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광엽 논설위원
[ 백광엽 기자 ] 양극화(兩極化)만큼 논쟁적이고 뜨거운 이슈는 많지 않다. 특히 1980년대 이후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는 작은 불평등도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인다. 불평등에 대한 예민한 반응은 잘사는 나라일수록 더 두드러진다. 미국의 ‘자칭 사회주의자’ 버니 샌더스가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민주당 차기 대선후보 선두권에 이름을 올린 데서 잘 드러난다.
29세의 푸에르토리코계 이민자 2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 하원의원이 워싱턴 정가의 핵으로 급부상한 것도 마찬가지다. ‘밀레니얼 스타’ 코르테스는 일천한 경력에도 ‘부유세 최고세율 70%’ 공약으로 바람몰이에 성공해 역대 최연소 연방하원의원이 됐다.
한국 경제의 최대 화두도 양극화와 불평등 해소로 모아진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사 기자회견 등 틈날 때마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불평등국”이며 “재앙적 양극화를 맞고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실제 한국의 불평등은 그리 심하지 않다는 게 정설이다. 불평등을 보여주는 지표로는 세계적으로 ‘지니계수’와 ‘5분위 배율’이 많이 쓰인다. ‘가구 시장소득’을 기준으로 계산한 지니계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한국이 스위스 다음으로 양호하다. ‘가처분 소득’으로도 OECD 평균 이하다. 국세청 자료를 기초로 지니계수를 산출하면 OECD국 상위권이라는 분석도 나오지만 불평등도가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이런 상황에서 그제 통계청이 ‘새로운 소득불평등지수’라며 팔마비율을 불쑥 발표했다. 통계청이 계산한 팔마비율은 1.44로 OECD 36개국 중 30등으로 저조했다. ‘재앙적이고 세계적인 수준의 불평등’에 부합하는 데이터지만 혼란이 커지는 양상이다. 우선 팔마비율은 등장한 지 10년도 채 안 돼 활용도가 높지 않은 지표다. 엄정한 산출기준을 따르지 않은 정황도 뚜렷하다. 유엔인간개발보고서(2018년판)를 보면 한국의 팔마비율은 1.2다. 156개국 중 30위의 양호한 수준으로, OECD 36개국 중 30위라는 정부 발표와 큰 차이를 보인다. “조사방식이나 연도가 나라마다 다른 탓”이라는 게 통계청의 해명이지만 궁색하다.
19세기 영국 총리 벤저민 디즈레일리는 “세상에는 세 가지 거짓말이 있다. 새빨간 거짓말, 거짓말, 그리고 통계”라고 했다. 통계가 권력의 전유물이 된다면 나라다운 나라는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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