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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일의 원자재 포커스] 구리가 '21세기의 금'으로 불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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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확산되면서 구리 수요 급증
3년간 선물가격 43%나 뛰어




요근래 전 세계적으로 구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구리 선물 가격은 최근 3년간 43% 올랐다. 구리 수요는 자꾸자꾸 느는데 반해 공급은 제자리걸음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구리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일각에서는 구리가 ‘21세기의 금’이 될 것이란 관측을 제기하기까지 한다.

구리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게 된 계기는 세계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 중심으로 재편되기 시작하면서다. 전기차를 만드는 데 드는 구리의 양이 기존 내연기관차를 만들 때의 세 배 이상이다. 전기차 엔진은 기존 자동차 엔진과 달리 전류를 이용해 힘을 내기 때문에 제작 과정에서 다른 금속에 비해 전도율이 월등히 높은 구리를 훨씬 많이 필요로 한다.

구리를 전문으로 하는 온라인 매체 코퍼닷컴에 따르면 내연기관 자동차의 구리 함유량은 8~23kg 정도이지만, 전기차 한 대에는 무려 80kg 이상의 구리가 사용된다. 순수 전기버스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370kg이나 필요하다.

구리가 전기차 생산의 필수적인 핵심 원자재로 떠오르는 만큼, 오는 2027년 전기차의 구리 수요는 연간 170만t으로 급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는 2017년 세계 최대 구리 생산국인 중국의 연간 구리 생산량과 맞먹는 수치다.

실제 구리 가격은 전기차가 각광받기 시작한 지난 2016년부터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 기준 구리 선물 가격은 지난 3년간 43%가량 올랐다. 최근에는 구리의 최대 수요국인 중국 경기 둔화 우려로 잠시 주춤한 상태이지만 시장에서는 구리 가격이 장기적으로 더 뛸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최근 핵 개발과 관련해 미국과 갈등을 겪고 있는 이란에서 구리가 많이 난다는 점 때문에 조만간 구리 공급이 더욱 줄게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이 핵 개발 억지 협정을 어기려는 이란의 구리 수출길을 막는 내용의 추가 제재를 발동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간 성장 측면에서 정체를 보이고 있던 세계 구리 광산업계가 급작스런 구리 수요 폭증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간)에는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인 미국 테슬라의 배터리 금속 공급 담당 매니저가 비공개 콘퍼런스콜에서 “광산업 투자 부족으로 구리와 니켈, 리튬 등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소재가 되는 금속 부족 현상이 생길 것”이라고 경고해 주목받기도 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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