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 논란' 같은 끝없는 신구산업 갈등
넋놓고 기다리기만 해서는 해결 못해
정교한 정책 설계와 실현 의지가 중요
이경전 < 경희대 교수·경영학 >
1993년 8월, 김영삼 대통령은 ‘금융실명제’를 전격 공표했다. 당시 우리 사회는 금융실명제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다소 부작용은 예상했지만 대통령이 비밀리에 준비해온 이 정책을 지지했다. 재산을 차명으로 관리해온 사람에게는 타격이 있겠지만 정부는 유예기간을 두고 실명화를 유도했다.
며칠 전 택시기사가 또 분신했다. 그 기사는 “타다의 비즈니스 모델은 꼼수”라고 주장했다. 타다의 비즈니스 모델은 꼼수가 맞다. 타다는 ‘11인승 이상의 렌터카는 운전사를 동반해 대여할 수 있다’는 조항을 활용해 사실상 택시 서비스업에 진출했다.
이런 꼼수 비즈니스 모델의 탄생과 택시기사 분신의 1차 책임은 정부에 있다. 잘못된 제도는 잘못된 지식을 낳는다. 한마디로 꼼수를 낳고, 그 결과 사회적 약자의 극단적 선택이란 결과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우버 같은 새로운 차량 공유 모빌리티 서비스를 찬성하는 여론은 택시기사의 분신을 폄하하기도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이것은 한 개인의 문제로 돌릴 수만은 없는 사회적 현상임이 분명하다.
그럼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택시기사를 희생시키지 않고 혁신 성장하는 길은 무엇인가. 먼저 ‘개인택시 면허를 국가가 매입해 연금 형태로 지급한다’는 국토교통부 정책을 하루 빨리 시행해야 한다. 현재 개인택시 면허 보유자는 16만여 명이며, 이 중 65세 이상은 5만여 명이다. 우선 65세 이상인 분들의 면허를 매입하는 방안을 생각해 보자. 경매 방식을 적용할 수 있겠다. 상한가와 하한가를 정해놓고 경매 기간에 면허를 내놓게 하는 방식이다.
16만여 개를 순차적으로, 5만5000여 개씩 3차에 걸쳐 매입하면 개인택시 면허 소지자는 1, 2, 3차 중 어느 경매에 참여할 것인지 선택할 것이다. 각자의 사정에 따라 매도 가격을 제시하게 된다. 예를 들어 1차로 5만5000개를 매입할 경우, 판매자들이 입찰한 가격을 오름차순으로 순서를 매겨 5만5000번째 가격에 정부가 일괄 구매하면 된다.
가령 가장 비싸게 팔고 싶은 사람은 1억원을 제시할 것이고 싸게 팔아야 하는 사정이 있는 사람은 5000만원을 제시할 것이다. 가격이 싼 순서대로 정렬해 5만5000번째 가격이 만약 6500만원으로 나오면 모든 면허 판매자가 6500만원에 면허를 국가에 판매하게 된다. 여기에 필요한 재원은 약 3조5000억원이란 계산이 나온다. 이렇게 세 번에 걸친 경매를 통해 개인택시면허를 모두 국가에 귀속시킬 수 있다. 예산은 10조원 이내이며 어쩌면 3조원 이내에서 해결할 수도 있다. 이 자금은 일부 민간으로부터 확보할 수도 있는데, 관련 모빌리티 사업자들이 경매 방식으로 입찰하게 할 수 있다.
여러 이해관계자가 있고 경로 의존적인 사건들로 얽힌 시장 경제에서 사회적 문제는 단순한 이데올로기나 정치적 선언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대책 없이 수수방관해서도 안 된다. 정책의 효과와 부작용을 면밀하게 고려하는 정교한 정책 메커니즘의 설계가 필요하다.
김대중 정부는 ‘세계 제일의 전자정부’란 비전을 갖고 전자정부특별위원회를 설치했다. 당시 안문석 위원장은 임기 중 전자정부법을 제정했다. 특위는 대통령에게 큰 신임을 받았으며 대통령은 특위에 힘을 실어줬다. 그 결과 대한민국 전자정부는 2010년, 2012년, 2014년에 유엔 전자정부 개발지표 부문에서 1위를 했고, 2004년 이후 지금까지 ‘톱10’을 유지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4차 산업혁명위원회와 김대중 정부의 전자정부특별위원회의 차이는 너무 크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이 전자정부특위에 그랬던 것처럼, 4차 산업혁명에서 제일 앞서는 나라를 만들어가자고 선언한 뒤 위원회에 힘을 실어주기를 바란다. 그 결과 몇 년 후 세계의 4차 산업혁명 추진지표에서 대한민국이 1위 하기를 기대한다. 김영삼 대통령이 금융실명제를 추진했던 것처럼 과단성 있고 주도면밀하게, 김대중 대통령이 전자정부를 발전시켰듯이 비전과 능력을 가지고 일을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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