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까지 머물며 경제시찰
北 노동자 체류연장 요청할 듯
[ 이미아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4일부터 2박3일간의 러시아 방문 일정을 시작한다. 북한 매체들은 김정은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한다고 23일 공식 발표했다. 북·러 정상회담은 2011년 이후 8년 만이다. 김정은이 2012년 집권한 뒤로는 처음이다.
김정은은 이번 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 방식에 대한 러시아 측의 지지를 이끌어내고 러시아 내 북한 노동자의 체류기한 연장 등을 요청할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엔 북한 외화벌이의 중심 역할을 하는 1만300여 명의 북한 노동자가 머물고 있다. 이들 노동자는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에 따라 연말까지 추방해야 한다.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을 통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을 위한 버팀목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빅딜’(일괄 타결) 요구에 맞서 동시적이고 단계적인 북한식 비핵화 전략에 대한 푸틴 대통령의 지지를 재확인하고 제재 완화 필요성을 공론화시키려는 의도라는 설명이다.
푸틴 대통령은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일대에서 경제·에너지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높이려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러시아는 최근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한반도 종단철도 간 연결, 러시아산 천연가스관 사업과 관련해 북한에 협력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러시아 일간지인 ‘코메르산트’는 김정은이 24일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한 뒤 푸틴 대통령과 만찬을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정상회담은 25일 극동연방대에서 열릴 예정이다. 대학에는 북한 인공기가 내걸렸다.
김정은은 이날 전용열차 편으로 평양을 출발했다. 직선거리로 700여㎞ 떨어진 블라디보스토크까지는 최대 24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은은 회담이 끝난 뒤에도 26일까지 블라디보스토크에 머물며 230여 명의 방문단과 함께 경제시설 시찰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신문은 전했다. 방문 예정지로는 러시아 태평양함대 역사박물관 등이 꼽히고 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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