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앵글 김준우·이현우 대표
블록체인 교육프로젝트 '낫 포 세일'도 병행
가상화폐(암호화폐)의 최대 걸림돌은 투기성이다. 지난 2017년 하반기부터 2018년 초까지 이어진 비트코인 광풍은 금융 당국이 여전히 암호화폐를 외면하는 결정적 요인이 됐다.
글로벌 블록체인 정보분석업체 크로스앵글은 투자자 단에서 투기성을 빼내는 방법에 주목했다. 당국에 대고 암호화폐 법제화를 비롯한 제도권 편입을 요구해온 기존 블록체인 업계와는 다른 접근법. 투기성을 걷어낼 수 있다면 종국엔 당국도 암호화폐를 인정할 것이라 봤다.
어떻게? 최근 한경닷컴과 인터뷰한 김준우·이현우 크로스앵글 공동대표(사진)는 암호화폐 공시 플랫폼 ‘쟁글(Xangle)’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식시장에서 상장사가 하듯 블록체인·암호화폐 프로젝트도 실적, 경영진 변경, 재무제표 같은 중요 정보를 공시하도록 만들겠다는 아이디어다.
“암호화폐가 왜 투기판이 됐을까, 그 질문에서 시작했습니다. 암호화폐 투자에 관심 있어도 판단 근거로 삼을 만한 정보가 너무 부족해요. 투자 아닌 ‘투기’가 되는 구조적 요인도 분명히 있었던 거죠. 쟁글은 암호화폐 투자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투명한 정보를 제공하려 합니다.”
크로스앵글 창업 전 금융권에 종사했던 김 공동대표는 이같이 강조했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라는 새로운 기술을 다루되, 제대로 된 시장을 형성할 수 있는 ‘걸맞은 형식’이 필요하다고 봤다.
김 공동대표는 “암호화폐 시장에 거래소 상장만 있고 공시는 없지 않나. 트레이딩(거래)은 있었지만 인베스팅(투자)은 없다시피 한 이유”라며 “기존 금융권이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형태가 암호화폐 공시 시스템이다”라고 설명했다.
암호화폐 공시가 되면 우선 투명한 정보 제공이 가능해진다. 개인 투자자도 필요한 기업 정보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제도권에서 용인 가능한 형식이란 점 역시 의미 있다.
또 하나, 블록체인 기업들도 반긴다고 이 공동대표가 귀띔했다. “기술과 기업 가치에 자신 있는 프로젝트들은 공시를 하고 싶어해요.” 관련 규제와 제도가 미비해 옥석이 뒤섞여 있는 블록체인 업계의 특성상 이를 가려내는 시스템에 협조하겠다는 기업이 상당수라고 전했다.
물론 암호화폐 공시는 상장사 공시와는 다르다. 상장사들은 주로 ‘수치’로 얘기한다. 재무제표, 대차대조표를 통해 기업가치와 경영 상황을 가늠할 수 있다.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기술 기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들이 많아 기존 공시를 똑같이 적용하긴 어렵다. 블록체인의 특수성인 온체인 데이터를 비롯해 기술, 스타트업 요소를 감안해 공시 기준표를 작성했다.
김·이 대표에 박해민 공동대표까지 각각 금융권·블록체인·스타트업 업계 경력을 가진 세 사람이 공동 창업한 덕분에 이러한 시도가 가능했다.
김 공동대표는 “모든 걸 알고 싶어하는 투자자와 공개를 꺼리는 기업 사이에서 양쪽이 가장 덜 불행한 시스템이 공시”라며 “투명한 시스템을 통해 좋은 프로젝트들이 살아남아야 건전한 블록체인 시장이 만들어질 것이다. 암호화폐 거래소 상장 심사에도 쟁글을 활용하도록 협업해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크로스앵글은 코빗·고팍스·CPDAX 등 국내 거래소들과 이달 초 업무협약을 맺고 상장 심사에 쟁글의 공시정보를 쓸 수 있게 했다. 김 공동대표는 “암호화폐 시장은 글로벌 단일 시장인 만큼 앞으로 스탠더드(표준)가 되는 공시 시스템을 만들어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블록체인 교육프로젝트 ‘낫 포 세일(NFS·NOT FOR SALE)’은 크로스앵글의 또 다른 축이다. 쟁글이 암호화폐 투자자 단에 대한 정보공시 쪽이라면 NFS는 블록체인에 대한 대중적 인식 확산에 초점을 맞췄다.
NFS는 블록체인을 기업 운영에 접목하거나 적용한 사례 등을 풍부하게 알린다. 블록체인을 도입해야 한다는 당위(연역법)보다 블록체인을 활용해 성과를 낸 실제 사례 공유(귀납법)에 주력했다. 이미 국내외에서 수차례 NFS 프로그램을 진행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 공동대표는 “쟁글과 NFS를 양대 축으로 놓고 블록체인의 투명성 및 실사용 사례(use case) 확산에 힘 쏟고 있다”며 “크로스앵글의 두 가지 시도가 완전히 별개 영역이라기보단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봉구/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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