBUX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기본 사양으로 적용된다.
장점이 많은 차였지만 아쉬운 점도 보였다. 더 뉴 EQC는 80㎾h 용량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해 한 번 충전하면 최대 450㎞(유럽연비측정방식·NEDC 기준)를 달릴 수 있다.
유럽 판매 가격(약 9300만원 선)을 감안할 때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떨어진다. 여기에 벤츠의 첫 번째 전기차란 점 이외에 마음을 사로잡는 요소가 부족한 듯한 생각이 들었다.
벤츠는 독일 브레멘 공장에서 더 뉴 EQC를 혼류생산 한다. 한국 시장 출시 시기는 연내다.
오슬로=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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