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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근의 데스크 시각] 투자하면 안되는 부동산 세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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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근 < 건설부동산부장 >


[ 조성근 기자 ] 부동산 시장을 여러 해 취재하면서 불가사의하다고 줄곧 생각하는 일이 하나 있다. 위험하거나 사기성이 농후한 부동산 분양 상품에 개미투자자가 불나방처럼 몰리는 일이 반복되는 것이다. 많은 기자가 위험을 경고하는 기사를 썼지만 피해자는 계속 나오고 있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선 상품을 바꿔가면서 위험한 분양의 명맥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선 경기 평택 일대에 지어진 미군용 임대주택(분양업체들은 ‘미군렌털하우스’라고 부른다) 문제가 불거졌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은 게 화근이 됐다. 입주 때가 되자 미군 임차인을 구하지 못한 투자자가 속출하고 있다. 자칫하다간 비싼 대출이자를 물면서 미군 얼굴 구경 한번 못할 판이다.

날로 교묘해지는 수법

간신히 임차인을 구해도 월세가 시행사가 제시한 것보다 훨씬 낮다. 분을 못 이긴 일부 투자자가 “평택으로 이사하는 미군 수를 부풀렸다”며 소송에 들어갔다. 개미투자자가 소송에서 이기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약삭빠른 시행사들이 법률적으로 빠져나갈 구멍을 다 마련해놓는 까닭이다.

1990년대엔 동대문 일대 ‘테마상가’가 수많은 개미투자자를 울렸다. 이는 대형 테마상가 한 개 층을 수백 명이 공동소유하는 형태다. 공급 과잉으로 문을 열어보지도 못하고 파산한 곳이 많다. 2000년대 들어선 확정 수익률을 제시하는 형태의 ‘서비스드 레지던스’ 분양이 활발했다. 2010년대 들어선 ‘분양형 호텔’이 유행했다. 둘 다 공급업체가 파산하거나 수익률이 턱없이 낮아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했다. 이들 상품 역시 경매 소송전 등으로 이어졌다.

토지시장에선 기획부동산이 여전히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개발 불가능한 땅을 헐값에 사서 지분 형태로 수많은 개미투자자에게 파는 것이다. 판매 기법은 더 진화했다. 1990년대엔 기획부동산업자들이 지방 야산이나 바닷가 염전을 많이 팔아먹었다. 요즘은 대형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 주변 임야를 판다. 옆의 땅도 개발될 것 같은 착시를 주기 위해서다. 그러나 대부분 그린벨트로 묶여 있어 개발이 기대난망이다.

일확천금 심리도 문제

영업 방식도 달라졌다. 2000년대에는 주로 전화 영업이 유행했다. 요즘은 블로그 등 인터넷을 통한 영업이 주된 경로다. 한 정보업체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넉 달간 토지 실거래 건수 중 기획부동산 매매 건수를 추출해보니 6.4%에 달했다. 세종시에선 전체 토지 거래의 30.6%가 기획부동산 거래였다. 제3테크노밸리 개발 재료가 있는 경기 성남시 금토동의 한 토지는 등기부상 소유자가 3008명에 달했다.

컨설팅업자로 인한 피해도 계속되고 있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경매 컨설팅 사고가 잦았다. 요즘은 아파트 갭투자 컨설팅 피해가 본격화되고 있다. 갭투자 컨설팅 피해는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북상 중이다. 둘 다 패턴은 비슷하다. 컨설팅업자는 책이나 블로그 등을 통해 명성을 얻는다. 멋모르는 개미들이 이들 주변으로 몰려든다. 개미투자자는 이들의 말만 믿고 부동산을 사거나 공동투자한다. 업체의 장담과 달리 부동산값은 급락한다.

개미투자자를 울리는 상품엔 공통점이 있다. 대부분 1억원 전후 소액 투자가 가능하도록 설계돼 있다. 수천만원이면 투자가 가능한 상품도 있다. 분양업체들의 타깃은 부동산을 잘 모르는 개미투자자다. 이들의 일확천금 심리를 노리는 것이다. 속이는 사람도 문제지만 속는 사람도 문제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공짜점심’은 없다.

tru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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