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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빛을 따라 왔다 '아시아의 엘도라도'…세계 최대 수상마을·열대우림까지 속살 탐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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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향기

채지형의 구석구석 아시아 (5) 황금의 나라 브루나이



브루나이는 작은 거인이다. 경기도 절반 정도 크기에 인구는 43만 명으로 제주도 보다 작지만 1인당 GDP가 2만 8290달러로 아세안에서 싱가포르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재산세나 소득세, 교육세 등 세금이 거의 없어 살기 좋은 복지국가로 손꼽힌다. 태초의 정글과 화려한 모스크, 수백 년 역사를 자랑하는 수상마을 등 볼거리도 다양하다. 원유와 천연가스 등 자원도 풍부하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와 참 다르다. 호기심 가득 안고 떠나는 브루나이, 구석구석 둘러보자.

눈을 사로잡는 오마르 알리 사이푸딘 모스크

브루나이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섬인 보르네오에 있다. 정식 국명은 ‘평화가 깃든 나라’라는 의미의 네가라 브루나이 다루살람(Negara Brunei Darussalam)이다. 수도는 반다르스리브가완(Bandar Seri Begawan)으로, 약자로 BSB라고 부른다. BSB는 6~7세기 조성된 도시로, 해상교역의 중심지였다. 과거에는 ‘반다르 브루나이’라고 불렸는데, 브루나이 강의 도시라는 뜻이다. 스리브가완은 ‘존경하는 지도자’라는 의미로, 브루나이 독립을 이끈 술탄 오마르 알리 사이푸딘 3세를 기념하기 위해 1970년 도시 이름을 바꿨다.

브루나이에서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황금빛이 찬란한 오마르 알리 사이푸딘 모스크(Omar Ali Saifuddin Mosque)다. 인공호수 한가운데 우뚝 서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모스크 앞에 서면, 마치 엽서 속에 들어간 기분이 든다. 하사날 볼키아 현 국왕이 아버지인 제28대 술탄을 기리기 위해 1958년 세운 사원으로, 동남아시아에서 주목받는 사원 건축물 중 하나다.

이탈리아 건축가 루돌포 놀리가 설계를 맡아 이탈리아 르네상스 양식과 이슬람 건축이 결합된 디자인을 보여준다. 대리석으로 만든 첨탑과 황금을 입힌 돔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름다움은 다른 모스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오마르 알리 사이푸딘 모스크는 낮과 밤 두 번 방문해야 한다. 인공호수에 비친 모스크의 모습은 아라비안나이트의 한 대목을 펼쳐보는 듯한 기분을 안겨준다.

황금돔으로 지어진 브루나이 왕궁

오마르 알리 사이푸딘 모스크와 함께 브루나이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모스크가 자메아스르 하사날 볼키아 모스크(Jame’Asr Hassanal Bolkiah Mosque)다. 이곳은 50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브루나이 최대 규모의 모스크로, 29대 하사날 볼키아 국왕 즉위 25주년을 기념해 1994년 7월 문을 열었다. 29대 국왕에 맞춰 첨탑도 29개, 사원도 29개로 구성돼 있다. 사원을 꾸미기 위해 무려 25t의 황금을 사용해 멀리에서도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국왕 전용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으며, 1층 한가운데는 하루 다섯 번씩 기도하는 이슬람 교리를 상징하는 5개의 분수도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모스크 건설에 한국 경남기업이 참여했다는 점. 괜스레 어깨가 으쓱해진다.

모스크에 갈 때는 종교시설인 만큼 지켜야 할 예절이 있다. 여성은 머리와 함께 손목과 발목 위 신체가 노출되면 안 되고, 남성은 반바지가 금지된다. 그렇다고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모스크 입구에서 옷을 무료로 빌려준다.

모스크를 보고 나면 자연스럽게 왕실도 궁금해진다. 브루나이 왕궁 역시 황금 돔으로 지어졌는데, 평소에는 문이 닫혀 있다. 국왕의 공식 관저이자 집무실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가장 큰 이슬람 축제인 하리 라야 아이딜피트리(Hari Raya Aidilfitri)에 3일간 문을 활짝 연다. 왕궁을 보고 싶다면 축제 기간을 확인해 방문하면 된다.

축제 때를 놓쳐 왕궁을 보지 못하더라도 왕실 생활을 엿볼 수 있는 박물관이 있다. 로열 레갈리아박물관(Royal Regalia Museum)으로, 브루나이 역대 왕실 역사와 유품이 전시돼 있다. 브루나이를 대표하는 박물관으로, 중앙에는 국왕 25주년 즉위식에 사용한 대형 황금마차가 놓여 있다. 각국 정상이 서명한 서류를 비롯해 브루나이를 방문한 국빈이 국왕에게 선물한 물품들이 전시돼 있다. 한국으로부터 받은 무궁화훈장과 대통령이 선물한 도자기 전시품도 있다.

화려하지만 편안한, 엠파이어호텔

브루나이를 대표하는 아이콘 중 하나가 브루나이의 엠파이어호텔이다. 1992년부터 계획돼 2000년 10월 문을 연 리조트호텔로, 건설비만 3조원이 투자됐으며, 디자이너도 300여 명이 참여했다. 왕궁으로 설계돼 최고급 시설을 자랑한다. 두바이의 부르즈 알아랍(Burj Al Arab)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호텔로 손꼽힌다.

2001년 11월 BSB에서 열린 제7회 아세안 정상회담 때 참가한 21개국 가운데 7개국의 정상이 엠파이어호텔에 묵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장쩌민 전 중국 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이곳에 투숙했다.

엠파이어 호텔에 들어서면 먼저 호텔 본관인 아트리움을 치장하고 있는 황금빛 장식에 압도된다. 대리석이 깔린 바닥에는 아라베스크 무늬가 반짝거리고 순백색 기둥 부분에는 황금 장식이 우아하게 새겨져 있다. 천장은 고개를 90도 뒤로 젖혀야 볼 수 있을 정도로 높았고 그 위를 꽉 채우는 샹들리에 역시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바다를 바라보며 수영을 즐기기 위해 수영장을 찾는데 수영장이 한두 곳이 아니다. 야자수가 빙 둘러 있는 메인 풀을 비롯해 자쿠지에서 수중 안마를 받을 수 있는 풀, 미끄럼틀을 갖춘 어린이용 풀장과 백사장보다 하얀 모래가 덮여 있는 인공 해수풀, 실내풀 등 기호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풀장뿐인가. 내부에는 극장과 공연장, 스포츠센터, 쇼핑가, 비즈니스센터, 잭 니클라우스가 설계한 18홀 골프장이 마련돼 있어 웬 일은 호텔에서 모두 해결할 수 있다.

세계 최대 수상마을, 캄풍아예르

황금빛을 좇아 브루나이를 둘러봤다면 이제 브루나이 사람들의 보석 같은 일상을 만날 차례다. 먼저 향할 곳은 캄풍아예르(Kampung Ayer). 세계 최대 수상마을로, 브루나이가 탄생한 근원지다. 16세기 무렵 조성돼 1906년 현재 도심이 형성되기 전까지 브루나이를 대표하는 주거지역 역할을 했다.

수만 명의 주민이 캄풍아예르에 살고 있다. 집 안으로 들어가보면 수상 가옥이 맞나 싶을 정도로 멋지게 꾸며져 있다. 위성TV 안테나와 현대식 시설을 갖춘 집이 대부분이다. 수상마을에서 집과 집 사이는 나무 통로로 이어져 있는데, 먼 거리는 워터택시라고 불리는 소형 보트를 이용한다. ‘택시’라고 부르면 1브루나이달러로 쉽게 이동할 수 있다.

아시아의 아마존, 템부롱

브루나이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열대우림이 있는 나라로 유명하다. 청정한 녹색 정글은 세계 자연 애호가들을 불러모은다. 롱보트를 타고 브루나이의 열대우림에 들어가 정글 트레킹을 하고 나면 왜 브루나이가 특별한 여행지인지 확실하게 알게 된다.


열대우림 여행의 대표적인 곳이 ‘아시아의 아마존’이라 불리는 템부롱(Temburong National Park)이다. 브루나이 동부에 있는 템부롱은 5만헥타르의 넓은 밀림이 전혀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상태로 숨쉬고 있는 지역이다. 수십 종의 동물과 식물이 숨쉬고 있을 뿐만 아니라 BSB와는 다른 문화를 가진 민족이 살고 있어 브루나이의 또 다른 면을 볼 수 있다.

템부롱에 가기 위해서는 BSB에서 쾌속보트를 타고 30분 정도 달린다. 이후 차를 타고 정글 근처로 이동한 뒤 강가에서 다시 보트를 타고 거슬러 올라간다. 템부롱대교를 건설하고 있어 머지않아 템부롱 가는 길이 편해지겠지만 아직은 배와 차를 갈아타고 이동해야 한다.

정글을 걷다 보면 온 몸이 땀에 푹 젖지만 기분은 상쾌하다. 템부롱 여행의 핵심은 70m 높이의 철탑인 캐노피다. 정글 한가운데 철탑 3개가 철재 다리로 연결돼 있다. 겨우 한 사람 오를 정도로 비좁아 아슬아슬하게 철탑을 타고 올라가야 한다. 일단 꼭대기에 서면 엄청난 절경이 펼쳐져 위험 따위는 잊게 된다. 캐노피를 걷다보면 마치 타잔이 된 것 같다. 밀림의 지붕을 걷는 기분이 든다.

정글 트레킹을 마친 후에는 라비롱하우스(Labi Longhouse)라고 불리는 독특한 집을 방문한다. 브루나이에 사는 여러 부족 중 이반(iban)족이 사는 공간으로, 밖에서 보면 기다란 집 한 채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독립된 공간 여러 채가 이어져 있는 구조다. 친척들이 모여 공동체를 이루며 사는 모습에 마음이 따스해졌다.

브루나이=글·사진 채지형 여행작가 travelguru@naver.com

여행정보

로열브루나이항공이 인천~브루나이 직항편을 1주일에 4회 운항한다. 통화는 브루나이달러(BND)를 사용하며 싱가포르달러와 1 대 1로 통용된다. 1BND=약 832원. 언어는 말레이시아어, 영어, 중국어가 쓰이며 이슬람교가 국교다. 다른 종교에 대해서도 인정한다. 한국보다 1시간 늦다. 고온 다습한 열대성 기후, 우기와 건기 구분 없이 연중 비가 내린다. 한국인은 여권 유효기간이 6개월 이상 남아 있으면 30일간 비자 없이 브루나이에 체류할 수 있다. 브루나이에서는 술을 판매하지 않는다. 법으로 금지돼 있다. 여행자가 입국하면서 정식으로 통관한 주류만 마실 수 있다. 만약 술을 좋아한다면 면세점에서 미리 구입할 필요가 있다. 통관 허용은 와인, 위스키류 2병(약 2L 이하)과 맥주 12캔(캔당 330mL) 이하다. 자세한 관광정보는 브루나이 관광청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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