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감축 따른 임금 감소를 세금으로 메워주게 돼
[ 추가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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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노조 “월 최대 110만원 임금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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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지난해 7월부터 주 52시간제를 시행하면서 버스업계에 대해 1년 동안 유예했다. 이 유예가 오는 7월 1일부터 종업원 300인 이상의 버스업체에 한해 풀린다. 내년 1월 1일부터는 50인 이상 버스업체로 주 52시간제가 확대된다. 이렇게 되면 버스 기사들의 주당 노동시간은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감소한다.
노조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유지하더라도 월 3~4일 정도 근무시간이 줄고 임금도 월 80만~110만원가량 감소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별도로 지방 버스 노조는 차제에 서울시 버스 기사 수준으로 임금을 올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파업 계획을 주도한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은 “이번 파업은 조합원의 생활 및 임금 수준에 관련된 생존권 투쟁”이라고 강조했다. 자동차노련에 따르면 버스 운전기사들의 임금은 월평균 346만원이다. 기본급(169만원) 비중이 49%다. 주 52시간제가 시행되면 초과근무수당 등의 감소로 임금이 약 30% 줄어든다는 게 자동차노련 측 얘기다.
임금·요금 인상에 일단 합의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버스업계가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으로 신규 채용해야 하는 운전기사는 1만5000여 명에 달한다. 이들에게 급여를 주는 데 7300여억원이 필요하다. 자동차노련은 “근로시간 단축으로 연말까지 추가 인력 1만5000여 명이 필요한데도 지난해 7월 이후 신규 채용자는 1250명에 불과했다”며 “이대로 가면 버스 운행 파행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버스회사들은 노조 주장대로 운전기사를 충원하면 인건비 부담을 감당할 수 없다며 지자체에 요금 인상을 강력히 요구했다. 서울·인천 등 지자체들은 주 52시간제 도입이 요금 인상 요인이 될 수 없다는 방침을 내세웠지만 결국 임금 인상에 일단 합의했다. 전국 최고 수준의 임금(월평균 422만원)을 지급하고 있는 서울권 버스는 3.6% 인상하는 데 합의했다. 인천시는 버스기사 임금을 올해 8.1%, 2020년 7.7%, 2021년 4.27% 올리는 등 3년에 걸쳐 20% 이상 높이기로 했다. 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하고 있는 서울과 인천에서 요금 인상 없이 임금을 올리면 예산을 더 투입할 수밖에 없다.
버스 준공영제는 지자체가 버스에서 나오는 모든 수입을 계산한 다음 각 버스회사에 분배금 형식으로 재지급하는 방식이다. 적자는 모두 세금으로 보전해준다.
서울시는 시내버스 적자를 메우기 위해 작년에만 총 5402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인천시 역시 올해 준공영제 예산이 당초 계획보다 170억원 늘어난 1271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당초 요금 인상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버티던 경기도 역시 시내버스 요금을 200원, 광역버스 요금을 400원씩 각각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서로 책임을 미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각 지자체는 주 52시간제를 주도한 중앙정부가 책임져야 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각 지자체의 시내버스에 대한 국비 지원은 원칙상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광역버스 준공영제를 확대하기로 했다.
■NIE 포인트
근로시간을 단축한 주 52시간 근로제의 양면성에 대해 토론해보자. 버스 기사와 회사, 정부의 입장에서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는 논리를 찾아보자.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비용을 정부가 부담하면 어떤 부작용이 생길지 토론해보자.
추가영 한국경제신문 지식사회부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