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업계 '생산절벽 후폭풍'
르노삼성 '1교대 근무' 추진
이달 말엔 5일간 공장 '셧다운'
한국GM도 생산량 감축 나서
[ 장창민/도병욱 기자 ]
르노삼성자동차와 한국GM이 연내 생산직 근무 형태를 기존 하루 2교대에서 1교대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르노삼성 부산공장(연산 30만 대)과 한국GM 창원공장(연산 21만 대)의 생산량이 쪼그라든 데 따른 조치다. ‘생산절벽’의 골이 깊어지면서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뒤따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본지 4월 3일자 A1, 5면 참조
7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은 기존 2교대인 부산공장의 근무 형태를 1교대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회사 부산공장은 생산직 직원 1800명을 주·야간조로 900명씩 나눠 공장을 돌리고 있다. 이르면 올해 말부터 900여 명만 생산라인에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상당수 인력의 감축이 불가피해진다.
르노삼성은 이달 말 닷새가량 일시적으로 공장 가동을 중단(셧다운)하기로 했다. 일본 닛산이 노조의 파업 장기화를 우려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로그의 위탁 생산물량을 40% 줄인 여파다.
한국GM도 창원공장을 1교대 체제로 변경하기 위해 노동조합에 긴급 노사협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스파크와 다마스, 라보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2년 가까이 공장 가동률이 60%를 밑돌고 있기 때문이다. 부평2공장에서는 생산 물량을 줄이는 라인 운영 속도 변경(잡다운)을 추진한다. 자동차업계에선 부산공장과 창원공장이 흔들리면서 지난해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 악몽이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르노삼성·한국GM, 생산직 1교대 전환 추진…'군산 악몽' 재연되나
르노삼성자동차와 한국GM이 연내 근무 형태를 현재의 2교대에서 1교대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이유는 ‘생산절벽’에 맞닥뜨렸기 때문이다. 두 회사 모두 국내외 판매 부진과 원가 상승, 인건비 부담 등에 따른 고비용·저효율 구조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근무 형태가 1교대로 바뀌면 남는 생산 인력을 재배치하거나 희망퇴직 등을 통해 상당수 직원을 줄일 수밖에 없다.
흔들리는 부산·창원 車공장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생산량 급감에 시달리고 있다. 이 회사 고위 관계자는 7일 “98%에 달하던 부산공장 가동률이 올 들어 70%대로 떨어지면서 인건비 등 고정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졌다”며 “하반기엔 가동률이 더 떨어질 경우 1교대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르노삼성은 올 1분기 3만8752대의 차량을 생산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2% 급감했다. 이 회사 노동조합의 장기 파업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노조는 기본급 인상 등을 요구하며 지난해 10월부터 지금까지 6개월간 52차례(210시간) 파업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파업에 따른 손실만 2352억원에 달한다.
노조의 장기 파업은 프랑스 르노 본사와 동맹을 맺은 일본 닛산의 ‘외면’을 불러왔다. 닛산은 최근 르노삼성 노조의 장기 파업을 이유로 올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로그 위탁생산 물량을 40%가량 줄였다. 그나마 오는 9월 로그 수탁생산 계약이 끝나면 공장 가동률은 50% 밑으로 떨어질 공산이 크다.
르노삼성은 내년부터 생산할 신차(XM3)를 유럽에 수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마저도 녹록지 않다. 최근 르노 본사가 유럽 판매 물량을 스페인 공장에서 생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기 때문이다. XM3 국내 판매량이 연간 2만~3만 대 수준에 그칠 경우 내년 부산공장(생산능력 연 30만 대) 생산량은 12만~13만 대 수준으로 내려앉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GM의 상황도 비슷하다. 이 회사의 1분기 생산량은 지난해 4만1742대에서 올해 3만8201대로 4.5% 줄었다. 한국GM은 창원공장의 근무 형태를 1교대로 전환하는 논의에 들어갔다. 경상용차인 다마스와 라보, 경차인 스파크 내수 판매 물량이 2년간 계속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창원공장 가동률은 현재 50~6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판매 부진에 따라 생산물량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1교대 전환을 요청했지만, 노조는 협의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인천에 있는 부평2공장도 가동률이 30%대로 떨어졌다. 1주일에 두 번 정도 공장 가동을 일시적으로 중단(셧다운)할 정도다. 이 공장 노사는 생산라인 운영 속도 변경(잡다운)을 추가로 시행하는 방안을 놓고 협의 중이다.
‘잉여 인력’ 속출할 듯
현대·기아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업체 7곳은 1분기에 95만4908대의 차량을 생산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96만2803대)보다 0.8% 줄었다. 2017년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이어 지난해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까지 맞물리며 2년 가까이 고전해온 후유증이 본격화한 탓이다. 올 들어선 르노삼성 노조의 장기 파업까지 이어지며 마지노선으로 여겨져온 연 400만 대 생산체제가 무너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생산절벽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이 현실화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완성차업체는 통상 주·야간 두 개조로 나눠 8시간씩 2교대로 공장을 돌린다. 주간 1교대 체제로 바뀌면 기존 다른 조에 속한 직원을 다른 공장으로 전환배치하거나 임금을 삭감하고 일감을 나눠야 한다. 상당 수 감원도 불가피하다.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1교대 체제로 전환하면 생산직 직원(1800명)의 절반인 900명이 ‘잉여 인력’이 된다.
한국GM 창원공장 역시 2000여 명의 직원 중 상당수가 전환배치 또는 감원 대상에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업계에선 공장 가동률 20~30% 상태로 3년 정도 버티다 문을 닫은 한국GM 군산공장 사례가 되풀이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장창민/도병욱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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