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라스트 걸
[ 김희경 기자 ] 이라크 소수민족 야지디족은 가난하지만 공동체 생활을 통해 소소한 즐거움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2014년 8월 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마을을 포위하면서 이들의 일상은 산산이 부서졌다. IS는 광기와 폭력을 휘두르는 집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IS에 포섭되지 않는 이들은 집단 학살되거나 강간당했다. 이곳에 살던 여성 나디아 무라드의 삶도 무너졌다. 오빠 여섯 명과 어머니는 죽임을 당했고, 무라드는 IS의 성노예가 됐다. IS가 팔아넘긴 수천 명의 야지디 여성 중 한 명이었다. IS 대원에서 또 다른 IS 대원에게 넘겨지며 엄청난 고통을 겪어야만 했다.
《더 라스트 걸》은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받은 나디아 무라드가 쓴 자서전이다. 무라드는 생생한 증언을 통해 IS 테러와 폭행의 실태를 고발한다. 그는 IS로부터 어렵게 탈출한 뒤 인권운동가의 길을 걷고 있다. 2016년엔 집단학살과 인신매매 생존자를 돕는 프로그램 ‘나디아 이니셔티브’를 만들었다. 같은 해 유엔 최초의 ‘인신매매 생존자 존엄성을 위한 친선대사’로 임명됐다.
이 책엔 그가 겪은 강간과 폭행, 목숨을 건 두 번의 탈출 과정이 담겨 있다. 이는 단순히 한 개인이 겪은 고통에 그치지 않는다. 그의 목소리는 인권을 유린당한 모든 여성과 난민의 목소리다.
무라드가 탈출할 수 있었던 건 그의 고통을 이해한 수니파 아랍인 덕분이었다. 저자는 “많은 사람이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직면해야 한다”며 “하지만 세계 많은 사람이 침묵하고 방관한다”고 지적한다. 이런 무관심 속에서 세계 곳곳에선 전쟁 성폭력과 학살이 반복돼 일어나고 있다. 르완다 내전, 미얀마 소수 민족 로힝야족 여성에 대한 성폭력 등이 대표적이다. 저자는 말한다. “진솔하고 담담하게 전하는 사연은 내가 테러에 맞서는 최고의 무기다. 테러범을 법정에 세울 때까지 이 무기를 사용할 계획이다. 무엇보다도 나는 이 세상에서 나 같은 사연을 가진 마지막 여자가 되고 싶다.” (공경희 옮김, 북트리거, 392쪽, 1만7800원)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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