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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등 11개 기관에 포위 당한 '조양호의 한진그룹'…18차례 압수수색, 가족들은 14번 포토라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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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 사건 이후 한진그룹은 1년간 경찰, 검찰, 관세청, 법무부, 국토교통부,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등 11개 정부 기관으로부터 동시 다발적으로 수사를 받아왔다.

대한항공 등 한진그룹 계열사 압수수색은 총 18회에 걸쳐 진행됐다.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을 비롯해 부인 이명희 여사, 장녀 조현아 전 부사장, 차녀 조현민 전 전무 등은 모두 14번 포토라인에 서야했다.

법조계 고위관계자는 “단일 대기업을 상대로 국가정보원을 제외한 모든 수사기관과 특별사법경찰 조직을 갖춘 사실상 모든 정부 부처가 수사 및 조사를 한 사례는 없었다”며 “조양호 회장의 병세 악화가 검찰의 피의사실공표, 포토라인 등 수사권 남용과 무관하다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11개 기관에 포위당한 한진가(家)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은 작년 10월 조 전 전무의 ‘물컵 갑질’사건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검찰은 조 전 전무에게 적용된 특수폭행·업무방해죄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렸고, 폭행죄에 대해선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 공소권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조 전 전무는 그해 3월 광고업체가 질문에 제대로 답을 못하자 소리를 지르며 유리컵을 던졌다.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땅콩 회항’이후 잠잠했던 ‘대기업 갑질 논란’에 다시 불을 지폈다.


당시 수사기관들은 이 사건을 계기로 여론에 편승해 한진그룹을 전방위 포위하기 시작했다. 작년 4월 18~19일 대한항공과 광고대행사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한진, 정석기업, 조양호 회장의 서울 평창동 자택 등 압수수색만 18번에 걸쳐 이뤄졌다. 이를 통해 △법무부 필리핀 가사 도우미 불법 고용 혐의 △진에어 불법 등기이사 등재 혐의 △밀수와 관세 포탈 혐의 △약사법 위반 및 횡령 혐의 △폭언 폭행 등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 등을 파기 시작했다.

수사주체는 기존 검찰과 경찰에서 관세청, 법무부 서울출입국외국인청, 국토부, 고용노동부, 서울지방국세청 등 특사경을 가진 전 부처로 확산됐다. 검찰내 한 관계자는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만을 잠재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대기업 비리를 캐내면서 국민의 관심을 그쪽으로 돌리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평소 건강이 좋지 않던 조 회장에 대한 수사기관의 배려는 적었다는 후문이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7월 당시 69세인 조 회장에 대해 횡령, 배임,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조 회장은 영장실질심사를 받느라 밤새 서울남부구치소에서 대기해야했다. 서울남부지법은 “피의사실들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고 이와 관련된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조 회장은 작년 12월 치료차 미국을 방문할때에도 법무부가 출국금지 해제 요청을 들어주지 않을까 노심초사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막내딸 포토라인에 가장 마음 아파해”

수사 성과는 좋지 않았다. 물컵 갑질은 수사 7개월만에 무혐의로 끝났다. 검찰과 경찰은 다섯차례 구속영장을 신청하거나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가사 도우미 불법 고용 혐의도 이명희 여사는 불구속기소되고, 조현아 전 부사장은 약식기소됐다.

성과는 시원치 않았지만 수사기관의 포토라인, 피의사실 공표 등 ‘공개적 망신주기’ 관행은 거듭됐다. 작년 5월 1일 서울강서경찰서의 조 전 전무 공개 소환을 시작으로 조양호 회장의 경우 네차례, 이명희 여사는 다섯차례, 조 전 부사장은 네차례 카메라 앞에서 고개를 숙여야했다. 조 회장 장남(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을 제외한 모든 가족이 총 14회 카메라 앞에 선 것이다.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인 무죄추정원칙을 수사기관 스스로가 어겼다는 평가가 흘러나왔다. 조 회장과 친분이 있는 한 경제계 원로는 “현재 무혐의로 끝난 막내 딸(조현민 전 전무)이 혐의와 관련해 카메라 앞에 설 때 조 회장이 가장 마음 아파했다”고 전했다.

관세청은 조 회장 평창동 자택을 압수수색하면서 “외부인이 쉽게 발견할 수 없는 공간이 있다”는 식의 발언으로 대형금고 같은 ‘비밀의 방’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실제 이러한 시설은 없는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강민구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피의사실 공표와 포토라인은 심야수사와 함께 없어져야할 ‘수사악습 3종 세트’”라며 “유죄의 1심판결이라도 나기 전에 그 의사에 반해 카메라 세례를 받게하는 포토라인은 중세 마녀재판 행태와 무엇이 다른가”라고 지적했다.

한편 조 회장 장례 일정으로 관련 재판과 수사는 모두 중단되거나 연기됐다. 조 회장의 270억원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 재판을 맡던 서울남부지법은 이날 공소 기각 결정을 내렸다. 다만 조 회장과 함께 기소됐던 다른 피고인은 재판 일정을 그대로 진행한다. 서울남부지검은 조 회장에 대한 조세포탈 혐의 수사를 ‘공소권 없음’으로 이날 종결시켰다. 장례일정을 감안해 오는 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던 이명희 여사와 조현아 전 부사장의 가사 도우미 불법 고용 혐의 관련 재판도 장기간 미뤄지게 됐다.

안대규/이인혁/조아란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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