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 곳곳서 3천~1만원에 판매
中 보따리상이 들여온 모조품
삼성 로고 붙여 반값에 팔기도
[ 이주현 기자 ] 서울 도심에서 국내 대기업 브랜드의 ‘짝퉁’ 이어폰이 버젓이 팔리고 있다. 해당 브랜드의 사옥이 있는 지하철역 주변에서도 판매되지만 경찰이 사실상 단속에 손을 놓고 있어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16일 서울 지하철 1·2호선 신도림역의 한 지하상가에선 ‘삼성전자 정품 이어폰’ 스티커가 붙은 이어폰을 1만1000원에 팔고 있었다. 정가(2만원)보다 절반가량 저렴한데 제품 포장 뒷면에 삼성전자 로고와 일련번호까지 붙어 있었다. 제조사에 정품 여부를 확인해본 결과 모조품이었다. 심지어 삼성전자 서초동 사옥과 연결된 강남역 지하상가에서도 다수의 상점에서 ‘삼성전자 정품’으로 둔갑한 이어폰을 판매 중이었다. 인근 노점상에서는 “모조품과 공장에서 따로 빼온 정품 두 종류를 같이 사면 7000원에 준다”는 호객 행위를 벌이며 행인들을 끌어모았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노상에서 3000~1만원 안팎에 판매되는 모조 이어폰은 이른바 ‘보따리상’이 중국, 베트남 등의 해외 공장에서 대량으로 들여온 제품이다. 유통업자가 이를 개당 2000~3000원을 주고 공장에서 들여온 뒤 1000원 이상 마진을 붙여 소매상에게 공급하는 식이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이어폰은 다른 전자제품보다 모방하기 쉽다”며 “세관 단속을 피하기 위해 브랜드 로고를 표시하지 않은 채 들여온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명품 가방과 달리 이어폰은 가격 차가 천차만별이고 판매 경로도 다양해 일일이 단속하기 어렵다”며 “소비자가 해당 업체 등에서 정품 여부를 확인해 신고하면 단속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모조품을 파는 개별 상인들에게 모두 법적 대응을 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며 “싼 가격에 혹해 노상에서 이어폰을 샀다가 모조품으로 확인되는 사례가 많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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