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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 오페라도 한때는 놀라운 기술발전의 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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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크 시대엔 최신 게임 같았을 오페라
이 봄날 그 '신기한 감흥' 즐기면 어떨까

이경재 < 서울시오페라단 단장 >



1980~1990년대엔 요즘은 거의 사라진 오락실이 성행했다. 50원 또는 100원짜리 동전을 넣으면 잘하는 친구들은 20분도 넘게 레버와 버튼이 달린 오락기 앞에서 흥미진진한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갤러그, 너구리, 돈킹콩 같은 당시 오락물은 지금 보기에는 조악한 그래픽의 영상이다. 하지만 오락을 즐길 수 있는 그곳은 아이들의 놀이터요, 성지였다. 이따금 대학생 형이나 아저씨도 볼 수 있었지만 대부분 고객은 동전 몇 닢을 쥐고 찾아오는 아이들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PC가 일반화됐고, 요즘은 누구나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점점 더 오락실을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그렇다고 전자오락이라 불리던 게임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PC방이 그 오락실을 대신하게 됐다.

PC방의 게임기는 놀라운 사운드 효과와 실감나는 화면을 제공했다. 누구나 지니게 된 스마트폰 속 게임 세상은 더욱 다양하고 대단하게 발전했다. 입체적으로 구성된 화면과 화려한 색감을 따라 제공되는 게임 속 음향과 음악은 놀라울 뿐이다.

흥미로운 점은 옛 오락실 고객이 대부분 어린이였던 데 비해 요즘은 남녀노소 누구나 휴대폰으로 게임을 즐기게 됐다는 것이다. 신문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게임산업 섹션도 어쩌면 당연한 구도다.

바로크 시대로 일컬어지는 유럽의 1600년대 후반, 오페라 장르는 마치 지금의 게임산업처럼 놀랍게 변화하고 있었다. 귀족들의 저택에서 행해지던 공연은 공공 극장이 설립되면서 더 많은 사람에게 제공되기 시작했다.

오페라가 당시 사람들에게 놀라웠던 점은 말과 연기로 하는 연극이 관현악으로 이뤄진 음악과 함께 노래를 부르며 공연된다는 것이었다. 당시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파격적이고 독특한 구조의 장르였다. 공공 극장을 통해 대중에게 접근 기회를 허락한 오페라는 돈을 내면 누구나 볼 수 있었다. 이로 인해 오페라 무대도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당시의 첨단 과학기술이 무대에 적용되면서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예를 들면, 미술사적으로 위대한 발견인 소실점을 통해 공간의 입체감을 살린 무대를 구현할 수 있었다. 무대 위 배경이나 장치는 관객에게 마치 3차원(3D) 입체영상을 보는 듯한 신비감을 느끼게 했다. 무대 바닥과 상부에도 각종 기계장치를 설치, 출연자들이 하늘을 날거나 물결을 일으키고 신이 강림하는 것 같은 놀라운 장면도 재현했다. 이런 새로운 개념의 오페라 무대는 당시 극장을 찾은 이들에게도 놀라움과 감동을 선사하지 않았을까? 요즘 우리가 스마트폰 속 앱을 통해 게임은 물론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다양하고 신기한 문화 체험을 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라이브로 연주되고 재현되는 오페라이기에 더 큰 감흥을 줬을지 모를 일이다.

손 안의 스마트폰에서 시선을 조금만 돌려보면 오페라는 여전히 우리 주변에 있다. 극장은 대량으로 제작된 콘텐츠가 아니라 애써 찾아온 관객을 위해 실시간으로 연주와 공연을 제공한다. 더욱이 시간의 호흡을 간직한 오페라라는 ‘400년짜리 콘텐츠’는 현 세대에 와서 또 다른 공감대를 형성하며 감동의 깊이를 더한다.

따사로운 봄날 꽃바람을 맞으며 세종문화회관이나 예술의전당 같은 공연장으로 오페라 나들이를 하는 것은 어떨까? 오케스트라와 무대의 드라마가 실시간으로 펼쳐지는 동안 스마트폰은 잠시 꺼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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