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이식 통해 치료
위막성 대장염 환자에 도움
한 번 치료하면 80% 이상 효과
[ 이지현/박상익 기자 ]
우리 몸속에 사는 유익균인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해 건강에 도움을 주는 서비스가 늘고 있다. 건강식단 컨설팅 서비스부터 건강기능식품, 항암제 등 치료제 개발이 활발하다. 의료 현장에서는 건강한 사람의 장속 미생물을 대장염 환자에 이식하는 대변이식도 보편화되고 있다.
대변이식, 건강보험 급여 등재 추진
대변이식은 마이크로바이옴을 환자 치료에 활용하는 대표적 사례다. 미국에서는 1000건 넘게 이뤄졌다. 국내에서는 장속 클로스트리듐 디피실균이 정상보다 많아져 설사 혈변 등을 호소하는 환자 치료에만 쓴다. 항생제를 복용해 장속 미생물 균형이 깨지면 이 균이 갑자기 늘어 위막성 대장염이 생길 위험이 높다. 이렇게 생긴 위막성 대장염은 항생제가 듣지 않아 마땅한 치료법이 없었다. 결장, 장 천공, 쇼크 등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윤혁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대변이식은 잔디를 입히는 것처럼 미생물 균형이 깨진 환자의 장속에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어주는 것”이라며 “위막성 대장염이 반복되는 환자에게 이 치료를 한 번만 하면 80% 이상 효과가 있다”고 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위막성 대장염 환자를 고치기 위한 대변이식 치료에 건강보험 혜택을 주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대변이식 치료는 2년 전 국내에 도입됐지만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어 100만원 안팎의 비용을 환자가 부담하고 있다”고 했다.
자폐증·암·치매 치료도
대변이식 치료법도 진화하고 있다. 초기에는 건강한 사람의 변을 환자에게 직접 이식했다. 최근에는 대변 속 미생물을 추출해 시술이 필요한 환자에게 이식하는 방식을 쓴다. 이동호 바이오뱅크힐링 대표(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미국 등 해외에선 대변이식이 크론병, 궤양성대장염, 비만, 당뇨, 파킨슨, 치매, 자폐증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의사 판단에 따라 다양한 치료에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이크로바이옴이 노화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로도 주목받고 있다.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는 2년 전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항생제로 장내 미생물을 모두 제거한 나이 든 물고기(킬리피시)에게 젊은 물고기의 대변을 먹도록 했더니 수명이 41% 늘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장내 미생물 균형이 깨지면 염증이 많아지는데 노화도 염증과 연관이 깊다”며 “나이가 들면 장내 미생물이 나쁜 방향으로 바뀌기 때문에 항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질환에 응용될 수 있다”고 했다.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치료제 개발도 활발하다. 지놈앤컴퍼니는 내년께 미국에서 폐암 치료제 임상 1상에 나설 예정이다. 고바이오랩도 아토피 치료제 임상을 준비 중이다. 일동제약은 천랩과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연구소를 세우고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몸 건강 상태 체크도
마이크로바이옴은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지표로도 활용되고 있다. 유전체 분석 기업 지니너스는 이달 중순 개인의 대변 속 마이크로바이옴을 분석해 건강식단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위드미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장속 유익균이 얼마나 있는지, 미생물 균형은 맞는지 등을 알려주는 서비스다. 소비자는 맞춤형 유산균과 식단 등을 안내받을 수 있다. 마크로젠은 지난달 대변 속 미생물 종류와 분포도 등을 분석해 건강 상태를 알려주는 장내 미생물 분석 서비스인 마이바이옴스토리를 내놨다. 박웅양 지니너스 대표는 “마이크로바이옴을 분석하면 어떤 식사를 해야 장속 미생물 균형을 맞추는 데 도움이 되는지 등을 알 수 있다”며 “나중에는 유전체 검사와 세균 검사를 접목해 비만 질환 등에 대한 종합 컨설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박상익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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