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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재정에도 '500兆 슈퍼예산'…뒷감당 누가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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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2020년 예산안 편성지침 확정

3년 만에 100兆 늘어
'총선용 돈 풀기' 지적도



[ 임도원/성수영/김일규 기자 ]
정부가 내년에도 경제성장 이상으로 지출을 늘린다. 총예산은 사상 처음 50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2017년 400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문재인 정부 3년 만에 100조원이 불어나는 ‘초(超)슈퍼 팽창예산’이다.

작년까지는 세수 호황이 받쳐줘 재정에 ‘펑크’가 나지 않았다. 올해부터는 세수 전망이 그다지 밝지 않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 초과 세수는커녕 세입예산을 채우기도 버거울 것이란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재정 악화가 볼 보듯 뻔하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정부는 내년 경상성장률(정부 4%대 초반 예상)의 두 배 가까운 지출 증가 계획을 짤 태세다.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둔 ‘돈 풀기’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26일 국무회의에서 재정 확대 방향을 담은 ‘2020년 예산안 편성 지침’을 확정했다. 회의를 주재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활력과 소득 재분배를 위해 내년에도 적극적으로 재정을 운영하겠다”고 확장적 재정지출 방침을 밝혔다.

정부가 구체적으로 수치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내년 예산은 500조원 돌파가 확실시된다. 올해 지출 규모(470조원)에 정부의 2018~2022년 재정운용계획상 2020년 지출 증가율(7.3%)을 고려하면 내년 지출은 504조원에 달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후 최대치였던 올해 증가율(9.7%)을 대입하면 515조원에 이른다.

정부는 경기 대응과 소득 재분배, 혁신성장 등에 재정을 우선 투입하겠다고 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 추진으로 악화되고 있는 경기 여건과 소득 분배를 개선하기 위한 돈 풀기 성격인 셈이다. 고용보험을 못 내는 저소득 구직자에게도 6개월 동안 월 50만원을 지급하는 ‘한국형 실업부조’ 등 대규모 복지사업이 추가된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세수 여건은 나빠지는데 예산지출을 과도하게 늘리면 재정 부담이 커지고 민간 투자를 위축시키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돈 풀기가 끝난 뒤 그 뒷감당은 미래 세대가 짊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稅收 나빠지는데…역대 최대규모 '돈풀기' 나서겠다는 정부

내년 재정운용 여건은 올해보다 더욱 나빠질 전망이다. 정부는 26일 발표한 ‘2020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에서 세입·세출과 수지·채무 측면에서 모두 어려운 여건에 처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수 호조가 둔화되는 가운데 복지지출은 크게 증가해 재정수지 적자와 국가채무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정부는 그럼에도 내년에 또다시 ‘초(超)슈퍼예산’ 편성을 예고했다. 2017년 400조원을 넘긴 지 3년 만에 500조원 돌파가 확실시되는 확장적 재정지출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 스스로 우려한 대로 재정건전성 지표는 급속히 악화할 전망이다. 국회의원 총선거가 예정된 내년에는 ‘돈 풀기’ 효과가 일시적으로 일어나겠지만 재정 악화 부담은 결국 미래세대에 떠안겨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지사업에 대규모 재정 투입

정부는 내년도 예산편성 지침에서 4대 중점과제로 △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 △사회안전망 확충 △미래성장동력 확충 △안전한 환경 등을 꼽았다. 정부는 경제 활성화와 미래성장동력 확충을 위해 관광 등 서비스산업과 주력산업 경쟁력 강화, 수출지원 확대를 추진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작 조단위 예산이 들어가는 대형 사업은 복지 분야에 몰려 있다. 소득재분배를 내세운 사회안전망 확충과 일자리 창출 관련 사업들이다. 우선 고용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는 ‘중위소득 50% 이하 저소득 실업자’에게도 월 50만원씩 6개월간 지급하는 실업부조를 내년 처음 시행하기로 했다. 1조5000억원 이상 투입될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2학기부터 시행되는 고교 무상교육에도 내년에는 2조원가량을 투입한다. 기초연금에 올해(15조원)보다 1조7000억원 늘어난 16조7000억원을 배정한다. 상생형 지역 일자리, 사회서비스 일자리 등 고용대책에도 수조원대 예산이 편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채무 급증 우려

문제는 재정이다. 당장 세수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반도체 호황과 부동산 등 자산시장 활황에 따라 법인세와 양도소득세 중심으로 세수가 호조를 보였다. 지난해 당초 계획(세입예산) 대비 초과 세수는 25조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다. 올해는 반도체 가격 하락, 자산시장 침체, 세계 경제 성장 둔화 등으로 세수 여건이 좋지 않다. 이에 더해 재정분권 추진에 따른 중앙정부 재원의 지방정부 순이전이 3조5000억원에 달하고, 증권거래세 인하로 세수 1조4000억원이 감소할 전망이다. 이미 지난 1월 국세수입 진도율(목표액 대비 실제 징수액의 비율)은 12.6%로 전년 동월 대비 1.1%포인트 낮았다. 자칫 초과세수는커녕 세입예산을 채우기도 버거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세출 여건도 좋지 않다. 정부 스스로 복지·의무지출 증가에 따라 재정운용의 경직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 재량과 상관없이 무조건 투입해야 하는 예산이 점점 불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중장기 재정건전성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셀프 진단’도 내놨다. 재정지출이 늘어나면서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빨라질 우려가 있다는 분석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재정건전성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2020년까지 40%를 밑돌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2030년 50%를 넘어설 것으로 관측했다.

“효과 못 내고 재정 악화만 초래할 것”

전문가들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문재인 정부 들어 소모성 재정 지출이 많아지고 있다”며 “효과도 별로 없으면서 재정 여력만 소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찬 건전재정포럼 대표(전 건설교통부 장관)는 “내년부터 연이어 시행될 총선과 대선 국면에서 그동안 소중히 가꾼 재정 규율이 쉽게 허물어질까 봐 심히 우려된다”고 했다.

임도원/성수영/김일규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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