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소재 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소 비트파이넥스가 9850억원 상당 손실을 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미국 뉴욕주 검찰은 법원 명령을 확보해 실력행사에 들어간 한편 비트파이넥스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반박했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 검찰은 8억5000만달러(약 9850억원) 영업 손실을 막기 위해 계열사 테더사의 자금을 유용한 혐의로 비트파이넥스 모회사 아이파이넥스(iFinex)를 기소했다. 아이파이넥스는 비트파이넥스와 테더사를 소유한 회사다.
비트파이넥스는 그간 거래소 내 자금 8억5000만달러를 바마하에 위치한 암호화폐 결제 처리업체 '크립토 캐피탈'로 보내왔다. 크립토 캐피탈은 이를 미국, 영국, 폴란드, 포르투갈 등 세계 각지 은행으로 이체해 자금을 분산 관리하고 각종 리스크를 낮추는 역할을 맡았다.
거래소 이용자들이 비트파이넥스에서 자금을 인출하면 크립토 캐피탈을 통해 세계 각국에 분산된 자금을 되찾아와야 하는데, 이 과정이 알 수 없는 이유에 의해 정상 처리되지 못해 문제가 됐다.
이 때문에 비트파이넥스는 관계사인 테더의 예치금에 손을 댔다. 작년 11월부터 신용대출 형식으로 테더 예치금을 넘겨받아 고객들 출금 요청을 처리했다. 하지만 테더사와 비트파이넥스는 동일 소유주를 비롯해 주요 임원들과 주주를 공유해 '이해관계 상충' 여지가 있다.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은 비트파이넥스가 이같은 사실을 고객들에게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점을 문제삼았다.
그러나 비트파이넥스는 즉각 해명했다. 얀 루도비쿠스 반 데르 벨데 비트파이넥스 최고경영자(CEO)는 "해당 금액은 경영상 손실이 아니다. 되찾을 수 있는 '압류액'으로 봐야 한다"며 "사전 고지나 공청회도 없이 뉴욕 주검찰이 일방적으로 주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진 25일 이후 비트파이넥스 암호화폐 지갑에서는 최소 9000만달러(약 1042억원) 이상의 자금이 이탈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 검찰은 수사와 별개로 투자자 영향 최소화를 위해 비트파이넥스의 정상 운영을 당부했다.
김산하 한경닷컴 기자 san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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