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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장착한 고영, 15兆 신시장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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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일 고영테크놀러지 대표

매출 1조 꿈꾸는 '유니콘'



[ 김정은 기자 ]
자는 시간도 아깝다. 머릿속엔 하고 싶은 일들이 가득하다. 일 이야기를 할 때 눈빛은 형형해진다. 한 손으로 입을 가리며 수줍게 웃는 모습이 영락없는 외골수 엔지니어다. 전 세계 1위 전자부품 검사장비 업체 고영테크놀러지의 고광일 대표(사진). 2002년 45세라는 늦은 나이에 창업해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세계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안주할 법도 한데 여전히 성에 안 차는 모양이다. 3차원(3D) 검사장비에 인공지능(AI)을 접목한 로봇기술을 통해 신사업에 뛰어들었다.

15일 만난 고 대표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제품으로 매출 1조원을 향해 가겠다”고 밝혔다. 제2 도약을 위한 엔지니어 출신 최고경영자(CEO)의 한계를 지적하자 웃음으로 받아넘겼다. 그러곤 AI 원천기술에 대한 자신감과 어떤 변수에도 ‘흔들리지 않는’ 회사로 키울 비전을 쏟아냈다.

AI와 로봇의 만남=신시장 선점

고 대표가 요즘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미래 투자는 로봇기술과 결합한 AI기술 확보다. 4차 산업혁명에서 가장 핵심적인 기술은 AI라는 판단에서다. 그는 AI 분야 자타공인 선구자로 통한다. 5년 전 서울대와 공동 연구를 통해 주력 제품에 AI를 접목시키는 작업에 집중 투자했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를 하고 있는 기존 3D 검사장비에 AI를 결합해 스마트공장 솔루션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AI 장비는 기존 2D와 3D 장비가 놓친 반도체 칩의 먼지, 얼룩, 스크래치(흠) 등을 99.9% 식별해 낸다는 게 고 사장 설명이다.

그는 “생산 과정에서 전자제품의 표면에 난 작은 흠을 잡아내려면 20명이 넘게 달라붙어 일일이 육안으로 확인해야 했다”며 “우리가 개발한 AI 3D 검사장비 로봇을 투입하면 사람이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고영이 독주하는 전자부품 검사장비 글로벌 시장은 6000억원 규모. AI 로봇기술을 접목하니 15조원의 새로운 시장이 열렸다. 전자 자동차 등 AI 검사장비 시장의 응용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요즘엔 뇌수술 보조로봇 개발에 한창 몰두하고 있다. 검사장비의 기본이 되는 로봇기술과 3D 센서기술을 기반으로 뇌의 어느 곳을 뚫어야 하는지 짚어 내는 제품이다. 금년 중 출시해 국내뿐 아니라 미국 등 해외도 공략할 계획이다.

고영은 매출의 14%를 미래사업을 위한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시작한 꾸준한 투자가 곧 결실을 맺을 것이라는 게 고 대표 구상이다. 그는 “이 기세라면 5년 내 매출 1조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취준생 사이에서 ‘준(準)대기업’ 소문

고영은 중견기업이지만 임금은 대기업 못지않다. 이 회사 직원의 평균 연령은 37세에 불과하지만 평균 연봉은 8300만원에 이른다. 고영의 주력 분야가 일반인들에게는 워낙 낯설지만 복리후생 등에선 이미 입소문이 났다. 근무환경은 일부 외국계 기업의 자율 업무를 그대로 채택했다. 대기업 출신 경력자들도 수십 명이나 된다. 고영에 오면 통째로 연구하라고 과제를 던져준다. ‘나무만 보지 말고 고개를 들어 숲을 보라’고 독려한다. 자율성과 책임감을 부여받은 직원들은 신나게 일한다.

고영은 ‘자율출퇴근제’를 시행한다. 출퇴근에 구애받지 말고 알아서 하면 된다. “직원들을 정해진 틀에 맞추려고 하면 창의적인 창조물이 절대 나올 수 없다”는 게 고 대표 생각이다. 고 대표는 직원들에게 아낌없이 투자한다. 직원들은 연간 100만원 상당의 다양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회사가 비용을 제공하니 직원들은 시간만 내면 된다. “회사가 직원들에게 뭔가를 해 주는 것은 또 다른 R&D입니다. 비용을 쓰는 게 아니라 투자죠.”

고 사장은 역사광(狂)이다. 역사책이라면 닥치는 대로 읽는다. 임원들도 고 대표가 읽는 책을 같이 읽고 임원 회의에서 토론한다. 네덜란드 같은 작은 나라가 강대국 틈새에서 어떻게 살아남았는지가 요즘 고 대표 관심사이자 고영의 관심사다. 고 사장은 “기업가치(주가) 1조원으로 유니콘 기업 반열에 겨우 올랐다”며 “매출 1조원을 달성해야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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