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ABC
[ 배태웅 기자 ] 몇 년 전만 해도 원룸 하나 구하는 게 쉽지 않았다. 매물로 나온 방들을 일일이 둘러봐야 했다. 마음에 드는 곳을 찾지 못해 몇 주씩 방만 보러 다니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최근엔 상황이 달라졌다. 스마트폰으로 부동산 실거래가와 주변 시설 정보를 조회하는 것만으로도 선택지를 좁힐 수 있다. 가상현실(VR) 기술을 이용해 방 상태를 원격으로 점검하는 것도 가능하다. ‘프롭테크(proptech)’로 무장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등장하면서 생긴 일이다.
프롭테크는 부동산 자산(property)과 테크(tech)의 합성어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첨단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한 부동산 서비스를 말한다. 2000년대 등장한 인터넷 부동산 시세조회·중개 서비스에서 기술적으로 더 나아갔다. 부동산 중개, 3차원(3D) 공간설계, 부동산 크라우드펀딩,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건물관리 등이 프롭테크에 해당한다.
2006년 설립된 미국 온라인 부동산중개회사 질로(Zillow)는 대표적인 프롭테크 업체로 평가받는다. 이 회사는 미국 3000여 개 도시의 공공데이터를 바탕으로 집값을 실시간 산출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다른 미국 스타트업 렉스와 셸터줌은 블록체인을 부동산에 적용했다. 부동산 거래정보를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올려 거래가 이뤄지는 순간 모든 사용자가 거래정보를 블록체인으로 공유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다방, 직방과 같은 스타트업이 대표적인 프롭테크 업체로 꼽힌다. 다방은 허위매물을 걸러내는 데 AI를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AI를 활용한 부동산 권리분석 시범 서비스도 선보였다. 직방은 아파트, 원룸 공간을 체험할 수 있는 ‘VR 홈투어’ 서비스로 인기를 얻고 있다. 어반베이스도 주목받는 프롭테크기업으로 꼽힌다. 평면 설계도면을 3D로 구현해 인테리어가 가능한 증강현실(AR) 모델하우스로 바꿔주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서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프롭테크 스타트업은 세계적으로 4000여 개에 달한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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