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도시로 도약하는 부산
인터뷰 - 허용도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부산 주력산업 車부품·조선 부진
마이스산업 육성·월드엑스포 유치
제조업 고부가화도 적극 나설 계획
[ 김태현 기자 ]
허용도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사진)은 12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부산의 최대 현안은 20년 넘게 부산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동남권 관문 공항 건설”이라며 “관문 공항 이슈가 다른 경제현안을 모두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갈등의 씨앗이 되고 있는 만큼 정부가 결단을 내려줄 것”을 요청했다. 허 회장은 또 “부산 경제가 지난 2~3년 동안 허덕이고 있다”며 “서비스 분야에서 관광과 마이스산업을 육성해 산업을 안착시키고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며 “북항재개발지역에 제대로 된 복합리조트를 세우고 ‘2030 부산월드엑스포’를 개최해 새로운 부산시대를 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회장은 “공항과 관광, 전시컨벤션산업은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만큼 안전하고 24시간 가동할 수 있는 국제공항이 들어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얼마 전 관문 공항 검증단의 검증 결과를 통해 기존 김해신공항 건설은 관문 공항으로서 제 기능을 할 수 없는 것으로 밝혀진 만큼 정부가 동남권이 바라는 전향적인 결정을 조속한 시일 안에 내려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허 회장은 부산 경제의 새로운 미래 먹거리 산업을 위해 반드시 복합리조트가 들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은 관광·마이스산업 육성에 필요한 천혜의 해양관광자원과 우수한 지리적 이점을 보유하고 있는데도 산업 기반은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집중적인 인프라 투자를 통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탈바꿈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측면에서 2030 부산월드엑스포 개최는 부산지역 관광 인프라를 단시간에 업그레이드하는 견인차가 될 것”이라며 “국가사업으로 추진될 예정인 만큼 유치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허 회장은 “글로벌 관광시장은 대규모 복합리조트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며 “동북아 관광시장을 놓고 경쟁할 수 있는 핵심 콘텐츠는 북항재개발지역 내 복합리조트 건설”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대 경쟁 상대인 일본은 일명 카지노법을 통과시키고, 2025년 오사카월드엑스포에 맞춰 3개 복합리조트 개장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는 만큼 서둘러 북항에 복합리조트를 건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카지노 시설 허가를 두고 갈등이 있지만 싱가포르 사례를 보면 내국인 도박중독 등 파생될 우려가 있는 문제들은 맞춤형 규제를 통해 관리할 수 있다고 입증되고 있는 만큼 공개적으로 단점을 보완해 ‘부산형 메가 복합리조트’ 형태로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 회장은 “부산이 해양 파생특화금융중심지로 지정된 지 10년이 지나면서 금융공공기관이 이전해오고 인프라가 구축됐다”며 “이젠 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같은 대형 국책은행을 끌어오고 블록체인과 핀테크 등 4차 산업을 갖고 먹고사는 곳으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새로운 제조업의 성장동력을 발굴해 고부가가치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제조업 기반을 구축하고 항공부품산업과 원전해체산업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기술력을 연마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경제를 이끌어 오던 자동차부품과 조선산업의 불황이 길어짐에 따라 산업 전반이 추락하고 있어서다. 부산은 경남과 울산지역이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업벨트를 구축하고 있는 점을 살려 사용이 끝난 제품 또는 부품을 체계적으로 회수해 분해, 세척, 검사, 수리, 조립의 다섯 단계를 거쳐 신제품과 동일한 성능을 갖도록 다시 상품화하는 재제조산업이 자리잡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비자 선택권 확대, 일자리 창출, 에너지·자원 소비 절감, 중소기업 동반성장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좋은 대안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연간 약 64조원의 시장을 가진 미국이 세계 최대 재제조산업국이며, 유럽(약 11조원) 등 선진국 위주로 자리잡고 있다. 국내 시장 규모는 8500억원 수준이다. 허 회장은 “재제조 기술 지원을 위한 허브 연구개발(R&D)센터 구축이 필요하다”며 “성공 사례 벤치마킹을 위해 조만간 상공인들과 함께 싱가포르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허 회장은 미래 항공 수요 확대에 대비한 항공부품산업 육성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신공항이 들어설 경우 수요 증가에 따른 대비와 산업 인프라의 효율적 활용 때문이다. 저비용항공사(LCC) 항공노선이 폭발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항공부품 관련 수요는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김해공항은 실질적으로 국내 LCC들의 거점공항 역할을 하고 있지만 항공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는 찾아보기 힘들다. 허 회장은 “부산은 항공산업 메카인 경남과 인접해 있으면서 공항, 기업, 산업단지, 대학 등 항공산업 기반이 잘 갖춰져 있다”며 “항공산업 R&D 허브센터를 설립해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항공부품산업 영역을 확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원전해체산업도 부산의 제조업을 활용할 수 있는 산업으로 꼽았다. 허 회장은 “지난 4월 부산과 울산은 공동으로 고리원전 지역에 경수로 원전해체연구소를 유치했다”며 “글로벌 원전해체 시장이 549조원, 국내 시장 규모는 약 23조원에 이르는 황금시장인 만큼 원전해체산업특별위원회를 가동해 산업역량을 확충하고 생태계를 탄탄하게 구축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허 회장은 “대내외 경제 여건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최근 진행되고 있는 노동환경 급변은 글로벌 경기 악화와 맞물려 중소기업이 도저히 감내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기업들이 과감한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불필요한 규제를 철폐하고 안정적인 투자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경영권을 보장해 주는 정책을 펴며 기업가정신을 발휘하는 기업인들에게 따뜻한 시선과 격려를 보내줄 수 있도록 정부가 사회 분위기를 조성해 줄 것”을 당부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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