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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뷰티숍 '세포라' 한국 진출…제2의 이케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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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30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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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최대 화장품 편집숍인 '세포라(Sephora)'가 한국에 진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뷰티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K-뷰티가 한 단계 더 진화할 수 있다는 의견부터 한국 시장 안착이 쉽지 않을 것이란 반응도 나온다.

    세포라는 명품 업체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그룹이 운영하는 화장품 편집숍으로 2005년 중국에 진출한 것을 비롯해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호주, 인도네시아, 인도 등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35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 중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세포라코리아는 오는 10월 서울 강남구 삼성역 파르나스몰에 547㎡(165평) 규모의 매장을 연다. 세포라가 입점할 파르나스몰은 코엑스몰과 연결돼 있다. 코엑스몰 지하 1층에는 국내 H&B(health & Beauty)스토어인 올리브영, 롭스, 랄라블라, 부츠와 신세계백화점의 뷰티 편집숍인 시코르가 입점해 세포라와의 정면 승부가 불가피하게 됐다.

    세포라는 뷰티 강국인 한국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세포라에서만 구매 가능한 해외 브랜드를 독점으로 입점시키고 자체(PB) 브랜드인 '세포라 컬렉션'까지 선보일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세포라는 2020년까지 서울에만 6개 매장을 오픈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2022년까지 매장을 13개 이상으로 확장하겠다는 포부다.

    '글로벌 뷰티 공룡'으로 불리는 세포라가 한국에 진출하려는 이유는 국내 뷰티시장이 원브랜드 중심의 로드숍에서 편집숍 형태의 H&B스토어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뷰티업계에 따르면 H&B스토어 국내 매장 수는 2016년 1000개에서 지난해 1500개로 증가했다. 시장규모도 2010년 2000억원에서 2017년엔 1조7000억원까지 커졌고 2020년 2조7000억원, 2025년에는 4조5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세포라가 한국에 진출하면 국내 우수한 화장품을 유럽과 제 3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국내 대형화장품 업체들도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해 노력할 것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는 확실히 긍정적인 측면이 크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국내 화장품 업계는 중국에서 들려오는 소식을 제외하곤 큰 이슈가 없었다"며 "세포라가 침체돼 있는 국내 뷰티시장을 활성화시켜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감도 드러냈다.

    아모레퍼시픽의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 '라네즈'는 이번 달부터 유럽 세포라에 입점했다. 라네즈는 '워터 슬리핑 마스크'와 '워터뱅크 모이스춰 크림' 등 20여가지 주력 상품을 유럽 세포라에 입점시켜 점유율 확대를 꾀하고 있다.

    세포라 코리아는 국내 뷰티 브랜드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플랫폼 역할도 자처했다. 34개국에 진출한 세포라의 유통 채널을 적극 활용해 잠재력 있는 국내 중소 뷰티 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돕고 한국의 뷰티 트렌드를 전파해 동반 성장을 도모한다는 것. 이 때문에 중소업체들은 세포라의 한국 진출을 반기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김동주 세포라 코리아 대표이사는 "세포라와 함께하는 브랜드의 성장을 지원해나갈 것"이라면서 "국내 뷰티 시장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며 시장 확장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포라의 한국 시장 안착이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대표적인 해외 H&B브랜드의 한국 진출 실패 사례로는 홍콩 '왓슨스(watsons)'가 꼽힌다. 2005년 국내 기업인 GS리테일과 합작 법인을 설립하고 야심차게 한국에 발을 들였으나 매출이 부진해 결국 시장 철수를 결정했다. 이후 GS리테일은 '랄라블라'라는 자체 브랜드를 운영 중이다.

    신세계이마트도 2017년 영국 1위 H&B브랜드인 월그린 부츠 얼라이언스(Walgreen Boots Alliance)와 손잡고 국내 '부츠' 매장을 열었지만 반응은 미미한 상황이다. 때문에 세포라가 국내 대기업과 손을 잡지 않고 독자적으로 진출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케아의 선례를 따라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2014년 글로벌 '가구 공룡'이라 불리던 이케아가 한국에 진출할 당시 한샘 등 국내 가구업계는 두 가지 반응으로 엇갈렸다. 한국의 가구시장이 이케아에 완전히 잠식될 것이란 의견과 한국 시장의 특수성으로 2~3년 안에 철수할 것이란 예상이 동시에 나왔던 것. 이후 인테리어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커지면서 홈퍼니싱 시장이 확대됐고 국내 상위 가구업체들의 매출도 이케아와 함께 동반 성장한 사례가 있다.

    성신여자대학교 뷰티산업학과 학과장인 한지수 교수는 "세포라가 10년 전에 한국에 진출했다면 엄청났겠지만 지금은 늦었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이 이미 뷰티 산업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에 세포라가 차별화 되지 않는다면 경쟁력을 갖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뷰티 트렌드가 빠르기 때문에 세계 업체들의 테스트베드 성격으로 진출하는 경우가 있다"며 "세포라도 실질적으로 매출을 내기 위한 목적보다는 어떤 화장품이 잘되는지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해 진출하려는 목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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