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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장소·형식 상관 없이 김정은 만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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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회담 본격 추진 의지


[ 김형호/임락근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4차 남북한 정상회담 추진 의사를 공식화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제 남북 정상회담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형편이 되는 대로 장소와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남과 북이 마주 앉아 진전될 결실을 볼 방안에 대해 실질적 논의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대북특사 파견 등 회담 준비를 위한 정부 움직임이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우리 정부에 중재자가 아니라 당사자로 나설 것을 촉구한 북한이 문 대통령 요청에 적극적으로 화답할지는 미지수다.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 미국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한·미) 동맹 간 전략 대화의 자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문 대통령은 “북·미 대화의 동력을 되살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기 위한 동맹 간 긴밀한 전략 대화의 자리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남·북·미 정상 간의 신뢰와 의지를 바탕으로 하는 톱다운 방식이 필수적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중재자' 입지 좁아진 문 대통령…"남·북·미 회담도 가능"

문재인 대통령이 ‘핵(核) 중재’에 대한 의지를 다시 강조했다. “오지랖 넓은 중재자”라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직격탄에도 불구하고, 4차 남북한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장소와 형식에 구애받지 않겠다”고 했다. 지난해 9월 평양선언에서 약속한 김정은의 ‘서울 답방’ 등 남북 정상이 약속한 ‘순서’에도 연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대북 특사’는 언급 않고 신중 접근

문 대통령은 15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김정은과의 네 번째 만남을 추진하겠다고 공식화했다. 다만 ‘북한의 형편이 되는 대로’라는 전제를 달았다. 운신의 폭이 과거에 비해 한층 좁아진 환경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북 특사’에 대해서도 별도 언급이 없었다. 문 대통령이 ‘대북 소통’과 관련해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후 남북관계나 북·미관계 모두 조심스러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문 대통령도 남북관계를 한층 신중하게 풀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정은의 지난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 대해선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연말까지 조·미(북·미) 수뇌 회동을 한 번 정도 더 해볼 수는 있다”는 발언에 주목했다. 문 대통령은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무위원장으로 재추대된 김 위원장은 시정연설을 통해 북·미 대화 재개와 제3차 북·미 정상회담 의지를 밝혔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 공동선언을 철저히 이행함으로써 남북이 함께 미래로 나아가자는 뜻을 분명히 했다”며 “이 점에 남북이 다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재자 혹은 촉진자 역할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남·북·미 3자 정상회담 추진으로 응수했다. 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남·북 정상회담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과 기대를 나타냈고, 김 위원장이 결단할 경우 남·북·미 3자 정상회담도 가능하다는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김정은에게 넘어간 ‘공’

문 대통령이 4차 남북 정상회담을 공식화하면서 이제 공은 김정은에게 넘어갔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특사를 공식 파견하기보다 북측과의 물밑 조율에 좀 더 공을 들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우리 측에 중재자가 아니라 당사자로 나서라고 비판한 상황에서 특사 카드를 받지 않을 수도 있다”며 “당분간 분위기 조성을 위한 비공식 접촉을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로선 김정은의 대응을 예단하기 쉽지 않다. 정상회담 카드를 받을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확연히 갈린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최근의 분위기를 봐선 특사를 거절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지만 김정은 자신이 남북 평화 프로세스를 확고히 하겠다고 밝힌 입장과 배치되고 대화를 거부한다는 신호를 줄 수 있어 수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정은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어떤 ‘중재안’을 받아왔는가에 달렸다는 게 중론이다. 국가정보원 산하기관인 안보전략연구원은 이날 김정은 시정연설 중 “각자의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건설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 대목을 언급하며 “그동안 대북제재 해제에만 치중해온 데 서 벗어나 협상 의제를 좀 더 다양화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기동 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은 “북·미 3차 정상회담에 앞서 보텀업 방식의 실무회담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형호/임락근 기자 chs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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