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기본급 7% 인상 등을 담은 올해 임금·단체협약 요구안을 내놨다. 당기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동시에 정년을 연장해달라는 요구도 포함시켰다. 지난해 회사 이익이 반토막 났는데도, 현대차 노조가 무리한 주장을 되풀이하고 나섰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8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임단협 요구안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만간 회사 측에 이를 전달할 계획이다. 노조는 우선 상급단체인 전국금속노동조합의 공통 요구안인 기본급 12만3526원(격차해소 특별요구 포함) 인상을 주장했다. 호봉승급분(약 2만8000원)을 포함하면 15만1526원에 달한다. 기존 기본급 대비 인상률은 6.8%다. 업계 관계자는 “기본급 인상에 따른 상여금 및 각종 수당 인상 효과를 감안하면 1인당 연간 400만원 이상의 임금 인상을 요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다 노조는 회사 당기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달라는 ‘황당 요구’도 쏟아냈다. 현대차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63.8% 급감한 1조6450억원에 그쳤다. 이중 4935억원을 조합원들(1인당 약 1000만원)한테 나눠달라는 것이다. 기본급 인상에 따른 실질적인 임금 상승분(연간 400만원)과 합치면 1인당 연간 1400만원이 넘는 돈을 더 달라고 주장한 셈이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해 기본급 4만5000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금·격려금 250%+280만원,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전통시장 상품권 20만원 지급 등에 합의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현대차 노조는 현행 만 60세인 정년을 국민연금 수령 직전 연도까지 연장해달라는 요구도 담았다. 이 같은 내용이 관철되면 출생년도에 따라 정년이 만 61~64세로 늘어나게 된다. 출생년도에 따라 국민연금의 노령연금 지급 시기가 각각 다른데 따른 것이다. 내년 만 60세가 되는 1960년생은 국민연금 수령 시기인 만 62세가 되는 해의 바로 전 해인 2021년으로 정년이 1년 더 연장된다. 1969년생 이하의 경우엔 정년이 만 64세로 4년 더 늘어난다.
현대차 노조는 임단협 요구안에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달라는 안건도 올렸다. 통상임금은 연장수당 및 퇴직금 등을 산정하는 기준으로 쓰인다. 법원은 2015년 2심을 통해 현대차의 정기 상여금에 대해서는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정기 상여금 시행 세칙에 붙은 ‘재직일수 15일 미만 근로자에게는 지급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고정성 원칙에 어긋난다고 봤기 때문이다. 판결 이후 현대차 노사는 ‘임금체계 및 통상임금 개선위원회’를 구성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아자동차 노사가 최근 합의한 통상임금 미지급분 지급액(1인당 평균 1900만원)만큼 돈을 더 달라는 주장을 하기 위한 것 아니겠느냐”고 내다봤다.
현대차 노조는 정년퇴직자 대체 인력을 정규직으로 충원해 달라는 요구도 내놨다. 현대차의 정년퇴직자는 2025년까지 1만7000여 명에 달할 전망이다. 회사 측은 이 기간에 신규 채용 인원을 줄여 자연스러운 인력 감축에 나설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가 4차 산업혁명 관련 자체 세미나를 통해 향후 생산인력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무조건적인 정규직 충원과 정년 연장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모순된 주장”이라고 꼬집었다.
현대차 노조는 1987년 노조 설립 이후 네 차례를 제외하고는 32년간 매년 파업을 벌였다. 1974년 유가증권시장 상장 이후 처음으로 별도 재무제표 기준 영업손실(593억원)을 낸 작년에도 거르지 않았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