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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회장, 한진칼 경영권 방어…한숨 돌렸지만 "내년이 더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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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주총데이

국민연금의 '이사자격 강화' 안건
"과도한 경영개입" 반발에 부결



[ 김보형/박상용 기자 ]
29일 한진칼 주주총회가 열린 서울 소공동 한진빌딩. 한진칼 3대 주주(7.10%)인 국민연금이 주주제안 형태로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이사는 결원으로 본다’는 정관변경안을 제출했다. 정관이 변경되면 270억원대 횡령·배임으로 1심 재판 중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70)은 재판 결과에 따라 이사직을 잃게 된다. 곧바로 발언 신청이 이어졌다. 한 주주는 “대법원 판결 전 이사를 해임하는 건 무죄추정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법률에도 없는 사항을 정관으로 요구하는 국민연금의 제안은 특정 기업에 대한 과도한 개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투표 결과 국민연금 제안은 찬성 48.66%로 부결됐다. 지난 27일 그룹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조 회장은 한진칼 주총에서 승리하면서 한숨을 돌렸다.


이틀 전 패배 설욕

조 회장이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경영권을 방어하면서 그룹 지배력 약화도 피할 수 있게 됐다. 국민연금의 정관변경안은 애초부터 조 회장 측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많았다. 정관변경은 ‘참석주주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하는 특별결의사항이다. 상장사 주총 참석률이 통상 70~80%라는 점을 감안하면 21~24%의 의결권만 결집되면 부결된다. 조 회장 등 특수관계인의 한진칼 지분(28.93%)만으로도 충분히 방어가 가능했던 것이다.

회사 측이 제안한 나머지 안건은 ‘참석주주 2분의 1 이상 동의’를 받으면 되는 보통결의사항이었지만 ‘이변’을 점치는 의견은 거의 없었다. 조 회장 측이 10% 안팎의 우호지분만 끌어들이면 통과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틀 전 조 회장의 대표이사직 박탈이라는 충격의 패배를 당한 탓에 한진그룹은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며 끝까지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2대 주주(10.71%)인 행동주의 펀드 KCGI가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에 나선 점도 부담이었다. 이날 주총은 KCGI가 위임받은 의결권을 접수해 입력하느라 예정 시간(오전 9시)보다 40분가량 늦게 시작됐다. KCGI는 첫 번째 안건인 재무제표 승인에서부터 반대 의사를 밝히며 모든 안건에 대한 투표를 제안해 이날 주총은 낮 12시가 돼서야 끝났다.

“진짜 승부는 내년” 관측도

국민연금의 정관변경안과 함께 이날 주총의 승부처로 꼽혔던 석태수 대한항공 부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은 KCGI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65.46%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국민연금의 의결권을 결정짓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27일 석 부회장 연임안에 찬성표를 행사하기로 결정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 주요 의결권 자문사도 찬성을 권고하면서 가결 기준(50%)을 15%포인트 이상 웃도는 지지를 받았다. 석 부회장은 1984년 대한항공에 입사해 (주)한진 사장(2008~2013년)과 한진해운 사장(2013~2017년) 등 한진그룹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두루 거친 조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사외이사 신규 선임 안건도 싱겁게 끝났다. 회사 측이 제안한 주인기 국제회계사연맹 회장(찬성률 78.13%)과 신성환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77.41%), 주순식 법무법인 율촌 고문(58.63%)이 새롭게 이사진에 합류했다.

조 회장과 그의 아들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44)의 한진칼 사내이사 임기는 내년 3월 만료된다. 올해 대한항공 주총에서 조 회장을 대표이사에서 낙마시킨 국민연금이 내년 조 회장 부자의 한진칼 이사 재선임에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재계에서 ‘진짜 승부는 내년’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KCGI까지 한진칼 주식을 더 사들이면 치열한 표대결이 불가피하다.

조양호 회장의 동생인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68)도 이날 주총에서 사내이사 임기 만료로 퇴진했다. 한진중공업은 해외 자회사인 필리핀 수비크 조선소 부실 여파로 자본잠식에 빠졌다. 조남호 회장 등 대주주 차등감자로 한진중공업 최대주주는 산업은행으로 변경됐다.

김보형/박상용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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