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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페이에 밀린 '한은페이' 출범도 못하고 좌초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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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공동 모바일 직불 서비스 출시 무기한 연기

국정과제로 '제로페이' 추진하자
한은, 정부 눈치보며 사업 연기



[ 강경민/정지은 기자 ]
한국은행이 주도하는 은행권 공동 모바일 직불서비스(일명 한은페이)가 정부와 서울시가 추진하는 제로페이에 밀려 도입이 무기한 연기됐다. 한은페이는 QR코드 인식을 통한 가맹점과 구매자의 모바일기기 간(앱투앱) 은행계좌 기반 간편결제 서비스로, 제로페이와 결제 방식은 비슷하다. 금융계는 정부가 제로페이를 자영업자 지원을 위한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하자 한은이 정부 눈치를 보고 있으며, 앞으로 사업을 접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향후 시장 상황 감안해 출시”

한은은 당초 오는 5월로 예정한 한은페이 서비스 도입 시기를 무기한 연기했다. 한은 관계자는 “아직까지 모바일 직불서비스에 생소한 국내 시장 여건상 제로페이 출시에 이어 한은 서비스까지 출시되면 소비자가 혼선을 빚을 수 있다”며 “향후 시장 상황을 감안해 참여은행들과 함께 출시 시기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은의 다른 관계자는 “은행권 공동 모바일 직불서비스를 언제 시작할지, 시작하기는 할지 기약할 수 없다”고 전했다.

한은 산하 금융정보화추진협의회는 은행들과 함께 지난해 7월 은행 계좌를 기반으로 하는 모바일 직불서비스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 서비스는 QR코드 기반의 간편결제 방식으로, 가맹점과 소비자 은행계좌 간 이체를 통해 결제가 이뤄진다는 점에선 제로페이와 같다. 차이점은 제로페이는 결제만 가능한 대신 한은페이는 결제 기능뿐 아니라 현금 입출금 기능도 있다는 것이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앱(응용프로그램)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갖다대면 현금 인출도 가능하다. 시스템은 기존 현금카드망을 활용한다. 플라스틱 카드 기반의 현금카드를 모바일화한 것이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한은은 해당 서비스 도입 계획을 발표하면서 결제 과정에서 중계·대행 단계를 축소할 수 있어 가맹점이 부담하는 수수료 수준도 낮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정부와 서울시가 지난해 12월 수수료를 0%대까지 낮춘 제로페이를 먼저 도입하면서 한은페이의 필요성이 낮아졌다는 점이다. 더욱이 정부가 올해 국정과제로 제로페이 정착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담을 느낀 한은이 해당 서비스 구축을 사실상 접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은페이에 참여하는 은행도 제로페이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은페이 시스템까지 구축하는 건 부담이 많다는 의견을 한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페이 달갑지 않은 정부

한은은 정부의 정책사업인 제로페이와 달리 한은페이는 은행권이 자율적으로 추진하는 민간 사업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도 한은은 연내 도입을 목표로 제시했다. 다만 한은 관계자는 “연내 도입이 목표이긴 하지만 출시 시점이 언제라고 말하긴 어렵다”고 했다.

제로페이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와 서울시는 한은페이를 달갑지 않게 바라보고 있다. 제로페이에 가입한 가맹점 비율 및 결제금액이 극히 미미한 상황에서 한은페이까지 출시되면 제로페이가 안착하는 데 오히려 장애물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월 제로페이 은행권 결제실적은 8633건, 결제금액은 1억9949만원에 불과했다. 신용·체크·선불카드 등 기존 카드 결제금액 58조1000억원 대비 0.0003%에 불과했다.

가맹점 확보도 난관이다. 서울시는 제로페이 가맹점을 늘리기 위해 구청과 동사무소 직원들까지 동원하는 등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다. 반면 한은페이는 한은이 은행들과 함께 사업자 모집 공고를 내고 가맹점을 확보해야 한다. 정부와 서울시가 지난해 말부터 공무원을 대거 동원하고 있음에도 가맹점 확보 비율이 낮아 한은페이의 가맹점 확보가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부는 제로페이와 한은페이를 연동해 통합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표준 QR코드를 연동해 사실상 제로페이로 흡수하겠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강경민/정지은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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