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금융지원 방안 확정
당초 시장 예상보다 1조 더 지원
"예비자금 확보해야 매각 유리"
[ 임현우 기자 ]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이 회사 정상화에 총 1조73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1조6000억원은 아시아나항공에 직접 지원하고, 1300억원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금호고속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이런 내용을 담은 ‘아시아나항공 금융지원 방안’을 확정해 23일 발표했다. 당초 시장에선 지원 규모를 5000억~1조원 안팎으로 내다봤지만,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가급적 빨리 마치자는 취지에서 예상을 웃도는 지원책을 내놨다.
“최악 대비한 최대 규모 지원”
채권단은 우선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하는 50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사들여 재무구조 개선과 유동성 확보를 지원한다. 이 영구채는 유사시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전환사채(CB) 형태다. 영구채의 출자 전환이 이뤄지면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30%가량 보유하게 된다. 매각 작업이 무산되더라도 채권단이 다시 인수합병(M&A)을 주도할 수 있게 하는 지렛대가 된다.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에 한도대출(크레디트 라인) 8000억원, 보증한도(스탠바이 L/C) 3000억원도 지원하기로 했다. 아시아나항공이 필요할 때 빼다 쓰고 갚을 수 있는 ‘마이너스 통장’ 개념의 대출이다. 매각 작업이 이뤄지는 동안 경영 불안이나 항공기 운항 차질을 막기 위해 신용공여 방식으로 대출해 주는 것이다.
정재경 산은 구조조정본부장은 “혹시 모를 신용경색에 대비한 최대 자금 부족 규모를 감안해 산정한 것”이라며 “영구채 지원이 이뤄지면 이들 한도는 그리 많이 사용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에 직접 지원되는 1조6000억원은 산은과 수출입은행이 7 대 3 비율로 부담하기로 했다.
“가급적 올해 안에 매각 완료”
채권단은 이와 함께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전제로 금호고속에 브리지론 형태로 1300억원을 지원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배구조는 박삼구 전 회장→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으로 이어진다. 박 전 회장 측이 대주주인 금호고속은 금호산업 지분 45.3%를 담보로 제2금융권에서 대출받았다. 채권단은 금호고속에 자금을 지원해 25일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 1300억원을 갚게 한 뒤 금호고속이 보유한 금호산업 지분을 담보로 잡을 계획이다.
최대현 산은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주체는 채권단이 아니라 금호”라며 “금호고속이 유동성 위기를 겪어 그룹 지배구조가 흔들리면 매각 작업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채권단은 이런 밑그림을 토대로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연내 마친다는 목표를 공식화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아시아나항공 M&A는 올해 안에 계약 체결을 목표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채권단은 이날 금호 측과 특별약정을 맺었다. 이르면 다음주께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1차 매각이 무산되면 채권단이 구주 매각 조건을 일부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특별약정에 담긴다. 산은은 금호산업이 이르면 이번주 매각주관사를 선정하고, 2개월쯤 실사를 거쳐 구체적인 매각 방침을 정할 것으로 예상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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