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관 후보자 청문회
재산 42억 중 35억이 주식
"또 인사 참사"…조국 경질 요구
[ 고은이/김소현 기자 ]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는 이 후보자 부부의 과다한 주식 투자와 보유 문제를 놓고 야당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야 4당은 청문회가 끝나기도 전에 논평을 내고 이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동시에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검증을 맡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경질도 요구했다. 이 후보자를 ‘방어’하던 여당의 일부 의원도 “왜 이리 주식이 많냐”며 고개를 저었다.
“이 후보자, 내부 정보로 주식 거래”
인사청문회 자료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판사(사법연수원 26기)인 이 후보자와 역시 판사 출신 변호사 남편은 전체 재산 42억6000여만원 가운데 83%인 35억4887만원 상당을 주식으로 보유하고 있다. 이 후보자 부부가 비상장사의 내부 정보를 활용해 24억원가량을 주식에 투자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 후보자 내외가 코스닥시장 상장설이 제기된 군장에너지의 1, 2대 주주인 이테크건설과 삼광글라스 주식 24억원어치를 매입했다”며 “이 후보자의 배우자가 당시 두 업체 모회사인 OCI 사건을 맡으면서 상장 정보를 입수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재산 문제는 전적으로 배우자에게 맡겼다”며 “배우자가 종목 및 수량을 정해서 내 명의로 거래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배우자에게 확인한 바로는 이테크건설과 삼광글라스는 매출 규모가 상당한 중견기업”이라며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고려한 투자”라고 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2009년 이후 이 후보자 배우자의 주식 거래 내역을 보면 후보자 명의로 1300여 회, 배우자 명의로 4100여 회 등 전부 5500여 차례 주식 거래를 했다”며 “이럴 거면 차라리 세계적 투자자인 워런 버핏이나 조지 소로스처럼 주식 투자하며 사는 게 낫지 않냐”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처음엔 이 후보자가 ‘남성·서울대 출신·50대’가 많은 헌법재판관의 고정관념을 깬 인물이란 점에 의미를 둬야 한다며 그를 옹호했다. 이 후보자가 40대 여성이자 지방대(부산대) 출신으로 헌재 구성원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일부 의원 사이에선 ‘판사로 재직하면서 주식 거래를 한 것은 부적절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검사 출신인 금태섭 민주당 의원은 “공무원은 주식 투자를 하면 안 된다고 배웠다”며 “국민은 판검사 정도면 고위공직자라고 판단하고 일반인이 접하기 힘든 정보를 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매매 내역에) 회사 이름이 생소한 코스닥 주식이 많다.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본 것이냐”고 질의했다. 곧이어 이 후보자에게 해명할 기회를 주려다가도 “왜 이렇게 주식이 많냐”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야 4당 “조국 수석 경질해야”
정의당을 포함한 야 4당은 청문회가 끝나기도 전에 이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표·중진 의원 연석회의에서 “이 후보자까지 임명을 강행하면 의회와의 전면전을 선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주식을 보유한 회사의 재판을 맡는 것 자체가 법관으로서 최소한의 양심과 자질이 의심될 만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민주평화당은 논평을 통해 “헌법재판관은 국민의 상식을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며 “이 후보자는 스스로 사퇴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야 4당은 청와대의 인사 검증 실패도 정면으로 겨냥했다. 민경욱 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인사 참사 비판의 최종 종착지는 조국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이라며 “잘못된 인사 추천과 부실검증의 명백한 책임, 이를 두둔하는 청와대와 대통령의 편향된 인식은 파국의 전주곡”이라고 지적했다.
바른미래당도 성명을 내고 “이 후보자는 부적격 인사”라며 “청와대가 흠결요소를 몰랐다면 지명 철회가 마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정선 민주평화당 대변인은 “이쯤 되면 조국 수석 자체가 대통령의 안티로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며 “무능이면 사퇴, 직무유기면 경질이라는 선택지밖에 없다”고 했다.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정의당도 이 후보자를 ‘데스노트’에 올렸다. ‘정의당 데스노트’는 문재인 정부 들어 정의당이 부적절한 인사라고 지목한 고위 공직 후보자가 낙마하는 일이 반복된 데 따라 생긴 정치권 은어다. 정호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 정도의 주식 투자 거래를 할 정도라면 본업에 충실할 수 없다”며 “규모나 특성상 납득하기 어려운 투자 행태로 국민의 마음을 대변할 수 있을지 심히 우려된다”고 질타했다. 또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에 심각한 적신호가 켜졌다”며 “국민이 납득할 만한 조속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은이/김소현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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