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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첨단기술은 필요조건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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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래 < 한국도로공사 사장 leekr21@ex.co.kr >


졸음운전 사고는 불가항력의 자연재해가 아니라 부주의에서 오는 ‘인재’다. 운전자 스스로 휴게소나 졸음쉼터에서 적절한 휴식을 취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쉴 수 있는 여건이 안 되면 졸음을 쫓는 첨단장치의 도움을 받는 최소한의 노력도 필요하다.

최근 졸음운전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전방충돌 또는 차로이탈로 인한 사고를 방지해주는 첨단경고장치가 보급되고 있다. 앞차와 지나치게 가까워지거나 깜빡이를 켜지 않은 채 옆 차선을 침범하면 알림 소리와 함께 운전자의 몸에 진동이 느껴지게 하는 장치다.

효과는 긍정적이다. 한국도로공사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이 2017년 화물차 100대를 대상으로 시험한 결과 첨단경고장치를 부착한 차량에서 급감속, 급차로 변경 등 위험운전 발생 횟수가 30% 감소했다. 해외에서도 효과가 검증됐다. 2008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차로이탈 경고장치의 효과를 발표한 자료를 보면 EU 27개국에서 사망자가 12% 감소했다. 같은 해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이 앞차추돌 경고장치를 적용한 결과 대형차(트레일러)의 추돌사고가 21%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첨단경고장치는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전방에 장애물이 나타나면 차가 스스로 멈추고, 차량 내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으면 외부공기를 유입시켜 운전자의 졸음을 쫓는다. 카메라와 센서로 얼굴의 생체신호를 인식해 운전자의 고개가 숙여지거나 눈이 감기면 경고등과 경보음으로 잠을 깨운다. 운전자의 호흡, 맥박, 자세 등으로 졸음 여부를 판단해 경고하는 장치도 개발돼 졸음운전 예방에 도움을 주고 있다.

한국은 신차의 경우 올해부터 모든 버스와 총중량 20t을 넘는 화물·특수차(일반 승합차와 총중량 3.5t 초과 화물·특수차는 2021년 7월부터)에 첨단경고장치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했다. 이미 출고된 차량의 경우 9m 이상 승합차와 총중량 20t을 초과하는 화물·특수차는 올해 말까지 차로이탈 경고장치를 의무 장착하도록 하고 설치비용의 80%(최대 40만원)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도록 했다.

졸음운전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첨단경고장치 장착을 모든 차량으로 확대하는 법적·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최근 설득력을 얻고 있다. 첨단경고장치 의무화가 최선은 아니겠지만 국민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라면 주저할 이유가 없다. 특히 중장거리 운전자가 많아 졸음사고가 연중 발생하는 고속도로에서는 더욱 필요한 장치다.

졸음운전은 음주운전보다 더 위험하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나에게는 생기지 않을 일처럼 여기고 있다. 결국 무서운 것은 우리의 무관심이란 사실을 명심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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