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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도 해도 너무한 건설노조 '조폭식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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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노조원 채용하라"
공사 막고 태업 부추기고…

전국 건설현장 피해 '속출'
건설사에 각종 명목 돈 요구
"횡포 막아달라" 5만명 靑청원



[ 김순신/이주현/배태웅/노유정/강태우 기자 ]
전국 건설현장이 건설노조 ‘갑질’에 멍들고 있다. 공사현장마다 몰려다니며 노조원 채용을 요구하고, 채용 대가로 노조원에게서는 조합비 외에 돈을 상납받기도 한다. 조폭과 같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28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6일에만 서울 개포·고덕·응암·홍제동 아파트 재건축현장 등 여덟 곳에서 소속 노조원의 고용을 요구하는 건설노조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노조원 채용을 거부하는 업체의 공사장 입구를 막고, 비리를 캔다며 드론(무인항공기)을 띄우기도 했다. 일부 노조원은 항의하는 비(非)노조원들에게 주먹다짐까지 했다.

개포동 주공8단지 공사현장에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의 대치로 지난 23일 공사가 중단됐다. 서울의 B건설사 아파트 공사장에선 지난 26일 건설노조가 외국인 근로자를 단속하겠다며 들이닥쳐 직원들과 대치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충남 아산의 C건설사 아파트 건설현장은 크레인 기사 채용에 불만을 품은 노조가 공사현장에 불법 가설 건축물이 있다고 신고하는 바람에 조사를 받느라 지난 22~23일 이틀간 문을 닫았다.

노조 횡포에 속수무책인 사업자들은 청와대 게시판에 국민청원을 올리고 있다. 철근·콘크리트공사협의회가 지난 3월 올린 청원은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노조 요구를 거부하면 불법 행위를 꼬투리 잡아 구청이나 경찰에 신고해 공사현장이 멈춰서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공사를 무사히 마치려면 노조원 채용 요구를 거부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건설노조는 노조원 채용을 강요하면서 적지 않은 이권을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현장에 노조원을 고용시켜 건설사와 단체협약을 맺으면 월례비 상납금 등의 명목으로 건설업체와 노조원으로부터 돈을 받는다. 전문건설협회에 따르면 협회와의 단체협약 협상에 참여하는 건설노조는 2년 전 3개에서 올해 11개로 늘었다. 민주노총 소속 건설 노조원만 작년 말 기준 14만 명을 넘었다.

건설노조, 채용 대가로 노조원 돈 상납받아…"조폭이 따로 없다"

‘현장 내 드론 및 사진 촬영 금지.’

서울 신길동 힐스테이트 공사장 1번 출입구에는 이런 안내문구가 붙어 있다. 건설노조가 공사장 비리를 찾겠다며 드론을 날리는 일이 잦아 이를 막으려고 붙여 놓은 것이다. 건설회사 관계자는 “노조의 채용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각종 트집을 잡아 신고한다”며 “심지어 모델하우스와 본사까지 찾아가 확성기와 현수막으로 악덕 기업으로 몰아간다”고 말했다. 충남 아산시의 C건설사 아파트 공사현장도 건설노조의 채용 요구를 거부했다가 보복을 당했다. 지난 22~23일 이틀간 시청 및 고용노동부의 현장조사로 공사가 중단됐다. 현장사무소 관계자는 “아무리 철저히 현장을 관리해도 일단 신고가 들어오면 해당 기관이 현장을 찾아야 한다는 점을 악용한다”며 “크레인타워 설치와 직원 고용 문제는 계약을 맺은 하도급 업체의 권한인데 노조가 막무가내로 노조원 채용을 압박한다”고 말했다.

노조원끼리 충돌로 공사 중단

공사현장에서 노조원 채용을 요구하는 건설노조들의 ‘횡포’가 도를 넘고 있다. 최근에는 임단협 기간을 맞아 연일 공사현장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확성기를 통해 마치 문제가 있는 사업장인 양 망신을 주고, 주변 주민에게까지 피해를 줘 합의를 종용한다. 대구에 있는 건설사 현장소장 김모씨는 “노조가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공사장 앞에서 확성기를 틀어놓고 있다”며 “직원들과 1m만 떨어져도 소리를 질러야 대화할 수 있을 정도지만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고 말했다. 서로 자기 노조원을 고용하라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대치하고 있는 서울 강남 개포주공8단지 공사현장에서는 물리적 충돌로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23일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한국노총 조합원의 안전교육을 막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져 조합원 1명이 병원에 실려갔다.

불법 외국인 노동자를 잡겠다며 공사현장에 무단침입하는 사례도 다반사다. 지난주 B건설업체는 오전 7시부터 외국인 노동자를 단속하겠다는 노조와 실랑이를 벌였다. 직원들을 동원해 무단침입은 겨우 막았지만 노조가 다시 찾아오겠다며 엄포를 놓은 상태다. 이 업체 관계자는 “노동자 관리는 엄연히 업체 권한인데도 노조가 무시하고 있다”며 “경찰도 집회 현장에는 오지만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아 답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노조원을 채용한 건설현장은 태업과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작년 건설노조와 타협해 타워크레인 기사 일부를 노조원으로 고용했다는 한 사업가는 “노조원들이 여름휴가 10일, 추석연휴 10일을 쉬고 공휴일과 평일 오후 5시 이후 그리고 비오는 날은 무조건 작업을 금지해 공사기간을 맞추느라 애를 먹었다”며 “휴무를 줄이려고 하면 집행부들이 몰려다니며 시위를 해서 어쩌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건설현장에서는 건설노조 인력의 하루 작업량이 비노조원에 비해 50~70%밖에 되지 않아 공사비가 더 오를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서울에 있는 C철근콘크리트 시공업체 관계자는 “조합원들은 추가수당을 받기 위해 의도적으로 태업해 전반적인 능률이 떨어진다”며 “노조원들이 들어오기 전 ㎡당 1만9000원 정도이던 철근콘크리트 작업 수당이 노조원들이 현장을 장악하면서 3만원까지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권 커지자 노조 난립

현재 서울 인천 경기지역에서만 주요 건설노조는 11개에 달한다. 2년 전 3개에서 네 배 가까이로 늘었다. 이들은 전문건설협회를 통해 82개 건설업체와 임단협을 추진 중이다. 소규모 노조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고용부는 통계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이권이 커지면서 2~3년 전부터 건설노조들이 우후죽순 생겨난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업체들은 일반적으로 노조의 관리자급 임원에게 ‘전임비’를 지급한다. 조합당 약 100만원을 지급하는 게 보통이다. 공사에 참여하지 않는 노조가 이름만 걸어놓고 전임비를 챙겨가기도 한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노조가 5~6팀 들어오면 건설업체는 매월 500만원 넘는 비용이 들어 영세 업체들은 공사를 접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크레인 같은 전문분야는 더 심각하다. 노조가 인력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어서다. 하청 공사를 담당하는 전문건설 업체들은 노조 소속 크레인 기사에게 임금 외 400만~500만원 상당의 ‘월례비’를 주는 게 관행이다. 크레인 기사들은 대부분 원청 업체로부터 월급을 받고 있어 사실상 아무런 명목 없이 받고 있는 셈이다.

건설노조는 당연히 조합원에게 조합비를 받는다. 일당 15만5000원 수준인 형틀목공은 매달 3만원, 일당이 25만~30만원 수준인 타워크레인 기사는 매월 10만원 정도의 조합비를 낸다. 취업을 알선해주고 훨씬 많은 돈을 챙겨가는 사례도 많다. 한 타워크레인 기사는 “비노조원이라도 노조가 관리하는 현장에서 일하려면 일정 금액을 노조에 줘야 한다”며 “인사권을 사실상 장악한 노조에게 ‘보호비’를 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한 건설업체 현장소장은 “조합비 말고도 ‘똥떼기’(특정 작업을 주고 이를 받은 노동자에게 수수료를 떼는 행위) 등을 고려하면 취업알선 명목으로 노조가 가져가는 몫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김순신/이주현/배태웅/노유정/아산=강태우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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