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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아시아에서 일본 다음으로 맥주를 많이 마시는 나라다. 한국 내에서 판매되는 술 비율도 맥주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하지만 맥주에 대한 사랑만큼 국산 맥주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는 높지 않다. 이런 분위기를 일찌감치 감지한 해외 맥주업체들은 2000년대 초반부터 국내 맥주 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 "엔젤링을 확인하라" 고급스러운 이미지의 일본 아사히 맥주
수입 맥주 중 한국 소비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맥주는 일본의 '아사히'다. 아사히의 전신인 '오사카 맥주회사'는 1889년 설립됐고 1891년 첫 맥주 공장을 만들었다. 이듬해에 이 공장에서 '아침의 해'라는 뜻을 가진 '아사히 맥주'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후 아사히는 1949년 기존 회사가 분할하면서 '아사히 맥주회사'가 정식으로 설립됐다.
1950년대에는 과일 주스, 니카 위스키(Nikka Whisky) 등의 제품을 론칭하며 사세를 확장했다. 1958년에 처음으로 캔맥주를 선보인 후 1971년 알루미늄으로 만든 캔맥주를 내놨다.
1987년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아사히 슈퍼 드라이(Asahi Super Dry)'를 처음 출시하며 첫해에만 1300만개를 판매하는 등 일본을 대표하는 맥주 브랜드로 우뚝 섰다.
아사히에 대한 한국인의 사랑은 유별나다. 지난해 편의점 3사(CU·GS25·세븐일레븐)가 수입 맥주 판매량을 집계한 결과 인기있는 수입 맥주 1~3위는 아사히, 칭따오, 하이네켄 순이었다. 아사히의 경우 유럽 등 다른 나라에서는 인지도가 낮지만 우리나라에서 유독 큰 인기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일본 맥주 수출액의 63%(80억 엔·한화 약 831억원)가 한국에 집중됐고 브랜드별로는 아사히의 비중이 가장 컸다.
이 같은 이유로는 안정된 유통망과 한국인의 일본 여행 급증, 유명 연예인을 이용한 마케팅이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아사히와 롯데칠성음료의 합작사인 롯데아사히주류를 통해 판매되는 아사히 맥주는 롯데라는 안정적인 유통망을 통해 국내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쌓았다.
여기에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인들이 늘면서 일본 내 아사히 맥주 공장 견학이 급증했다. 또한 차승원, 소지섭, 조인성 등 국내 톱스타들을 모델로 기용해 국내 소비자들에게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형성한 것도 인기 요인이다.
아사히는 발효 과정에서 적절한 도수를 만들면서 물을 타지 않는 '오리지널 그래비티' 공법과 드라이 효모를 넣어 맥즙 내 당분이 남지 않도록 발효시키는 '드라이' 공법으로 첫 맛은 강하고 끝 맛은 깔끔하다는 평가다. 특히 맥주를 마시고 잔을 내려놓을 때마다 생기는 하얀 거품 고리인 '엔젤링'은 아사히 맥주의 상징으로써 고품질의 맥주를 구별하는 기준이 됐다.
◆ '양꼬치와 함께한 영광' 친근한 이미지의 중국 칭따오 맥주
1903년 8월 15일 중국 산둥성 칭따오시에서 탄생한 '칭따오'는 중국 칭따오에 주둔했던 독일군이 고향을 그리워해 맥주를 만들면서 시작됐다. 칭따오가 세계 수준으로 인정받은 계기는 설립 3년 만인 1906년 개최된 독일 뮌헨 국제엑스포였다. 당시 칭따오는 이 엑스포에서 맥주 부문 금메달을 수상하면서 국제적인 인지도를 쌓았다. 칭따오시가 화강암 지대로 물이 깨끗했고 항구를 가지고 있어 수출도 용이했던 것도 장점이었다.
연간 생산량은 180억병으로 분당 4만개가 생산되며 중국 내 70여개에 이르는 양조장을 가지고 있다. 현재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100여 개 국가에 맥주를 수출한다.
2000년 한국에 처음 출시된 칭따오가 소비자들에게 사랑받았던 시기는 2010년이다. 당시 국내에 본격적으로 양꼬치 전문점이 생기면서 칭따오가 같이 유통된 것이다. 이후 2016년 tvN 예능프로그램 'SNL KOREA'에서 배우 정상훈이 "양꼬치엔 칭따오"라는 유행어로 대박을 터뜨렸고 칭따오의 브랜드 인지도는 급격히 높아졌다.
그 결과 2016년 이마트 수입맥주 판매량에서 칭따오는 오랫동안 선두를 지킨 아사히를 2위로 밀어내고 1위에 올랐다. 이 같은 인기는 단발성으로 그치지 않았다. 수입맥주 공세가 거세진 2016년 이후에도 칭따오는 이마트 수입맥주 판매 순위에서 단 한 번도 톱5에서 빠진 적이 없다.
최근에는 칭따오가 아사히를 넘어설 조짐도 보인다. 칭따오를 수입하는 비어케이의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263억원, 237억원으로 전년보다 7.5%와 2.7% 증가했다. 특히 매출액으로는 그동안 맥주 수입업체 1위였던 롯데아사히주류를 제친 것이 고무적이다. 롯데아사히주류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10억원으로 21.4% 성장했지만 매출액은 1247억원으로 8.3% 감소하면서 칭따오의 비어케이에 뒤졌다.
비어케이는 칭따오의 인기에 힘입어 제품군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칭따오의 국내 진출 18년 만에 칭따오 위트비어, 스타우트 제품군을 늘렸고 지난달에는 '칭따오 퓨어 드래프트 생'을 선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식품에 대한 불신이 깊은 한국인에게 이처럼 사랑받는 식품은 칭따오가 거의 유일할 것"이라며 "친근감을 넘어 고급스러운 이미지까지 갖춘다면 아사히가 위기감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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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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