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KB운용 등 1분기 수익률 10% 넘는 중소형株 펀드 수두룩
국내 53개 중소형주 펀드
올해 평균 수익률 6.03%
코스피200 5.53%보다 높아
[ 최만수 기자 ] 주식시장에 ‘영원한 강자는 없다’는 말이 있다. 시장 색깔의 변화에 따라 펀드 성적표도 바뀌기 마련이다. 작년 ‘미운오리 새끼’ 취급을 받던 국내 중소형주 펀드는 올해 ‘백조’로 변신했다. 공모시장의 한국투자신탁운용, KB자산운용의 간판 펀드들은 올해 10% 이상 수익을 내며 고공행진하고 있다. 반면 승승장구하던 타임폴리오, 빌리언폴드 등 사모시장의 헤지펀드 강자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습이다.
부활하는 중소형주 펀드
3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 설정된 53개 중소형주 펀드의 올 1분기 평균 수익률은 6.03%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4.90%)을 웃돌았다. 대다수 공모펀드의 벤치마크(비교 대상 지수)로 쓰이는 코스피200지수 상승률(5.53%)보다 나은 성과를 냈다. 최근 대형주가 주춤하고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개별 종목 장세가 나타나면서 수익률이 개선됐다.
개별 펀드로 눈을 돌리면 수익률 10% 이상을 기록한 펀드(설정액 200억원 이상)들이 수두룩하다.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 2팀이 운용하는 상품들의 성적이 두드러졌다. ‘한국투자중소밸류(1분기 수익률 16.10%)’ ‘한국투자롱텀밸류(14.65%)’ 펀드가 나란히 1분기 수익률 1, 2위를 차지했다.
한국투자중소밸류 펀드는 한 종목을 3% 이상 담지 않고 편입 비중을 종목당 1~2%대로 유지해 분산 투자한다. 올해 제우스(28.57%), 동원시스템즈(29.80%) 등의 주가가 반등하면서 수익률이 개선됐다. 펀드를 운용하는 김기백 매니저는 “정보기술(IT), 자동차부품 등의 업종에서 저평가된 중소형 가치주들이 반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작년 국내 주식형 액티브펀드 중 수익률 1위(-0.62%)를 기록한 ‘KB중소형주포커스’ 펀드는 올해도 11.14% 수익을 내며 고공행진하고 있다. 휠라코리아(45.79%), 메지온(50.43%) 등이 약진하면서 수익률을 뒷받침했다. 정용현 KB자산운용 매니저는 “반도체 대형주 실적이 2분기까지 부진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중소형주 중심의 종목장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소형주 펀드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박스피(박스권에 갇힌 코스피라는 뜻)’ 장세에서 높은 수익률을 올렸던 주요 중소형주 펀드들도 부진을 털고 반등하는 모습이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가 이끄는 ‘한국밸류10년투자중소형’은 올 들어 8.96% 올랐다.
“헤지펀드 공매도로 손실”
올 1분기 국내 헤지펀드(전문투자형 사모펀드) 성적은 기대 이하다. 작년 코스피지수가 17.30% 하락하는 와중에도 0.33% 손실에 그치는 등 안정적 운용 성과를 냈지만 올해는 평균 수익률 3.13%에 그치고 있다. 코스피200지수 상승률보다 2.40%포인트 낮다.
헤지펀드업계 1위인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대표 펀드들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 운용사에서 가장 설정액이 큰 ‘타임폴리오 더 타임-A’는 올해 1.61%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타임폴리오운용 펀드는 작년 하반기에 창립 15년 만에 반기 기준 첫 손실을 냈다. 타임폴리오운용은 매년 5월 말과 11월 말에 수익률을 결산하는데, 이대로라면 연속 반기 손실을 낼 가능성도 있다. 타임폴리오에서 독립한 스타 펀드매니저인 안형진 대표가 이끄는 빌리언폴드자산운용 성적은 더 부진하다. 이 운용사가 보유한 4개 펀드의 올해 평균 수익률은 -5.07%다.
한 헤지펀드 매니저는 “올해 공매도(주가 하락에 베팅)가 몰렸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형주들이 예상과 달리 급등하면서 손실을 본 헤지펀드가 많다”고 전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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